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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행 처음이네요
우은환(TV끼고 사는 여자) | 승인 2017.09.18 20:42

한 채널 건너 여행 이야기, 한 채널 건너 먹는 이야기다.

세상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지만 시도 때도 없이 먹고 노는 것을 보면 “소는 누가 키우나”라는 철 지난 유행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데 또 여행 프로그램이란다. 이번엔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 출신 방송인들의 친구들이 나온다고 했다. 「비정상 회담」(jtbc)을 통해 익숙해진 알베르토 몬디(이탈리아), 크리스티안 부르고스(멕시코), 다니엘 린데만(독일)이 고향에 있는 친구들을 불렀다.

한국은 들어본 적만 있고 와본 적 없는 친구들이 서울 구경을 하러 온다고 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MBC에브리원). 뻔한 예능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우리에겐 익숙한 서울의 일상 속으로 들어온 외국인들,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는 인문 예능이었다.

알베르토의 친구들은 자유로운 계획자들이었다. 이들의 고향은 미라노. 밀라노가 아니다. 인구 3만 명의 작은 시골 마을인 이곳 사람들에게 한국은 낯선 나라다. 인터넷 검색과 간신히 구한 여행 안내 책자로 여행을 계획하지만 이야기는 자꾸만 옆길로 흘러갔다. 보고 싶고 가고 싶은 곳을 정하는데도 몇 시간이 걸렸다. 마음에 드는 식당이 있으면 들어가고 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보면 된다는 느긋한 자유로움이 그들에겐 있었다.

자유롭다는 점에선 크리스티안의 친구들이 최강이었다. 여행 계획을 스스로 세우라는 제작진의 말에 배낭 메고 그냥 돌아다니면 되는데 무슨 계획을 세우냐며 순식간에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다. 그래도 방송인데 무언가 필요하다면 한국의 궁을 보고 밤 문화를 체험하면 어떻겠냐며 간단해도 너무 간단한 계획을 자신있게 내밀었다. 무엇을 보고 먹을 것인 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여행은 즐기는 것 그 자체였다.

하지만 다니엘의 친구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독일인답게 꼼꼼했다. 여행 가이드북은 기본이고 지도와 노트북까지 갖춘 그들은 웬만한 기획 회의 뺨칠 정도로 진지하게 논의하고 신중하게 결정했다. 분 단위 여행 계획은 세상 어디를 가도 문제 없을 만큼 완벽했다.

특이한 무언가를 꼭 보고 와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낯선 문화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을 밀착 관찰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서울을 즐기면 된다.그런데 같은 서울을 향한 그들의 시선은 달라도 많이 달랐다. 여행이 시작되면서 그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났다.

MBC에브리원 '어서와~한국은 처음이지?' 홍보 영상 캡쳐본(사진=MBC에브리원 홈페이지)

이탈리아 친구들의 여행길은 명동, 남산, 가로수길, 홍대로 이어졌다. 노천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즐겼고, 연초록으로 물든 봄날의 거리를 만끽했다. 독특한 건물이나 이정표에 여지없이 시선을 빼앗겼고, 경복궁의 고풍스런 자태와 병풍처럼 둘러있는 북악산의 능선을 보느라 멈춰서기도 했다. 그들이 묶었던 한옥은 여행의 멋스러움을 충족시켜준 신의 한 수였다. 화장품 하나를 놓고 깨알 같은 의견을 주고받을 때 이들이 세계 패션의 중심지에서 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즉흥적이었고 유쾌한 흥덩어리 멕시코 친구들은 어떤 순간에도 긴장하거나 움츠러들지 않았다. 비행기를 놓쳐 낙오되어도 그러려니 했고, 버스 번호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다른 버스를 탈 뻔 했을 때도 아직 한국에 적응하지 못해 그런 거라며 웃어 넘겼다. 축구의 나라에서 온 만큼 월드컵 축구 경기가 열렸던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보고 싶어 했던 그들은 아예 K리그 경기를 관람했다. 멕시코 국기를 몸에 두르고 입장한 그들은 자연스럽게 응원단과 하나가 되었다. 그들이 응원한 FC 서울이 극적으로 승리한 그날, 그들은 이미 K리그 왕팬이었다.

독일 친구들은 역사와 문화를 따라갔다. 임진각 평화의 공원과 제 3땅굴, 도라 전망대에서 분단국가의 현실을 체험했고,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을 찾아 한국의 아팠던 역사를 둘러보았다. 경주에선 찬란했던 신라를, 북한산에선 자연과 어우러진 웅장한 서울도 보았다. 잠시도 멈추지 않았던 그들의 지적 호기심은 마치 ‘알아두면 쓸데 많은 신비한 한국 사전’을 만들 듯 역사와 사회, 문화를 관통하고 있었다.

이들의 여행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지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서울은 언제나 새롭게 다가올 것 같다. 그것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새롭게 하는 비법인 듯했다.

 

우은환(TV끼고 사는 여자)  tigerheeh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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