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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대선, 방송 사업자들에게도 꽃길이
JTBC 한정훈 기자 | 승인 2017.03.23 16:32
지난해 11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역채널 영상제'를 열어 지역채널 강화의지를 밝혔다.

지난 3월 10일 벌어진 대한민국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 어느 정도 기대했던(?) 결론이지만 막상 현실로 닥치니 걱정이 앞섰다. 예정보다 빨라진 정권 교체의 시계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장으로 예정된 장미 예선. 이 장미 대선이(5월 9일) 끝나고 나면 차기 정권은 바로 시작된다. 2개월의 인수위 기간도 없이 말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보궐 선거 이후 한 달 정도의 인수위 기간을 두는 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지만 남은 기간이 너무 짧다.

 

◇ 대선 후보 혹은 주자, 미디어 분야 수권 능력은?

대선을 50여 일 앞두고 있는 지금, 어느 진영은 벌써 압승이라는 이야기 나온다. 또 다른 진영은 이른바 빅텐트론을 펼치며 ‘정치는 생물이라고 외친다’. 대세는 대세지만 승자는 아직 알 수 없다. 모든 것이 모호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누가 이기든(혹은 누가 집권하든) 그날부터 대한민국 호를 이끌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각 진영의 수권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대통령의 수권 능력을 보여 줄 있는 영역은 외교, 국방, 정치 등 다양하다. 그러나 여러분들의 아까운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미디어 정책에 관해서만 논의해보자. 5월 9일 결전의 승자는 향후 4년 대한민국 미디어 업계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 이 점에서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문재인, 안희정, 안철수, 유승민 등 여야 유력 정치인을 모두 훑어봐도 외형상으로는 미디어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난 인물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출처: Getty images)

물론 과거 대통령도 그랬지만 지금은 좀 심각하다. 박근혜 정권에서 방송은 산업화되지 못하고 창조경제의 부속품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조직 관점에서도 차기 정부는 창조경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방송 분야 주무 부처를 미래창조과학부(유료 방송 플랫폼)와 방송통신위원회(종편, 지상파 방송사)로 나눠놓은 적폐 해소가 시급하다.

5월 정부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미디어 정책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더 말할 것도 없이 방송 미디어를 담당할 새로운 조직 구성이다. 인수위원회도 가지지 못하는 정부인만큼 제대로 작동하는 정부 조직은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5월 대선이 끝나면 국회선진화법 등의 영향으로 차기 정부의 조각은 빨라야 9월이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을 최대한 줄이려면 대선 전이라도 큰 틀에서라도 ‘구조’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

현재 방송 미디어 분야 정부 조직은 다양한 이견이 존재한다. 이에 필요 불가결한 공통분모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종합해 보건데 적어도 현재의 미래부와 방통위의 구분은 없애야할 구태다. 유료 방송이라는 이유로 ‘미래창조과학부’가 담당하고, 보도 기능이 있다는 논리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채널과 지상파 방송 사업자를 규제하는 논리는 아주 궁색하다.

이와 함께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방송 시장에도 ‘수평 규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차기 정부가 이를 마무리할 순 없겠지만 이를 위한 초석이 필요하다. 미디어위원회, 정보위원회 등 어떤 이름도 관계없지만, 케이블TV, IPTV, 종합편성채널, 지상파방송 등을 하나의 틀에 놓고 볼 때 전정한 해법이 나온다. 물론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라는 대전제를 놓고도 시청자들을 위한 각론은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특히, 유료 방송 플랫폼 입장에선) 미디어 전담 부처 신설이 필수다. 그동안 케이블TV 등 공익적 유료 방송 역할을 담당했던 플랫폼 사업자들이 지역 채널 운영과 같은 사회 공동체를 위한 의무를 지속 수행하기 위해선 이런 복합적 미디어 전담부처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진흥도 진흥이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받아왔던 ‘차별적 규제’를 없애기 위해선 미디어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No more talk of OTT by 2022

이와 함께 OTT 등 뉴미디어에 대한 관리도 차기 미디어 전담부처가 신경 써야 하는 주요 이수 중 하나다. OTT 등 모바일 뉴미디어는 한국에서도 최근 2~3년 사이 급속도로 확대됐다. 방송 뉴스를 TV가 아닌 포털, 페이스북와 같은 SNS를 통해 보는 시청자도 크게 늘고 있다. 최근 KT나스미디어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동영상 시청자 중 실시간 생중계(보도 포함)을 본 시청자들이 전체의 90%가 넘었다. 실시간 생중계의 대부분은 TV방송이다.

