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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 발언대] 일본 음란물, 저작물로 보호해야하나
주지원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상임변호사 | 승인 2018.02.23 15:13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주지원 상임변호사

지난해 12월 서울고등법원은 일본 AV(Adult Video) 영상물에 저작권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일본 포르노 영상 제작사가 국내 웹하드 업체를 상대로 자신들의 허락 없이 영상물을 유통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금지가처분을 청구하자 법원이 포르노 영상 제작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법원은 포르노 영상물이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아야 할 저작물이라고 인정하고, 웹하드 업체가 회원들로 하여금 웹사이트를 통해 일본 포르노 영상물을 업로드·다운로드 할 수 있도록 한 행위는 저작권 침해의 방조행위라고 봤다.
 
이에 대해 클린 인터넷 활동 기관인 사단법인 오픈넷은 '일본 포르노 제작을 장려하자는 서울고등법원'이라는 제목으로 법원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저작권은 창작이라는 행위만 있으면 발생하는 자연권이 아니라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 발전'이라는 제도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권리인데, 서울고등법원이 일본 AV 제작사의 저작권 침해금지청구를 받아들인 것은 '우리나라가 일본 AV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하고 일본 포르노 제작을 장려하자'고 정책적으로 선언한 것과 같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오픈넷의 비판은 타당할까? 우선 이번 재판부가 저작권 요건을 크게 완화했다고 지적한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 우리 대법원 판결은 이미 1990년 일본 시사주간지 '플래쉬'에 게재된 여성 누드 사진의 저작물성이 문제된 사건에서 '작품의 내용 중에 부도덕하거나 위법한 부분이 포함됐더라도 저작물로 보호된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이후 판례는 확고하고 일관되게 음란물이더라도 창작적 표현형식을 갖췄다면 저작물로 인정하고 있다. 저작물에 '윤리성'이라는 조건을 붙인다면 창작자에게 자체검열이라는 덧을 씌워 저작권의 본질을 침해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판례의 입장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이 일본 포르노 영상물을 저작물로 본 것은 당연한 결론이다.

그렇다면 일본 포르노 영상물을 저작물로 본다고 해서 곧바로 문화산업의 향상 발전이라는 저작권의 본질을 해하게 되고, 그 제작을 장려하자는 결론으로까지 이어질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법원은 음란물 중 특히 소위 하드코어 포르노가 품고 있는 위법성 논란은 형법, 정보통신망법, 관세법 등을 통해 제작이나 유통을 처벌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저작권은 저작권대로, 음란물은 음란물대로 다루는 '투 트랙(two track)' 입장이다. 나아가 음란물 중에서도 일방적인 강간행위를 그대로 담은 스너프 필름(snuff film)이나 아동을 대상으로 촬영·편집한 포르노물은 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봐서 저작물 범위에서 배제한다.  

어쩌면 오픈넷은 무조건 포르노 영상물에 저작권을 인정한 판결이 부당하다고 비판하기 보다는 포르노 영상물을 '단순히 위법해서 다른 법으로 사회적 해악을 제거할 수 있는 영상물'과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본질적인 부분을 해하는 영상물'로 나누는 경계는 무엇인지, 그 모호성을 지적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오픈넷이 언급한대로 다수 일본 AV가 이른바 '신작 경쟁'으로 젊은 여성들을 속여 강제로 촬영했고, AV 강제 촬영으로 기소된 자들이 최근 오사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단순히 위법한 경우'라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본 칼럼은 2018년 2월 19일자 디지털타임스에 게재됐습니다. 

 

 

주지원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상임변호사  jiwjoo@kc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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