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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콘텐트를 향한 애플의 발걸음(Plans for Original Content) 그리고 미디어위원회
JTBC 한정훈 기자 | 승인 2017.02.23 09:37

2017년 미국과 한국 모두 어려운 시기임이 분명하다.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한 트럼프 정부의 미국이나, 탄핵 정국에 한치 앞도 예상키 힘든 한국. 두 나라는 그야 말로 혼란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 정책이라고 제대로 굴러갈리 없다. 콘텐트 시장은 여전히 치열한 경쟁의 복마전이고 미디어 정책은 새로운 정부의 전략적 모호함과 변화의 시기를 맞은 사업자들의 생존의 몸부림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올해는 미국과 한국 모두 판을 새로 짜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양국 모두에 벌어질 새로운 판의 주인공은 많지만 우리는 ‘애플’ ‘AT&T', '미디어위원회’ 등 3주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AT&T가 한국을 살짝 비켜난 이슈라면 애플과 미디어위원회는 우리와도 직결된 문제다. (역사 속 새로운 것이 없듯, 그렇다고 AT&T 이슈가 우리와 동떨어진 것도 아니다.)

 

◇ ‘애플, 오리지널 콘텐트의 해변에서(Apple, On the Content Beach at Night)’

넷플릭스 'stranger things', 아마존 프라임 'the man in the high castle'

지난해 하반기는 넷플릭스와 아마존의 세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콘텐트 시장에선 말이다. 이 두 회사는 ‘stranger things(넷플릭스)’, 'the man in the high castle'(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획기적인 오리지널 콘텐트를 내놓으며 기존 방송사들의 존재감을 무력화시켰다. 심지어 아마존은 전 세계 진출을 계기로 올해(2017년) 영국에서만 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혁신적인 이 두 회사도 긴장할 만 사건이 발생했다. AMC 등 PP와 넷플릭스와 같은 OTT사업자들이 경쟁하던 오리지널 콘텐트 시장에 애플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애플의 등장은 2017년 콘텐트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 질 것이라는 전망과 다름 없다.

지난달 12일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애플이 TV쇼와 영화 시장에 의미심장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계획하고 있다(Apple Inc. is planning to build a significant new business in original television shows and movies)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애플(WSJ는 애플을 technology giant라고 지칭)은 새로운 스트리밍 프리미엄 콘텐트를 서비스하기 위해 베테랑 프로듀서들을 고용하고 공급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애플은 TV콘텐트뿐만 아니라 오리지널 영화도 제작,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관계자는 “오리지널 영화 공급을 위해 할리우드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시작했다며 올해 말에는 가시적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애플의 콘텐트 로드맵은 공개됐지만 아직 ‘어떤 콘텐트를 만들지’는 드러난 바가 없다. 하지만, 애플은 그들이 나갈 방향을 시청자들(혹은 유저)이 유추할 수 있을 만한 단서를 던졌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HBO의 ‘웨스트월드: 인공지능의 역습(스크린 채널 방영)’, ‘넷플릭스의 Stranger things(기묘한 이야기)’와 같은 콘텐트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 두 작품은 개성이 강한 SF물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물론 애플의 콘텐트 시장 진출이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 성격에 가까운 애플TV를 제외하곤 전통적인 의미의 콘텐트 사업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플이 콘텐트 시장에 대한 야욕을 드러낸 이상 이 시장에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애플의 콘텐트 시장 진출을 주목하는 이유는 ‘패러다임을 변화시킨’ 경험 때문이다. 아이폰은 등장하자마자 사람들의 생활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사실, 애플은 지난해 이미 콘텐트 시장을 위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지난해 5월 애플이 콘텐트 강화를 위해 타임워너 인수를 추진 한 것이다. 이후 타임워너는 AT&T가 인수를 발표하고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지만 트럼프 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거대 합병에 대해 트럼프는 ‘나쁜 거래’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특히, 트럼프가 타임워너가 소유한 ‘CNN’를 가짜 뉴스라고 독설을 퍼부는 등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한 만큼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만약 AT&T의 계획이 좌절되고 만약 타임워너까지 애플 품에 안긴다면 휴대전화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던 아이폰의 충격이 콘텐트 시장에도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그들이 내놓을 오리지널 콘텐트는 기존과는 성격을 달리할 것이다. 게다가 현재까지 AR과 VR 분야에서 애플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 미디어, 온 바디 앤 소울(Media, on body and soul)