이중 OTT의 이용도 및 산업적 중요도는 매우 커지고 있다. 그러나 OTT는 TV방송과 다를바 없는 콘텐트 사업자임에도 현행 규제 영역에서 비켜서 있다. 그렇다고 OTT를 규제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관련 산업 확대를 위해서라도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 아울러 TV에서 활동하며 심의 등 각종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는 PP들과의 형평성 문제는 시청자 보호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이에 차기 정부는 현재 규제(혹은 진흥) 사각지대에 있는 모바일 뉴미디어에 대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앞으로 방송 시장에서 OTT의 자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금은 유료 방송 시장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OTT사업자들의 추격 속도가 매섭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플랫폼 전문지 브로드밴드뉴스는 최근 보도에서 ‘2022년이면 OTT라는 말도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왜나하면 그냥 유료 방송의 한 형태로 OTT가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브로드밴드뉴스는 이 보도에서 “오는 2022년이면 주문형 비디오(SVOD) 시청자가 실시간 시청자를 위협하게 될 것이며 넷플릭스와 아마존프라임 이용자도 자연스럽게 현재 유료 방송 이용자와 공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양상도 다르지 않다. 대표적 OTT사업자인 푹이나 티빙의 가입자 수는 급속도로 늘고 있다. 특히, 지상파 및 종편 사업자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푹의 경우 지난해 연말 유료 가입자 50만 명을 돌파한 이후 올해는 1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웬만한 SO가입자를 훌쩍 뛰어넘는 숫자다.

 

그러나 이런 OTT가입자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아직 없다. 게다가 OTT사업자가 생산하는 콘텐트가 방송인지 아닌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다. OTT사업자가 방송사업자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방송법에는 VOD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없어 현재 VOD이용 규모나 가입자의 시청 성향을 분석하는 것도 법적으로는 쉽지 않다. 사업자도 단순히 ‘뉴미디어’라고 규정하며 미래부와 방통위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차기 정부는 OTT 및 뉴미디어 대한 명확한 입장과 방향성을 견지해야 한다. OTT시장에서의 성패가 향후 우리나라 방송 시장의 해외 확대를 위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OTT가 방송 사업에 깊숙이 들어온 만큼 이들에 대한 관리(혹은 관심) 없이는 방송 산업을 진흥하거나 규제하긴 쉽지 않다.

 

 

◇ 컴캐스트, 미국 농구 중계 시장을 점령하다.(Comcast Preps for March Madness)

컴캐스트의 웹 광고 포스터

매년 3월이면 미국에선 대학농구 토너먼트가 방송가를 점령한다. 미국 대학 농구는 ‘광란의 3월(March Madness)’이라고 불리며 방송사들은 중계 전쟁을 벌인다. 미국의 대표적인 MSO인 컴캐스트도 마찬가지다. 컴캐스트는 올해 미국 대학농구를 중계하기 위해 6가지 이상의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말이다. X1스포츠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시청자들이 다양한 경기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TV를 돌리지 않아도 한 화면에 모든 경기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또 컴캐스트는 VOD서비스를 통해 ‘오늘의 게임’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별로 다른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컴캐스트의 이야기를 여기서 왜 거론하는가. 그냥 부러워하는 차원은 아니다. 컴캐스트가 이런 시청자 친화적, 지역 친화적 서비스를 하기까진 해당 기업의 투자와 노력이 있었다. 이런 노력은 보상 받아야 한다.

컴캐스트의 성공 방정식에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방송 시장에 대한 미국 정부의 투자와 관심이다. 미국 지상파 네트워크인 NBC유니버셜을 인수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진 컴캐스트가 성장하기까진 미국 FCC와 정부의 무관심(?)과 지원이 필수였다.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없는 영역은 시장에 맡기고 기업의 꾸준한 투자를 위한 지원은 정권에 구애 받지 말아야 한다.

정부의 시장에 대한 투자와 격려는 특별할 필요는 없다. 정권의 이해관계나 유불리에 구애 받지 않고 시청자(국민)들을 만을 위한 기준에 해당 사업을 진흥하고 규제하면 된다. 차기 정부도 이와 같은 기준에서 유료 방송을 지원해야 한다. 특히, 지역채널 등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방송 플랫폼에 대한 지원은 ‘공적 영역’에서만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역할이다. 대통령 선거가 이제 50일도 남지 않았다. 5월에 들어설 새 정부의 미디어 정책을 기대해본다.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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