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op
updated 2017.6.27 화 16:03
HOME 오피니언&인터뷰 미디어 인사이드
대통령 선거방송으로 진검승부
JTBC 한정훈 기자 | 승인 2017.03.30 14:31

 

“종합편성채널과 동일 비교하긴 힘들다.”

한 지상파 방송사가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시청자평가지수(KI)를 두고 한 이야기다. 방통위는 최근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의 2016년 시청자평가지수(KI)를 발표했다. 방통위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의뢰해 매년 실시하는 KI는 국내 유일의 시청자 대상 방송사 및 프로그램 만족도 조사다. 연 인원 4만 8000여 명이 참여하고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만 참여할 수 있는 구조여서 정확도가 높다고 평가 받고 있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을 나눠 발표하고 있지만 질문 내용과 조사 패널은 동일하다.

이런 점에서 방송 전문가들 사이에선 KI조사를 시청자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청자들이 “오늘 저녁에는 종편 봐야지. 오늘은 저녁에는 지상파 봐야지, 혹은 케이블TV를 봐야지”하며 선택적 시청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KI조사에서 ‘지상파와 종편’의 구별 짓기는 사업자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하는 것 이외 이유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지상파 방송사들이 "프로그램 수가 많은 채널은 구조적으로 불리한데, 평가 프로그램 수가 지상파채널의 3분의 1에 불과한 종합편성채널을 지상파채널과 같은 기준에서 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기술적인 수준에서의 보정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KI 이야기로 이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이 사례가 ‘시청자들의 변화를 방송사(업자)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 장면’이기 때문이다. 요즘 방송 시장에선 시청자는 빠르고 사업자는 둔감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 모든 방송의 ‘디지털 노마드’화

방송사들은 모두 위기 상황이다. 지상파 및 유료 방송할 것 없이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급속히 상실하고 있다. 주파수 등의 플랫폼을 중심으로 ‘제작-편성-송출’이라는 수직 계열화에 익숙했는데 이 고리가 깨지고 있는 것이다. 고리 해체의 주범은 다름 아닌 ‘디지털 노마드’다.

디지털 노마드란 방송 콘텐트가 전통적인 플랫폼을 따라 흐르지 않는 것을 말한다. 요즘 시청자들은 더 이상 방송을 보기 위해 더 이상 TV앞에 앉아 있지 않는다. 휴대전화 혹은 VOD를 통해 방송 프로그램을 보는 경향과 빈도가 대폭 늘었다. 전통적인 TV 플랫폼이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디지털 노마드 상황에서 가장 당황하고 있는 사업자는 당연 ‘지상파 방송’이다. 수직 계열화가 가장 공고하고 몸집이 큰 만큼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상파가 이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전용 플랫폼과 모바일 전용 콘텐트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상파 3사 디지털 플랫폼인 푹, SBS의 모바일 플랫폼인 모비딕 등 이 지면에서 거론하기 자리가 모자란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들의 이런 전략이 아직 성공한 것은 아니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들의 디지털 노마드 전략은 ‘지상파 콘텐트의 힘’을 ‘모바일’이나 ‘디지털’에 전이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상파 콘텐트를 믿고 찾는 시청자들이 있는 만큼,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다른 방송 사업자들은 아직 디지털 노마드에 대응하긴 매우 부족하다. JTBC, CJ E&M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보이는 유료 방송 사업자들이 있지만 아직은 시장에 적응하기 급급하다. 강한 콘텐트 흡인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지만 디지털 노마드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적응 속도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

 

 

◇ D-40, 디지털 노마드 속 대통령 선거

장미 대선을 40여 일 앞둔 시점, 지상파 및 종편 방송사들은 일종의 대목인 ‘선거 방송’을 일제히 준비하고 있다. 보도 기능이 있는 방송사들에겐 일종의 선거 방송은 ‘올림픽’ 같은 대형 이벤트다. 5월 9일 하루를 위해 지상파 3사, 종편 4사, 보도 채널 2개사(대표적인 방송사만 꼽았다.)가 TF를 구성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선거 방송(정확히 말하면 개표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각 사의 대통령 선거 방송 전략을 일일이 서술할 순 없다. 정치 뉴스 코너가 아니니 바람직하지도 않다. 하지만, 이번 선거 방송의 특징을 몇 가지로 요약하는 것은 우리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첫 째는 준비되지 않은 대선이다. 많은 사람들이 탄핵을 예견했으나 실제 탄핵이 현실화되자, 방송사들은 분주해졌다. 각자 나름대로의 선거 TF를 띄우고 차별화된 포맷의 방송을 준비 중이다. 게다가 다들 원하는 개표 방송 장소도 비슷하다보니 장소 쟁탈전도 벌어지고 있다.(어떤 곳인지는 5월 9일에 알 수 있을 듯 하다)

둘째는 ‘모바일 대선 방송’이다. 지난 2012년 대선이 승패가 LTE를 이용한 ‘라이브 방송’에서 갈렸다면 올해는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미디어 플랫폼에서 얼마나 차별화된 콘텐트를 내보내는 지가 관건이다. 페이스북을 통한 라이브 방송은 기본이고 카카오톡에 걸맞은 양방향 대선 방송을 하는 매체도 있다. 승자는 5월 9일 이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는 ‘통합 시청률 전쟁’이다. 둘째 특징과도 연관된 부분인데 대선 방송을 시청하는 플랫폼이 다양해지다보니 전통적인 TV시청률의 중요도는 점점 옅어지고 있다. 때문에 각 방송사들은 자사 콘텐트의 가치를 정확히 산정하기 위한 새로운 잣대를 찾고 있다. 핵심은 현행 TV시청률에는 포함되지 않는 ‘스마트폰’ ‘온라인(유튜브)’ 등을 통해 노출되는 콘텐트의 주목도를 어떻게 측정해 시청자에게 익숙한 숫자로 환산하느냐다. 이번 대선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모바일, 뉴미디어 콘텐트를 어떻게 포장하는지가 관건이다. 이는 빠른 시청자들의 움직임을 최대한 따라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5월 9일 이후 어떤 방송사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가장 잘 읽었는지는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다. 지상파 3사가 장악하고 있던 대선 방송 시장에 종편이 뛰어들었고 비실시간 방송들(유튜브, MCN) 등도 가세해 다양한 전투가 일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누가 승리하든, 혹은 어떤 사업자가 화제로 떠오르든, 승자는 디지털 노마드 속 시청자의 움직임을 가장 발 빠르게 따라가는 사업자가 될 것이다.

갤럭시 노트7의 실패 이후 처음 공개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8 출시장에서 삼성전자 고동진 사장의 멘트다. “우리는 실수를 배우기에 충분히 대담해져야하며 우리의 실수 때문에 충분히 겸손해야 한다.” 방송 사업자들도 가슴에 새길 말이다.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 저작권자 © 인사이드케이블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