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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와의 전쟁 선포', 디즈니의 폭스 인수 속내는?
JTBC 한정훈 기자 | 승인 2017.12.29 09:51
디즈니 대표 캐릭터 '미키마우스'와 폭스 로고

역사적인 거래(deal)가 이뤄졌다. 현지 시각 지난 14일 524억 달러(약 57조1000억원)에 21세기 폭스그룹(21th FOX)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세계 1위 영화사이자 미디어 기업인 디즈니가 3위 영화사인 21세기폭스와 폭스 TV의 콘텐트 부문을 흡수하는 그야 말로 대형 딜이다.

두 공룡의 결합은 전 세계 미디어 업계의 지각 변동을 가져 올 전망이다. 디즈니는 두말할 필요 없는 세계 최대의 콘텐트 스튜디오다. 마블스튜디오를 통해 스파이더맨 등 수많은 슈퍼 히어로(어벤져스)의 지적재산권(IP)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21세기폭스는 영화 ‘아바타’, ‘에일리언’ 등 인기 콘텐트를 가지고 있다.

이번 인수합병은 영화팬 입장에선 환영한 말한 일이다. 디즈니의 ‘어벤져스’와 폭스의 ‘엑스맨’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엑스맨 울버린과 어벤져스 스파이더맨의 대결도 예상할 수 있다.

 

◇‘폭스 인수’ 넷플릭스, 아마존까지 긴장

미디어 업계가 이번 거래에 더욱 주목하는 이유는 좀 더 복잡하다. ‘디즈니의 폭스 인수’가 디즈니의 OTT전략의 핵심이라는 점 때문이다. 디즈니는 폭스TV를 인수하며 폭스가 보유하고 있는 훌루(hulu) 지분도 함께 취득했다. 전체의 30%로 최대주주다. 훌루가 어떤 서비스 인가. 디즈니(ABC), NBC유니버셜, 컴캐스트 등의 합작 투자로 만들어진 이 회사는 넷플릭스와 함께 미국 OTT(스트리밍TV)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현재 가입자 수는 훌루 미국 1200만 명, 넥플릭스 6200만 명으로 훌루가 밀린다. 그러나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주주 구성에도 볼 수 있듯, 훌루는 미국 지상파 드라마, 실시간 스포츠 콘텐트에 아주 큰 강점이 있다. 오리지널 콘텐트로 무장한 넷플릭스와는 또 다른 차별적 경쟁력을 가진다.

실제, 디즈니 CEO 밥 아이거는 “내년에 ESPN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공개하고 2019년 디즈니TV와 영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며 “이번 인수로 회사의 TV부문은 매우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훌루라는 플랫폼이 10년 전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유튜브 등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상기해보자. 그렇다면 이번 거래가 정확히 누구를 겨냥하는 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넷플릭스가 이번 인수를 이끌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디즈니가 훌루 지분을 30%나 갖는다는 것은 ‘디즈니의 의중대로 훌루’가 움직일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주주인 NBC유니버셜 등의 지분은 10%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디즈니가 이번 인수전에 나선 또 다른 계기에 대해 디지털 시대에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포석이다. 디즈니는 극장 관객이 줄고 인터넷으로 관람하는 관객이 늘면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진출을 다각도로 모색해왔다. 그러나 이 시장엔 이미 넷플릭스가 최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이에 맞서 디즈니는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OTT)를 키우기로 결론을 냈고 이번 인수로 처음이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는 천군만마를 얻게 됐다는 해석이다.

 

◇디즈니의 훌루는 ‘가족 친화적 서비스(a family-friendly)' 육성

이쯤 되면 훌루를 품은 디즈니가 OTT시장에서 어떤 방향의 전략을 펼칠지 궁금해진다. 이와 관련 디즈니는 2019년 독자적인 스트리밍TV(OTT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강력한 경쟁자가 되는 셈이다. 디즈니 측은 “2019년 가족을 타깃으로 한 스트리밍 서비스(family-friendly streaming service)을 론칭할 것”이라며 “새로운 스타워즈, 마블 시리즈도 독자 플랫폼에서 서비스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디즈니는 훌루도 소흘히 대하진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훌루의 경우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시청자에게 바로 다가갈 수 있는 효과적인 서비스’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두 서비스 간 영역 구분을 확실히 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디즈니의 독자 OTT서비스가 기존 디즈니의 DNA를 잇는다면 지상파 방송사 등과의 연합 플랫폼인 훌루는 선이 굵은 성인 콘텐트들의 주 무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디즈니는 훌루를 성인 콘텐트를 유통시키는 전초기지로 삼겠다고 공언한 상태. 아이거는 컨퍼런스 콜에서 “훌루가 성인을 위한 콘텐트를 제공할 것(Hulu would be “a more adult-oriented offering)”이라며 “폭스 등에서 생산하는 드라마나 각종 영화 콘텐트가 주된 내용이 되 것”이라고 언급했다.

디즈니의 이런 투 트랙 OTT전략은 당연히 ‘넷플릭스’를 공략하기 위함이다. 갈수록 인기를 더해가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트와 대적하기 위해선 전선을 확대해야 한다고 느낀 듯하다. 게다가 디즈니는 내년에 ESPN의 스트리밍 서비스(OTT)도 론칭하는 데 이런 움직임은 본격적으로 넷플릭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고립 가속화되는 미국의 유료 방송 사업자

디즈니와 넷플릭스의 싸움에 크게 영향을 받는 진영은 당연히 전통적인 유료 방송 사업자(traditional pay-television)다. 넷플릭스 등장 이후 가입자 감소에 몸서리치고 있는 미국 유료 방송 사업자들에게 지금은 시련의 계절이다. 디즈니라는 더 큰 적을 만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폭스와 결합한 디즈니라니.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건 현실이다.

디즈니는 이르면 내년부턴 넷플릭스에 자사 콘텐트를 공급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와 함께 ABC나 NBC, 폭스 등의 실시간 방송 시청자를 대거 확보하고 있는 훌루를 앞세워 유료 방송 시장의 영향력을 더욱 높일 것이다. 훌루는 현재 미국에서 12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디즈니의 욕심이 여기서 멈출 것인가. 시장의 시각은 그렇지 않다. 디즈니가 스트리밍 시장 확대를 시청자(혹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최적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한 강력한 콘텐트 경쟁력을 앞세워 플랫폼을 옥좨는 전략은 진행형이 될 것이다. 케이블TV, 위성방송이라고 해서 디즈니 콘텐트를 계속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긴 어렵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동등접근권으로 보호하지 않는 한 플랫폼의 미래는 위태롭다. 물론 플랫폼들에게 아직 기회는 있다. 아직은 플랫폼 사업자, 통신사, 콘텐트 사업자들이 합종연횡하는 단계이고 플랫폼의 위치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다시 한국 방송 시장을 생각한다.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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