유례없는 탄핵 정국으로 ‘눈꽃 대선(12월)’ 대신‘ 벚꽃 대선(4월 말 5월 초)’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 정치권 모두 미디어 거버넌스에 대한 구체적인 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는 상황. 국회 미방위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략적인 그림은 그려지고 있는 분위기다 미디어 거버넌스의 핵심은 미디어 새판 짜기와 OTT, VOD 등 뉴미디어 정책에 대한 스탠스(입장)이다. 여기에다 종편, 케이블TV 등 유료 방송 시장에 대한 시각 변화도 간간히 논의되고 있다.

현재까진 여당인 자유한국당에 비해 민주당의 미디어 거버넌스가 더 구체적이다. 지금 여론 조사만 보면 여당에 비해 집권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다.

물론 민주당도 당 차원의 확정안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당내 대선 후보 경선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논의를 종합해 보면 각론의 차이는 있지만 ‘미디어위원회’ 설치가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

미디어위원회(가칭)는 말 그대로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나눠져 있는 미디어 규제와 진흥 업무를 담당하는 미디어 전담 정부 조직이다. 이와 관련해 안정상 민주당 미방위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지난 방송학회 주최의 토론회에서 사견을 전제로 “지상파, 종편, 보도전문채널 등 기존 방통위 소관인 방송정책 업무를 포함해 미래부의 유료방송 정책과 방송영상관련 플랫폼 콘텐츠 사업을 미디어위원회로 이관 통합할 것을 제안” 하기도 했다.

안 위원은 “진흥과 규제는 한 기구에서 진행해야 한다”며 “지상파방송 등 무료방송은 방통위에서, 유료방송 등은 미래부에서 맡고 있는데 방송정책을 유료와 무료로 나눠 관할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ICT 방송통신 분야 정부조직개편 방향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2017.2.13/뉴스1© News1

복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디어위원회는 여야 추천 위원으로 구성된 방통위 형태를 유지하되 5인의 위원은 7인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여야 어느 쪽이 집권해도 국회 과반을 단독으로 점유하지 못하는데다 야당만 4당이 늘어난 정치 환경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문화부의 신문, 인터넷, 뉴스통신, 방송영상, 광고, 독립제작사 등의 업무도 미디어위원회로 이관이 예상된다. 미디어 전문가들도 포털의 광고 시장 독과점, 케이블TV-IPTV 불균형 해소 등 방송 시장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선 한 부처에서 전체 매체를 관할해야 한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다. 심영섭 한국외대 교수는 지난달 19일 언론학회 주최의 토론회에서 새로운 미디어 조직을 제안하며 ▲방송·통신·광고·인터넷·ICT ▲디지털 콘텐츠는 물론 신문과 잡지 등 전통 미디어 지원 기능을 포괄해야 한다고 주장기도 했다.

이와 함께 미디어위원회는 OTT, MCN 분야도 담당하는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 현재 규제가 거의 없는 것을 감안하면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온라인 광고 독점, 망중립성 등의 분야에선 새로운 규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또 일부 야당 강성파 사이에선 민간 위원회로 운영되고 있는 방송 심의기능도 미디어위원회로 이관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현재 방심위가 일부 종편의 부적절한 출연자를 심의하지 못하는 등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언론에 대한 검열’ 논란이 붉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정 가능성이 높다. 이런 비난을 피하기 위해 미디어위원회 내 민간위원들이 주도하는 소위원회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에 대한 논의는 탄핵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는 3월 말 이후 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탄핵이 기각되면 12월까지 정중동의 시간을 보내겠지만 만약 탄핵이 인용될 경우 4말 5초(4월 26일이나 5월 10일) 대선과 맞물리며 미디어 조직안에 대한 논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측된다.

게다가 탄핵정국에선 공식 인수위 기간이 없고 바로 차기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최종 고민이 최종 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지금의 논쟁은 매우 중요하다. 차기 정부는 과거처럼 그럴 듯 해 보이는 뉴미디어만을 지원하기 위해 시청자들과 함께 하는 ‘생활 미디어’를 방치하는 일이 없기 바란다.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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