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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곶자왈, 내게로 와 꽃이 되다제 36회 지역채널 우수프로그램 정규분야 수상작 <곶자왈 생명수를 품다>
KCTV제주방송 김석종 PD
KCTV제주방송 김석종 PD | 승인 2018.02.23 18:17
KCTV제주방송 김석종 PD

‘곶자왈’이란 말이 세상에 돌기 시작한 건 오래되지 않았다. 제주어로 숲을 뜻하는 ‘곶’과 거친 자갈과 덤불이라는 ‘자왈’의 합성어인 ‘곶자왈’은 10여 년 전부터 전국방송에 나오기 시작했다. 제주의 숲을 본 사람들은 놀랐다. “어떻게 이런 환상적인 ‘원시림’이 있을까?” “마치 ‘원령공주’에 나오는 ‘천상의 숲’ 같아!” “기괴하고 멋진 ‘천상의 숲’이야!”

맞는 말이다. 지난 10개월간 제주 곳곳의 곶자왈 숲을 다니며 제작진이 느낀 소감도 그러했다. 제주 출신의 촬영감독님들조차 처음 보는 광경이 많았다. 우리 곁에 항상 존재했을 텐데, 왜 아무도 몰랐을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곶자왈이란 말을 세상에 알린 건, 아이러니하게도 그 숲이 뚜렷하게 훼손되는 모습을 보면서부터다. 제주의 거칠고 척박한 해발 200~800미터 중산간 지역의 숲은 지난 수천 년간 버려진 땅이었다. 농사도 지을 수 없고, 먹을 물도 부족한 척박한 ‘곶자왈’은 그저 땔감이나 구하는 거친 나무 덤불일 뿐이었다. 모두가 버리는 땅이었으니, 거져 가져가라해도 안 가져가는 땅이었다. 그 숲에 골프장이 들어서고, 위락시설이 지어지면서 쉬이 파헤쳐졌다.

뭔가 이상했다. 가치 없는 숲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며 불안했다. 대체 저 숲은 우리 제주에게 무슨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일까?

 

“제주의 허파, 곶자왈”

1990년대에 들어서야 송시태 박사를 필두로 시작된 곶자왈에 대한 연구는 놀라움을 그 자체였다고 한다. 곶자왈이란 숲이 수많은 동식물의 생태 보고이자, 무엇보다 제주 지하수를 만드는 원천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물이 부족한 제주는, 허벅이란 물동이를 지고 물을 날라서 먹을 만큼 물이 부족한 섬이다. 남의 집 잔치에 물허벅 한통씩 하는 물 부조가 예의였을 정도다. 그런 제주의 생명줄이자 숨통인 물을 만드는 원천이 버려진 땅 ‘곶자왈’이었던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곶자왈’이란 제주 숲에서 수백년 간이 이어진 수많은 생명들에 이름을 다시 불러주는 작업이었다. 지나치다 밟을지도 모를 식물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소리 내며 날아가는 작은 새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한평생 곶자왈에서 말을 키워왔던, 이젠 늙어버린 ‘말테우리’들의 자부심을 다시 불러내는 과정이었다.

사실 담당 피디인 필자는 ‘곶자왈’이란 말조차 전혀 몰랐던 ‘육지 것’이다. 제주의 숲을 찍는다는 계획을 세웠을 때, 이 기괴한 ‘천상의 숲’을 어떻게하면 아름답게 찍을지만 골돌했다. 지난 해 6월 말부터 시작된 곶자왈 촬영은 “내가 대체 뭘 하는 거지”라고 매번 느끼는, 알수 없는 과정이었다. 잡초라 여길 수많은 식물들, 한밤중 불을 켜면 이리저리 귀찮게 날아다니는 벌레들을, 진흙탕 물로만 보이는 곶자왈의 물 웅덩이를 찾아다니며 카메라에 하나하나 담았다.

스치는 생명엔 이름이 있었다. 정말 그렇다. 수많은 동식물은 참 신기하게도 이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자체로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었다. 결국 곶자왈이란 ‘천상의 숲’을 필자는 다시 봤다. 지난 수천 년간 수많은 동식물을 잉태했으며 제주마를 키워낸, 제주 섬을 숨쉬게 하는 곶자왈이었다. 정말 ‘환상적인 숲’ 이었다.

 

"이 길이 맞나, 저 길이 맞나"

이 다큐멘터리는 사실 제주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동식물, 지질, 목축 분야의 전문가들에 의지한 바가 크다. 한평생 자신들의 고향인 제주를 연구하신 이들이 없었다면 이 프로그램은 제대로 시작도 못 했을 것이다. 이들이야말로 제주 섬의 자연과 문화를 지키는 최전선에 서 계신 분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십 년 동안 제주의 생명에 ‘이름’을 짓고, 그 ‘이름’을 불러주었다. ‘곶자왈’이라는 말도 이들이 탄생시킨 말이다.

알 수 없는 기괴한 숲길에서 많은 이정표를 준 제주의 여러 전문가 분들께 경의를 표한다. 평생에 걸친 그들의 연구가 개발로 파헤쳐지는 제주를 지키는 견고한 성이다. 그 성 중 작은 성 하나가 또한 이번 다큐멘터리라 생각한다. 더불어 ‘육지 것’에게 이번 다큐멘터리 제작을 맡겨준 KCTV제주방송 선배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KCTV제주방송 김석종 PD  docuforlif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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