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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에 대처한 '지역 미디어의 힘'
JTBC 한정훈 기자 | 승인 2017.11.24 22:23

지난 11월 15일, 수능을 하루 앞두고 발생한 5.4 규모 경북 포항 지진. 지역 대학교 기숙사가 무너지는 등 17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큰 자연 재해였다. 이 사고로 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됐고 수차례 여진이 이어지면서 국민 불안도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포항시를 특별 재난 지역으로 지정, 모든 행정력을 재난 복구에 투입”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런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미디어들의 대응도 빨랐다.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채널은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재난보도를 쏟아냈다.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미디어로서 어쩌면 당연한 자세였다. 특히, KBS의 대처는 적어도 이번만큼은 칭찬 받을만 했다. 파업 중인데도 말이다. 지난해 경주 지진의 학습 효과 때문인지, KBS는 지진 발생(14시 30분) 후 1초 만에 ‘재난 자막’을 송출하고 10분 후 특보를 편성했다.

 

◇재난에 대처한 ‘지역 미디어의 힘’

중앙 방송사들만이 재난 보도를 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 지난번 경주 지진 때도 그랬지만 경북 포항 지역 케이블방송사들은 신속하고 다양하게 방법으로 시청자들에게 피해 상황을 전달했다. 이들 SO들은 재난 방송을 특별 편성하고 SNS를 활용해 피해 현황을 공유했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주민들의 신변 안전과 피해 확산 방지에 기여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포항 지역 SO인 현대HCN경북방송은 지진 발생 후 신속하게 스크롤 자막, 방송특별편성, SNS를 통한 피해 현황 공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고 소식을 전파했다. 현대HCN은 지진 발생 직후인 14시 31분부터 포항을 포함한 전 권역의 가입자들에게 재난방송자막을 내보냈다. 특히, 여진으로 인해 불안에 떠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약10분단위로 업데이트된 내용의 자막방송을 지속적으로 송출했다.

포항지역 SO인 현대HCN경북방송은 대피소에서 주민들이 재난보도를 실시간으로 확인 할 수 있도록 TV를 설치하고 특집방송 편성을 통해 불안감 해소에 일조했다.

아울러 CJ헬로비전의 경우 포항인근 23개 권역에서 지진 재난방송을 광범위하게 편성했다. CJ헬로비전은 '영남방송·부산방송·경남방송' 스튜디오 3원 연결을 중심으로, 포항에 2개 취재팀을 급파해 현장연결을 진행했다. 특히, 시민 전화 연결·전문가 패널 초대 등의 다양한 포맷을 통해 4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진특보 뉴스와 페이스북 실시간 현장 생중계를 하기도 했다.

이외 티브로드는 직접 방송 권역은 아니지만 파업 자막, 뉴스 속보, 방송 하단, 자막 송출 등 신속한 정보를 전달해 ‘지역 매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지진 대처 요령과 수능 관련 소식 등을 방송했다.

 

◇평창올림픽 때도 ‘지역 미디어의 힘’을 볼 수 있을까

위의 사례들과 같이 이번 포항 지진에서 지역 미디어들의 활약상은 대단했다. 지역 기반 미디어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인 성과라는 평가도 많았다. 물론 다 좋았던 건 아니다. 아쉬웠던 부분도 분명히 있다. 연결의 부자연스러움과 가끔 보였던 전문성 결여 부분은 지역 기반 미디어로서 SO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이는 투자와도 연동된 부분. 케이블TV SO가 IPTV 등 전국 단위의 미디어와 경쟁하기 위해선 꼭 갖춰야하는 무기인 만큼, 앞으로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이 보다 더 아쉬운 점은 ‘홍보 부족'이다. 많은 성과가 있었음에도 우리에게 알려진 ’재난 보도에서의 SO의 역할은 아주 적다. 결국 이번에도 재난 방송에 대한 ’공‘은 중앙 미디어에 돌아갔다. 지역 미디어가 더 힘을 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지역 미디어의 힘, ‘평창’에서도 가능할까?

내년 2월이면 강원도 평창에선 전 세계인의 축제인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대규모 중계 시스템이 동원되는 동계올림픽은 미디어 공룡들의 기능 뽐내기 잔치이기도 하다. 이번 올림픽의 경우 TV에서의 경쟁이 디지털까지 옮겨 붙을 전망이다. 미국 올림픽 중계 주관사인 NBC는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1800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하겠다고 밝혔다. 올림픽 중계 사상 처음이다.

아울러 NBC는 평창올림픽에서 3개의 디지털 전용 프로그램(digital-only programs)를 선보일 계획이다. 골드존(Gold Zone), 올림픽 아이스(Olympic Ice), 오프 포스트가 그것이다. 이들 디지털 프로그램은 TV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시간과 양방향 디지털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NBC는 밝혔다.

이와 함께 NBC는 온라인을 통해 라이브 뉴스도 계속해 선보일 예정이다. 릭 코델다 NBC 디지털 미디어 스포츠 그룹 이사는 “디지털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이 언제 그리고 어디서든 그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집에서 뿐만 아니라 VOD, 애플리케이션 등 모든 미디어를 통해 NBC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된다.”고 언급했다. NBC의 라이브 방송은 2018년 2월 7일 시작되는데 아마존 파이어, 애플TV 등을 통해 스마트TV로도 방송할 예정이다.

KBS 등 한국 방송사들도 방송 기술 경연에 뛰어들 태세다. 초고화질(UHD)를 기본으로 5G를 앞세운 양방향 방송 서비스도 내년 2월엔 평창에서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평창올림픽은 소트트랙 등 경기와 함께 미디어 공룡들의 방송 서비스 경쟁도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역 미디어들의 역할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보지 못한 지역민들의 응원 모습, 지역 축제, 지역의 명소 등 평창올림픽 기간에도 지역 미디어의 존재 이유는 분명하다. 기회만 잘 살린다면 정부에게도 ‘케이블TV방송사들의 지정학적 의미’를 충분히 각인시켜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중계권 문제로 경기 화면은 담지 못하겠지만 올림픽을 둘러싼 여러 가지 지역 소식들은 지역 미디어인 SO들에게 우선권이 있다. 게다가 통신사들이 모회사인 IPTV사업자들도 어떤 식으로든 평창 소식을 다루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초조할 것은 없다. 평창올림픽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그렇고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는 모습에 대한 전달도 케이블TV방송사들이 충분히 맡을 수 있는 롤이다. 기술이 아닌 사람으로 승부수를 띄울 시점이 왔다. ‘평창’은 그 시작이다.

JTBC 한정훈 기자  news@incab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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