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op
updated 2019.11.21 목 15:27
HOME 오피니언&인터뷰 미디어 인사이드
공영방송 정상화와 다시 넷플릭스
JTBC 한정훈 기자 | 승인 2017.10.26 19:29

최근 한국 방송 시장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공영방송 정상화’다. 길게는 지난 5월 대선 이후, 짧게는 8월 새로운 방송통신위원회 출범 이후, 정부는 9년 동안 망가졌던 MBC와 KBS를 정상화하는데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 공영방송 정상화, 9년 적폐 해소

정부가 선택한 공영방송 정상화의 첫 단추는 ‘사장 등 경영진 교체다. 현재까진 그렇다. MBC의 경우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 구성은 여(3)소 야(6)대 구조에서 구여권 이사 2명이 사퇴하며 ‘여대 야소’로 구조로 개편을 앞두고 있다. 방통위가 이르면 10월 말~11월 초 2명의 보궐이사를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현재 여당 추천 위원들이 과반을 차지해 조만간 대표적인 적폐 인물로 불리고 있는 ‘김장겸 MBC 사장’ 해임이 가능할 전망이다.

파업 50일을 맞은 KBS·MBC 노조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KBS·MBC 공동파업 50일, 투쟁 승리 언론노조 결의대회'를 열고 경영진 사퇴와 공영방송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2017.10.2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KBS도 더디지만 정부가 말하는 정상화 수순을 향해가고 있다. KBS 역시, 대주주 격인 KBS이사회의 변화가 매우 중요한데, 역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현재 KBS 이사진의 구성은 야대여소. 최근 구 여권 추천(현 야권)의 김경민 이사가 사퇴함에 따라 6대 4 구도로 바뀌었다. 야대여소의 격차가 줄어든 셈이다. 여전히 야당 추천 이사들이 다수이긴 하지만 말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과거 여권 추천 이사 중 한 두 명이 심각하게 사퇴를 고민 중이어서 KBS도 11월이면 이사회 구성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KBS도 2명의 보궐 이사만 현재 여권 측에서 임명해도 안정적인 야대야소 구도가 형성돼 고대영 KBS사장 해임이 가능하다.

이렇듯, 공영방송 정상화 작업은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속도가 더디다고 불만을 갖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다음 달 중순이면 노조들이 파업을 접고 현장에 복귀할 명분이 생길 것으로 예측된다. 아마 다음달 있을 방통위, 과기정통부의 국정감사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물론 김장겸, 고대영 사장의 교체는 공영방송 정상화의 1단계일 뿐이다. 여기서 ‘공영방송 정상화 작업’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들이 망가뜨린(혹은 그들의 진영이 망친) 방송의 공정성, 공영 저널리즘의 본령, 방송의 공공성 등을 회복하는 작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영방송 정상화의 과실은 시청자에게 돌아가야 한다.

MBC와 KBS 후임 사장들이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공범자들이 망친 공영방송의 저널리즘을 회복하는 ‘화학적 정상화’ 작업은 힘들고도 더딜 것은 자명하다. 이런 작업을 이끌어야 할 후임 공영방송 사장들에겐 “영광의 시간은 짧고 고민의 시간은 길 것”이다. 게다가 공영방송의 거버넌스는 방송법 개정(지배구조 개선, 편성위원회 강화)를 통해서만 이뤄질 것이다.

 

◇공영방송 정상화 그 이후

시기를 특정할 수 없지만 공영방송의 정상화된 이후를 생각해보자. 우리가 공영방송 정상화를 바라는 이유는 다양하다. 특히, 이 지면을 찾아보는 독자들에겐 말이다. 이용자에 머무르지 않은 사람들에겐 공영방송의 정상화 이후 닥칠 방송 시장 구조 변화가 더 많은 관심이다.

9년 만에 정권을 잡은 진보 정권인 문재인 정부가 대선 전부터 미디어의 건강한 발전, 시청자 중심의 방송 등을 내세웠지만 구체적인 실체는 아직 없다 사실상 모든 정책들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이른바 정상화 이후로 도입 시기를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방통위와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도 MBC와 KBS 정상화를 제외하곤 다른 유료나 민영 방송 서비스는 이야기조차 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유료 방송이 소외된 과기부, 방통위 국감’이었다.

하지만, 공영방송의 정상화되고 나서부턴 이런 방송 시장 구조 개편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방송법 개정부터 시작해 공영방송 수신료, 방송 광고 규제 완화, 인수 합병 등의 정책이 ‘미디어의 건강한 발전’이라는 이름아래 한꺼번에 불어 닥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일각에선 정상화된 공영 (지상파) 방송에 ‘선물’을 주기 위한 규제 개선책을 도입할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도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이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UHD의 정부 지원 등이다.

우리들로선 ‘공영방송 정상화’ 이후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지난 2000년 통합 방송법 도입 이후 거의 20년 동안 손보지 않았던 방송 시장 구조 개편(시청자 중심)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거세지고 있다.

이와 관련 방통위는 ‘방송미래발전위원회’를 만들어 급변하는 방송 시장 환경에 맞는 새로운 규제틀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난 90년대 말 2000년대 초 존재했던 방송개혁위원회(방개위)의 시즌 2인 셈이다. 실제 방송 업계에선 넷플릭스, 아마존처럼 새로운 방송 서비스가 나옴에 따라 더 이상 플랫폼 중심의 낡을 틀로는 새로운 사업자를 담아낼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콘텐트 중심의 수평 규제 등 시청자를 위한 새로운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방송미래위가 지상파 지배구조 개선 등의 작업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전체 방송 시장의 규제 체계를 만드는 역할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방송 시장 구조 개편에 대한 성패는 이 지점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공영방송 정상화에 묻혀 뼈대만 드러난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판단유보가 정답이다. 외주 제작 정상화 등 세부작업은 진행 중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너무 늦게 배달된 편지’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공영방송의 정상화는 매우 중요한 과제지만 방송 시장 정상화는 더 큰 개념일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넷플릭스를 다시 이야기 한다. 지난 3분기 넷플릭스는 530만 명이 늘어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했다. 새로운 가입자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모집됐다. 규모의 경제를 이룬 넷플릭스는 이제 가격 인상을 통해 본격적인 이익 실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넷플릭스의 가입자 증가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바로 오리지널 콘텐트다. 오리지널 콘텐트의 힘은 사업자에게 나오지만, 건강한 사업자를 만드는 원천은 정부가 제공할 수 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정책이 유료 방송에도 적용됐으면 좋겠다.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 저작권자 © 인사이드케이블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