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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LO족으로 살아보기
우은환(TV끼고 사는 여자) | 승인 2017.04.17 11:14

중장년층의 로망인 「나는 자연인이다」(MBN)가 지난 4월 5일 최고 시청률 6.848%, 분당 최고 시청률 7.803%(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대부분 오지에 사는 50대 이상의 남자, 산 속 생활은 최소 10년 이상이다. 무엇이든 필요한 건 만들어 살아갈 줄 아는 최강의 생존력을 갖고 있는 ‘싸나이’들이 주인공이다. 도시인의 시선으로 본다면 궁색하고 불편해 보이지만 “오롯한 자유”를 즐기는 그들의 삶은 삼식이 취급 받는 도시 남자들에겐 충분히 매력적이다.

오지인을 찾아가는 「자연愛 산다」(TV조선)도 「나는 자연인이다」와 궤를 같이 한다. 도시의 삶이 UHD TV라면 오지의 삶은 아날로그 흑백 TV같다. 하지만 흑과 백의 조화는 아름다웠다. 소박한 지금의 삶은 평온해 보이지만 살아온 길은 험하고 거칠었다. 운명을 거부했던 반항의 시간을 넘어온 그들은 이제야 거울 앞에 돌아온 누이처럼 편안해 보였다.

사실 고달픈 건 3, 40대도 마찬가지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사교육 열풍이 무섭고, 아파트 평수 늘려가는 또래들의 놀라운 생존력이 겁난다.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것도 감수해야 하는 냉혹한 현실도 버겁다. 여자나 남자가 아닌 누구누구의 아내이자 남편이고, 누구누구의 엄마 아빠로 살아가는 삶은 때론 엄청난 고통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도망갈 수도 없다. 사방이 막혔다고 생각되는 순간, ‘더 이상은 행복을 미루지 않겠다며 새로운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명 욜로 (You Only Live Once)족.

tvN 프로그램 '주말엔 숲으로'와 '윤식당'(출처=tvN 홈페이지)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주말엔 숲으로」(tvN)는 오롯이 자신의 삶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나는 자연인이다」와 닮았지만, 도시적이고, 문명의 테두리를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선 세대 차이가 느껴진다. 서울을 떠나 제주를 선택한 전직 금융맨인 첫 회 주인공은 연세(年稅)를 내며 사는 집이지만 도시에서는 꿈꿀 수 없는 넓은 정원이 있고,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에서 낚시를 하고, 삼나무 숲에서 타악기를 연주하며 망중한을 즐긴다. 그의 여유 있어 보이는 선택이 조금은 비현실적인 듯도 했지만 부러웠다.

익숙한 도시를 떠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데, 아예 이 나라를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말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지만 다르기 때문에 유혹은 강렬하다. 체면도 내려놓는다면 무슨 일이든 해서 먹고살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자신감마저 든다. 그것이 여유라는 이름과 함께 한다면 더 없이 행복할 것이라는 꿈도 꿔본다. 「윤식당」(tvN)이 바로 그렇다.

인도네시아의 섬, 그곳에 문을 연 한식당이야기이다. 사장이자 쉐프엔 「꽃보다 누나」의 윤여정, 총괄 매니저이자 음료 담당엔 「삼시세끼」의 이서진, 알바생은 「꽃보다 할배」의 신구다. 막내이자 전천후 보조엔 배우 정유미가 합류했다. 투명한 바다와 열대의 푸르름, 불어오는 바람은 브라운관을 타고 넘어올 것 같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그곳에서 그들은 장사를 한다. 메뉴는 불고기 하나. 처음 하는 식당, 그것도 전 세계 사람들이 휴양차 찾아오는 곳이다. 손님이 안 오면 어떻게 하나, 맛없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 실수하면 어떻게 하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을 덜어내기 위해 그들은 유명한 쉐프를 찾아가 음식 비법을 전수 받고, 익숙하지 않은 칼질을 위해 수없이 야채를 썰었다.

하루에 몇 명의 손님이 와야 수지타산이 맞을까 같은 현실적 고민은 필요없었다. 한 달을 꾸민 식당이 영업 하루 만에 철거당하고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후다닥 2호점을 열어야했다. 손님이 적어 준비한 불고기로 때 아닌 회식을 했지만 그들은 웃었다. 방송이 아니라면 애간장이 타들어갔겠지만 이상하게 그런 그들의 대책없는 초긍정성이 자꾸만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것도 아닌데, 누구는 가능하고, 누구는 불가능한 이유는 뭘까.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건 누구나 겁나지만 어차피 한 번 뿐인 인생, 마음 가는 대로 발길 옮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TV는 끊임없이 말을 걸어온다.

인생은 한번, 그것은 나의 것, 무엇이 두려운가.

 

우은환(TV끼고 사는 여자)  tigerheeh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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