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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윤진아’에게 보내는 러브 레터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우은환(TV끼고 사는 여자) | 승인 2018.05.02 10:47

영화 <다이하드>의 근육남 브루스 윌리스가 부르는 ‘Save the last dance for me'는 감미롭습니다. ’국민 연하남‘이란 애칭을 갖고 있는 정해인의 미소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살살 녹여줍니다. 손예진은 나이를 먹어도 왜 그리 사랑스러운 지 조금 약이 오르기도 합니다.

요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때문에 설레는 사람이 꽤 많은가 봅니다. 연상연하 커플이 더 이상 화제가 되지 않는 시대이지만 그래도 네 살 어린 남자와의 달달한 연애는 부럽습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자기 자신보다 상대방을 더 소중하게 여겨주는 마음 가진 남자 어디 없을까요? 푸석해진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이들의 연애이야기도 재미나지만, 보다 관심이 가는 건 손예진이 연기하는 윤진아 라는 인물입니다.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사진=JTBC 홈페이지 캡쳐)

윤진아는 커피 회사 슈퍼바이저로 서른 다섯살입니다. ‘이왕이면 최선을, 좋은 게 좋은 것’이라 생각하며 사는 그녀는 조직내 화합력 뛰어나고 똑 부러지게 일도 잘합니다. 그녀의 별명은 ‘윤 탬버린’. 직원들과의 회식이나 거래처와의 약속이 있을 때 마다 식사하고 술 마시고 노래방 가는 것이 무슨 법이라도 되는 양 일사천리로 이어지는 그 의식에 진아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더라구요. 그것도 생글생글 웃으면서. 동료 여직원들은 그런 그녀가 영 맘에 들지 않지만, 진아는 회사 생활이 다 그런 거라며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워커홀릭까지는 아니지만 그녀는 야근이나 출장을 겁내지 않습니다. 자신이 관리하는 영업점 점주가 방황할 때는 함께 술 잔 기우리며 해결 방법을 찾아보는 인정이 있지만, 업무에서는 조금도 봐주는 것 없는 원칙주의자이기도 합니다. 이사의 실수로 신규 영업점 오픈 행사가 엉망이 되었을 때도 군말 없이 뒤처리 다했습니다. 속에선 부글부글 화산 몇 개가 폭발했지만 발뺌하는 이사 앞에서 어쩔 수 없었죠.

그런데 어느 날 진아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같이 식사하다가 술 한 잔 하고 노래방에서 탬버린 치고 불쾌한 스킨쉽 참는 거요? 저 이제 그딴 거 안 하려구요. 지겨워서 못하겠어요.” 업무 범위를 벗어난다고 생각했고, 부당하다고도 느꼈지만 그냥 옷에 묻은 먼지처럼 툭툭 털며 지냈던 일들을 거부하기 시작한 겁니다. ‘윤 탬버린’이란 별명을 벗어던지던 순간의 진아는 좀 멋져보였습니다. 회사 내에서도 꼴통으로 소문난 차장은 무방비 상태에서 한 방 맞고 말을 잊더라구요. 진아의 반란은 ‘윤진아 나비 효과’가 되어 다른 부서 여직원들도 불필요한 회식을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은 적었습니다.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 졸업하고 똑 같이 시험 봐서 입사했지만 회사는 직원이 아니라 여자로 보려고만 하더라구요. 특수 업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결혼하면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각서를 쓰고 입사했던 것이 불과 삼십년전 일이랍니다. 여자이기 전에 인간이고 싶었던 많은 이들이 끝없이 부딪혀왔던 차별의 벽이 아직도 무너지지 않고, 수많은 ‘윤진아’ 앞에 버티고 있다는 것은 애석합니다. 그래도 부셔버릴 수 없으면 뛰어넘어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면 됩니다. 진아에게서 그런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녀의 형편없는 연애 성적표도 어찌 보면 누구누구의 여자 친구에 만족했던 의존성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이 가장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해주고,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에게 걱정스런 존재가 되지 않겠다는 자기 다짐을 하게 해준 준희. 어려서부터 친자매처럼 지내온 절친의 남동생이라는 것이 진아의 변화를 조금은 쉽게 한 점도 있지만 이제 그녀는 사랑도, 일도 ‘진아 스타일’로 당당하게 해나갈 것 같습니다.

이 세상 모든 ‘윤진아’는 그 멋진 변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부당한 모든 것에 대한 외침이기도 합니다.

 

 

 

2018년은 PP 최초 허가 2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 때는 지상파가 드라마 왕국이었던 때도 있었지만 케이블 드라마 시청률이 20%를 넘기는 시대, 톱스타들 출연 우선순위 매체가 된 케이블을 이젠 ‘드라마 제국’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요.

현대방송-SBS 공동제작 드라마 '사랑하니까'

그 제국은 1997년 방송된 <사랑하니까> 라는 드라마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케이블 1세대였던 현대방송과 SBS가 공동 제작한 이 드라마는 언어의 마술사이자 시청률 제조기라고 불리는 김수현 작가가 쓰고, 오현경, 이영애, 김규리가 세자매로 출연했습니다. 사람들은 당연히 SBS가 선방(先放)일거라 생각했지만 선방은 현대방송, SBS는 1주일 뒤 방송이었습니다. <응답하라 1988>이 tvN에서 방송된 후 지상파에서 방송된다면 어떻겠어요? 당시 케이블 보급률이 낮아 시청률은 미미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이블 선방은 역사로 기록되었습니다.

우은환(TV끼고 사는 여자)  tigerheeh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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