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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진담을 들어보자
우은환(TV끼고 사는 여자) | 승인 2017.08.18 17:23

“젊을 땐 다 그런거야”, “진짜 고생이 뭔지 몰라서 그래”,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다 게으르니까 못 하는 거지”, “옛날에 우리가 한 고생에 비하면 요즘 아이들 고생은 아무 것도 아니야” 여기에 못을 박는 한 마디 “나도 다 해봐서 알아” 듣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살아가는 시대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변화된 오늘을 공감하지 못한 채 오래된 경험만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우리는 ‘꼰대’라고 부른다. 그 꼰대들을 향해 청춘들이 정색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열정같은 소리」(On Style)는 ‘헬조선, 금수저·흙수저, 열정페이, 청년실신(청년 실업자, 신용불량자),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등 유행하지 않았으면 하는 신조어들에 둘러싸여있는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해보라’며 판을 펼쳐주었다.

사실 방송을 통해 청춘들의 고민을 실감나게 듣는다는 것이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고 했을 때부터 다큐멘터리를 비롯한 각종 교양 프로그램에선 다양한 사례와 데이터 분석이 이어졌다. 희망 없는 고단한 일상 속에서 더 이상 삶을 이어가지 못한 청춘들의 사건은 톱뉴스가 되었고 시급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미생」(tvN), 「자체발광 오피스」(MBC), 「쌈, 마이웨이」(KBS2) 등 드라마도 청춘들의 삶을 그려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춘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 6월 111회를 마지막으로 시즌1을 종영한 「김제동의 톡투유 - 걱정말아요 그대」(JTBC)도 청춘들의 고민과 함께 했다. 청년 실업, 비정규직 문제, 외모 지상주의, 스펙 우선주의, 수저 계급론, 알바 지옥 등 조심스럽게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놓는 그들에게 김제동은 그저 “맞다 맞어”, “어쩜 그럴 수가”, “나라도 그랬을 거예요”라며 맞장구쳐주었다. 말할 수 있는 자리, 공감할 수 있는 시간, 함께 울어줄 수 있는 마음이 김제동을 2년 동안 그 자리에 있게 한 비법이었다.

「열정같은 소리」도 그렇게 무엇을 이야기 하든 청춘들의 열변을 막아서지 않았다. 방송심의 걱정은 제작진의 몫이었다. 청춘들에게 공감한다고 하면서도 가르치려 드는 어른들은 출연대상이 아니었다. 열정페이 계산법의 창시자인 드러머 김간지, 페미니스트 배우 김꽃비, 월간 잉여 편집장 최서윤, 사회와 현실에 대한 날선 비판자인 레퍼 제리케이, 가수이자 영화감독인 이랑, 프로듀서 101의 장문복, 모델 심소영등이 청춘 대변인이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솔직하게, 그러나 무례하지 않게 이야기하고, 나누었다. 이들의 이야기에 함께 하는 사람은 작가 허지웅, 나름 까칠한 성격의 그는 넉넉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른들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변명을 하기도 했다. 조심스럽게, 그리고 가끔씩.

“우리는 졸라 젊다”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비속어이지만 이들은 당당히 이 말이 씌여 있는 벽 앞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일이 희망적이라면 거짓이고,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자니 너무나 암울한 그들에게 꿈은 멀리 있고, 현실은 척박했다. 2017년 최저 시급 6,470원, 그것도 다 주기 싫은 고용주는 노동 시간을 30분, 15분 단위로 쪼개는 ‘임금 꺽기’를 한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며 열정 페이를 강요하는 일은 다반사다. 하지만 청춘도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한다. 자아실현도 돈이 있어야 하고, 꿈도 돈이 있어야 이룰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세상이 그들에게 요구하는 스펙은 점점 늘어갔다. 학력, 자격증, 어학연수 정도는 기본이다. 봉사활동, 공모전, 토익, 인턴 경험, 우수 학점에 이젠 성형까지도 스펙이란다. 그 모든 것을 갖추어도 취업의 관문은 여전히 좁고, 뛰어넘어야할 벽은 높기만 하다.

청춘 대변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는 지 답답했다. 「열정같은 소리」가 그 답을 찾아줄 것이라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들이 아니라 자기 앞의 생을 만들어가는 청춘들의 치열함을, 어른들이 어질러놓은 세상에서 고생하고 있는 청춘들의 힘겨움을 진지하게 보고 들을 수 있는 공감의 시간이 되길 기대해본다.

청춘이여 기죽지 마라.

우은환(TV끼고 사는 여자)  tigerheeh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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