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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행군과 무책임한 정부
JTBC 한정훈 기자 | 승인 2016.12.29 09:49

적어도 미디어 업계에겐 2016년은 잊지 못할 해가 될 것 같다. 지난해 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발표로 뜨겁게 시작했던 올해는 최순실의 국정 농단에 이어 미래부의 유료방송발전방안 발표로 마무리됐다. 특히, 최순실의 국정 논단은 방송 업계로 의혹이 확장되지 못했지만 시장을 흔들기엔 충분했다.

그렇다면 2016년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다양한 이야기가 많겠지만 이 글에선 ‘고난의 행군과 무책임한 정부’로 호명하고 싶다. 고난의 행군은 다름 아닌 ‘케이블TV 업계를 중심으로 한 유료 방송 업계의 이야기고 무책임한 정부는 표현 그대로다.

 

◇ 고난의 행군, OTT 인베이젼

올해 초 케이블TV 업계는 힘든 새해를 맞이했다.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을 SK텔레콤이 인수키로 한 긴장감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IPTV와 박빙의 승부를 이어오던 케이블TV사업자들에게 “이러려고 케이블TV사업을 했나”라는 자괴감까지 들게 하기 충분했다.

결론은 공정위의 ‘인수 불허’로 귀결됐지만 그 이후 유료 방송 업계는 회복 불능에 가까운 상처를 입었다.(아직까진 그렇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미래부의 노력이 보지 않았던 것도 이 지점이다. ‘희대의 사건’ 이후 케이블TV는 그나마 ‘원 케이블’ 전략을 발표하고 ‘지역성’을 회복을 선언했지만 ‘늦게 배달된 편지’라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고 계속 움츠려들 순 없지 않은가. 정답은 없지만 지금 행보가 오답은 아니다.

이 사건과 별개로 국내 시장도 요동쳤다. 그 시작은 OTT였고 끝도 OTT였다. 종편 콘텐트를 야금야금 사들인 넷플릭스는 이제 지상파 드라마를 배급할 정도로 국내에 적응했고 한 해를 마감해야 할 12월, 아마존프라임이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아마존의 한국 시장 진출은 넷플릭스 이펙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 시장에 먼저 진출한 뒤 조심스럽게 한국 시장을 노크했던 넷플릭스와 달리 아마존은 150개 1차 해외 진출국에 당당히 ‘한국’을 올렸다. 넷플릭스의 1년의 성과를 높게 평가한 탓이다.

하지만, 아마존의 한국 시장 진출 준비는 아직 미숙한 것 같다. ‘the Man in the castle'과 같은 대표적인 오리지널 콘텐트는 모두 선보였지만 한국 자막이 제공되지 않는 등 한국 시장에서의 당장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긴 한계가 보인다. 그러나 미드 팬이라면 아마존프라임을 경험해보시길 추천한다. 콘텐트는 매력적이고 IMDB와 연동되는 드라마 정보도 차고 넘친다.

 

◇ 무책임한 정부

다름 아닌 미래부의 ‘유료 방송 발전 방안’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유료 방송 발전 방안’을 한해를 마무리하기 1주일 전 기습 공개했다. 기습이었지만 내용은 부실했다. ‘케이블TV 권역 철폐’ 등 유료 방송 시장을 분열시키는 극단적 정책은 명시되지 않았지만 방송 시장을 정상화할 만한 긍정적 정책을 부족했다.

지난 10월 열린 '유료방송 발전방안' 제1차 공개토론회에서 패널들이 종합토론하는 모습

특히, 미래부는 현재 전국 가입자 대상 점유율 33%로 제한돼 있는 ‘합산 규제’도 개편하겠다는 내용도 발전 방안에 담았는데 국회에 제출돼 있는 ‘합산 규제 존속을 위한 법안’들과의 정합성이 떨어지는 책임감 없는 전형적인 업계 선심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관점에서 지상파, 유료 방송, 뉴미디어를 아우르는 방송 생태계 조성을 위한 진지하고 종합적인 논의가 결여됐다는 주장도 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의 표현을 빌자면 “이번 발전 방안은 출발부터 방송의 공적 가치에 관한 철학을 기반으로 하지 않았고 그 결과물을 사업자들의 이해관계 조정 조차 제대로 하기 어려운 모습”이 드러났다.

결국, 이번 미래부가 발표한 유료 방송 발전 방안은 정부 이외 대부분의 사업 주체나 시청자가 만족하지 못하는 정책이 된 셈이다. 안정상 민주당 미방위 수석전문위원은 “유료 방송 발전 방안은 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아닌 시청자들의 권리 측면에서 미래부 혹은 앞으로 생길 미디어부가 고민해야 할 숙제”라고 언급했다.

 

(사진출처= by Suzanne O'Halloran, FOX Business, 'AT&T Welcomes Trump With $85B Time Warner Deal on the Table', 2016.11.09)

◇ 주목할 만한 시선, 2017년의 희망

답답했던 국내 시장에서 시선을 해외로 확장해보자. 미국에선 AT&T의 타임워너 인수가 발표됐다. 100조 원 규모의 이 빅딜은 통신과 콘텐트의 완벽한 수직 계열화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 받았다. 프리미엄 콘텐트는 언제나 승리한다는 공식이 이번에도 적용될 것인가.

그러나 미국의 45대 대통령에 취임할 도널드 트럼프가 이 인수 합병을 ‘독약’이라고 언급하면서 세기의 수직 계열화와 완성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만약 AT&T와 타임워너가 같은 길을 간다면 미국에서도 이를 넘어설 콘텐트 복합체는 당분간 등장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사건 만큼 조명 받지 못했지만 영국 BBC와 ITV가 OTT서비스를 공동으로 시작했다고 밝힌 것도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다. Britbox라고 이름이 붙은 이 서비스는 내년 3월 경 미국 지역에서 첫 론칭될 전망이다. 제공되는 주요 콘텐트는 영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범죄 드라마인데 ‘New Blood' ’Upstairs Downstairs' 등이 첫 서비스된다.

이와 관련 BBC의 앤 사노프 북미 담당 사장은 “BBC와 ITV는 영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콘텐트를 만들어내는 방송국”이라며 “브릭박스는 영국 TV 콘텐트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에겐 필수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릭박스의 이용료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VOD를 제공하는 HBO나 아론TV 사례를 봤을 때 1년에 50에서 180달러 사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닥터 후’ 등 대표적인 영국 드라마가 서비스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콘텐트들이 훌루, 넷플릭스 등 미국 현지 OTT사업자들을 통해 제공되고 있기 때문. 브릭박스를 통해 이 콘텐트가 방송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BBC와 ITV의 합종연횡을 언급하는 이유는 상상하는 그대로다. ‘수익성 있는 콘텐트 사업자’들의 만남. 경쟁자지만 새로운 시장을 위해 손을 잡는 것. 우리나라 새로운 정부의 등장과 함께 논의될 미디어 거버넌스가 지원해야 할 방향이다. 인수 합병만이 유일한 시장 진화의 길은 아니다. 준비된 사업자들의 변화를 지지해라. 2017년 우리가 맞이할 가슴 벅찬 새해와 함께.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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