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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답을 찾을 꺼야. 늘 그랬듯이
JTBC 한정훈 기자 | 승인 2018.03.05 08:14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 2014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에 나오는 대사다. 인터스텔라는 세계 각국 정부와 경제가 완전히 붕괴된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남은 자들은 지구가 아닌 새로운 공간을 찾아 인류를 구해야 하는 미션이 주어진다.

 

◇뜨거운 주제 ‘합산 규제’ 일몰

이 지점에서 영화 <인터스텔라>를 이야기하는 건 바로 ‘합산 규제’ 때문이다. 요즘 국내 방송 시장은 ‘합산 규제 일몰(日沒)’ 논란으로 시끄럽다. 합산 규제란 케이블TV, IPTV 등 유료 방송 사업자 중 특정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전체의 33.3%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KT IPTV의 시장 독점이 한창이던 지난 2015년, 시장질서 회복을 위해 3년 일몰 조항으로 도입됐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 모습. &copy; News1 오장환 기자

 문제는 3년 일몰이 오는 6월 이면 시한이 도래한다는 것이다. 즉, 6월까지 합산 규제를 연장하지 않으면 7월부턴 규제 룰(rule)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다. 올 초부터 이 조항에 대한 논의는 뜨거웠지만 최근 더욱 핫(hot)해진 이유는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의 발언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합산 규제와 지역 사업권의 폐지”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사실, 일몰 규제는 엄밀히 말해 방통위의 권한도 아니지만 방송 통신 규제 기구의 수장인 방통위원장이 관련 언급을 하자, 사업자들은 난리가 났다.

KT를 제외한 IPTV사업자, 케이블TV 사업자는 “KT의 유료 방송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어선 데다 합산 규제까지 없어진다면 (방송 시장) 독과점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일몰 연장을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KT는 오는 6월 말 예정대로 규제가 일몰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몰 연장이 법을 통해서 이뤄져야 하는 만큼, KT 및 KT관계자 직원들의 국회 출입이 더욱 늘었다는 후문이다. KT 측 관계자는 “합산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미디어 분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도 합산 규제 유지와 폐지 사이에서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규제 간소화를 내세운 정부의 정책 기조도 이 논란에 가세하면서 ‘합산 규제 일몰’의 실타래는 지나치게 얽혀있다. 그렇다면 이 논란을 쉽게 정리할 방법은 없는 것인가.

 

◇케이블TV의 위기, 지역 방송의 위기

현재 국내 방송 플랫폼 시장은 케이블TV, IPTV, 위성 방송 등의 사업자가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펼치고 있는 형국이다. 더 세밀하게 말하면 케이블TV와 IPTV의 싸움이다. 과거엔 케이블TV 사업자가 유료시장을 지배하고 있었지만 ‘휴대전화, 인터넷, 방송’ 등 이른바 결합 상품을 통한 요금 할인을 무기로 IPTV가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IPTV의 확산으로 케이블TV의 위기론은 점점 더 현실이 되고 있다. 여기에 합산 규제 일몰은 케이블TV의 위기론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만약, 합산 규제까지 없어진다면 IPTV사업자(현재는 KT)의 기세는 더욱 강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각 플랫폼 내 시장 점유율 규제(3분의 1)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합산 규제가 없어진다면 규제 형평성이 무너지는 상황이 온다. SO와 IPTV는 각 법에 따라 1/3 규제는 존재하나 위성방송은 가입자 수 상한선은 없기 때문이다.

케이블TV의 위기는 ‘지역 방송의 위기’와 다르지 않다. 지상파 지역 방송들은 지역성을 구현하긴 커녕 서울 방송을 재전송하는데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반해 케이블TV의 경우 ‘종합유선방송 구역(미래부 고시)’에 따라 전국을 78개 지역으로 나눠 지역 방송을 송출하는 매체다. 이 규정을 근거로 케이블TV사업자들은 지역을 위한 지역 정보나 관련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 물론 케이블TV사업자들에게 지역성을 부여한 이유는 ‘중앙 집권화 된 지상파 및 전국 방송’의 못하고 있는 틈새를 메워달라는 의무 탓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난 20일 '제 36회 케이블TV 우수프로그램 시상식'을 열고, 지역민에게 폭넓은 정보를 전달한 지역채널 기자, PD를 선정해 상을 수여했다.

다시 말하면 케이블TV의 위기는 단순히 특정 방송 사업자의 경쟁력 약화에 그치지 않는다. 시청자들의 방송 선택 및 지방 분권화의 위기와도 연관된 부분이다. 지역에서의 케이블TV가 약해진다는 것은 지역 방송 소멸과 동일어가 될 수 있다. 때문에 국회에서도 케이블TV의 방송 권역을 명확히 하는 법안(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발의된 상황이다.

 

◇케이블TV의 위기, 방송 선택권의 위기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평창 동계올림픽도 끝이 났다. 평창 동계 올림픽은 2014년 소치 등 여타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시청자들을 열광케 했지만 과거와는 다른 점이 있었다. 한국에서 개최됐다는 단순한 이유가 아니다.

다름 아닌 ‘모바일 방송’의 위력을 확인한 첫 번째 올림픽이라는 점. 평창 동계올림픽은 과거 어떤 올림픽보다 모바일 방송의 힘이 훨씬 강했다는 평가다. 과거 안방 TV를 통해 쇼트트랙이나 컬링 경기를 보던 시청자들은 이번엔 손안의 TV로 짜릿한 현장 승부를 즐겼다. 지하철에서 안방에서 시청자들은 짜릿한 승부의 경기를 돌려보고 또 돌려봤다. 여기엔 5G 등 통신 기술의 발전도 한몫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SK브로드밴드 등 일부 통신사들은 OTT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물론 이번에도 지상파 방송만이 올림픽을 중계했다. 이런 관점에서 OTT서비스의 확대는 시청자들에게 ‘끊김 없는’ 지상파 방송의 시청 경험을 제공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OTT의 확산이 ‘지역 매체’로서의 케이블TV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확산되는 OTT서비스로 인해 지상파 방송들의 영역을 더욱 확대되는 반면, 지역성 구현에 대한 역할은 점점 더 작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푹(pooq)이나 티빙(tving)과 같은 OTT서비스들은 지역 시청자들에게도 ‘서울 방송’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OTT 활성화 시대에 지역성(혹은 지역 민심)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방송 매체는 현재까지는 케이블TV가 유일하다고 단언한다. 현재는 미디어 다변화 시대지만, 방송의 지역 구현과 관련, 오히려 케이블TV의 장점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합산규제의 일몰’은 지역 방송(혹은 방송의 지역성)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물론, 방송 산업 경쟁력과 관련해 ‘합산 규제’에 대한 논란이 많다. 합산 규제를 없애면 방송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논리도 분배는 아닌 성장 위주의 관점에 가깝다. 적어도 지역 구현에 관해서 합산규제 일몰은 한번 더 검토되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케이블TV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한다. 뉴미디어를 넘어 음성 인식이 미디어 시장을 장악해 들어오고 있는 지금. 케이블TV는 지역성 구현에 유일한 매체라는 장점을 살릴 필요가 있다. 지역성을 더 세분하면 개인이 되므로 현재의 미세화된 미디어 트렌드와도 멀지 않다. 20여 년 전에 지상파 중심으로 단조로운 시장에 큰 파장을 남겼듯, 앞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가 가능하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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