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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바로 이런 것
우은환(TV끼고 사는 여자) | 승인 2017.06.19 17:35

미래부에 등록된 TV채널은 약 300여개다. 정말 많다. 어떤 채널은 본방 사수를 위해 종일 들락거리지만 어떤 채널은 일 년 내내 한 번도 보지 않는다. 때론 거추장스러워 건너뛰기 채널로 설정해 놓기도 하니 채널 팔자 참 기구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모든 프로그램이 자기만의 재미와 감동을 갖고 있다.

리빙TV '형제꽝조사'는 8년째 방송되고 있는 낚시계의 무한도전이다.(사진=네이버TV 세모방 채널)

「형제꽝조사」(리빙TV)는 8년째 방송되고 있는 ‘낚시계의 무한도전’이다. 카메라는 단 1대, 눈부신 조명도, 북실북실 털 달린 마이크도 없다. 기획, 연출, 대본, 편집, 촬영, CG, 녹음 등 제작에 관한 모든 것은 일명 꽝PD 박기철 감독이 혼자 다 한다. MC 및 내레이션 및 기타 등등의 일은 친형 박형철의 몫이다. 형제는 용감했다.

녹화를 위해 주변을 정리하고 카메라 위치를 잡고 출연자인 낚시 고수들에게 촬영 계획을 설명하는 꽝PD는 비장했다.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자 모든 것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자칭 ‘리얼 시트콤’답게 매회 다른 형태로 편곡된 즉흥행진곡을 듣는 듯 「형제꽝조사」는 빠르고 경쾌했지만 허술하지 않았다. 제작비가 넉넉하지 않으니 협찬, 일명 PPL은 필수였다. 낚시 용품은 물론이고 펜션, 식당, 해양 스포츠 등 품목은 다양했고, 고지는 방송 하단 자막에서 우측 상단, 전체 화면까지 시공간의 빈틈을 잠시도 놓치지 않았다. 형제는 자본의 논리를 잘 알고 있었다.

촬영은 해 뜰 때부터 밤까지 이어졌다. 꽝PD 형제는 가장 극적인 장면을 잡기 위해, 보다 뭉클한 감동을 담아내기 위해,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낚시 비법을 찾아내기 위해 잠시도 쉬지 않았다. 꾸미지 않은 날것의 매력은 의외로 친근했고, 다듬어지지 않은 거칠음은 생각보다 편안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고, 낚시 분야에서 최고의 PD가 되고 싶다는 꽝PD 형제들, 그들의 낚시 사랑, 방송 사랑은 뜨거웠다.

또 다른 프로그램도 있다. 「스타쇼 리듬 댄스」(실버아이TV). 말 그래도 리듬 댄스 경연 프로그램이다. 출연자는 중장년 이상이고, 무대는 무도회장이다. 첫인상은 변두리 카바레에 입장한 듯 낯설었고, 어둡고 화려한 조명은 왠지 자유부인이 되라 유혹하는 듯했다.

본디 카바레는 1881년 프랑스에서 탄생했다. 주류 문화에 반기를 든 작가, 음악가, 화가, 연극연출가, 배우 등이 모이는 곳이었다. 20세기 초에는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에도 상륙했다. 1937년 한국의 모던 걸과 모던 보이들은 경성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경무국장 앞으로 편지를 보내 식민지라 차별하지 말고 경성에도 댄스홀을 허락해달라고 했다. 독립선언서만큼이나 진지했던 편지에도 불구하고 서양식 카바레는 1945년 이후에 활성화되었다. 한 때 탈선의 상징이기도 했던 카바레는 이젠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중장년층을 위한 문화의 장이 되었다.

그 변화를 「스타쇼 리듬 댄스」(실버아이TV)는 담고 있다. 녹화시간은 무도회장 영업이 끝난 새벽 4시부터 오후 4시까지 12시간동안. 작가와 PD는 전천후였고, 7단 건반을 자유자재로 연주하며 노래하는 마스터 나운도는 범접할 수 없는 전설 그 자체였다.

중장년 댄스 경연프로그램 실버아이TV '스타쇼 리듬댄스'(사진=실버아이TV)

조명이 들어오고 음악이 나오자 선수들은 무대에 올랐다. 해오화 댄스, 246 짝 발 댄스, 잔발 지르박 등 그들의 춤은 이름만큼 낯설었고, 등산복 또는 골프복으로 차려입은 무대의상은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일상적이었다. 반걸음, 아니 반의 반 걸음 정도씩 이동하며 어깨와 팔을 살짝 살짝 흔드는 리듬 댄스의 움직임은 소심했다. 억지로 춤을 추러왔나 싶을 만큼 무뚝뚝한 표정은 춤추는 순간에 완전 몰입했음을 의미하고 있었다. 춤이 끝난 뒤 그들의 얼굴엔 흠뻑 즐긴 자들의 웃음이 퍼져 나왔다.

「형제꽝조사」와 「스타쇼 리듬댄스」는 세상의 모든 방송을 보여주겠다는 「세모방」(MBC)을 통해 소개되면서 화제가 되었다. HD를 넘어 UHD를 향해가는 시대의 시선으로 본다면 「형제꽝조사」나 「스타쇼 리듬댄스」는 변방의 북소리 정도겠지만, 거액의 제작비나 대규모 시스템 없이도 진솔한 감동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 이 프로그램들이 난 자꾸만 기다려진다.

 

우은환(TV끼고 사는 여자)  tigerheeh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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