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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커팅族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필요한 때
JTBC 한정훈 기자 | 승인 2018.05.04 15:09

전 세계 유료 방송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유료 방송 가입자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변화를 주도하는 주체는 케이블TV, 위성TV, IPTV도 아닌 ‘OTT 사업자’.

기존 혹은 전통적인 유료 방송 서비스를 끊고 이들 방송으로 갈아타는 속도가 급속히 빨라졌다.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이 대표적이다. 얼리어답터의 선택으로만 보기엔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 불편한 진실, 미국 가구의 근본적인 시청 패턴 변화

미국 내 유료 방송 가입자들의 시청 습관(Comsumer behavior)이 변하고 있는 징조는 여러 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나타났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 지난 4월 27일 미 케이블TV회사 차터(미국 내 3대 케이블TV회사)는 지난 1분기 가입자가 12만 2,000명 줄었다고 밝혔다. 당초 미국 증권가에선 4만 명 정도의 가입자 이탈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성적표는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었다. 전년 동기에서도 차터는 10만 명의 가입자를 잃었다.

당연히 가입자 감소의 결과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실적 발표가 있던 날 차터의 주가는 12%나 하락했다.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투자 여력이 없어진 수년 뒤 차터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차터만의 고민이 아니다. 차터의 실망스런 실적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런 부정적인 리포트는 차타의 가장 큰 경쟁자인 컴캐스트, AT&T 등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 가정에서 유료 방송 서비스는 점점 더 설자리를 잃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청자들이 전통적인 TV서비스를 떠나서 스트리밍 비디오(Streaming-video service)로 달려(flee)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들이 달려가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넷플릭스(Neflix). 미국 가정을 평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현재로선 확실한 위너(winner)다. 국내외 서비스 가입자 수는 시장 예측을 뛰어넘어 무서울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가입자를 쓸어 모으고 있다.

넷플릭스의 약진은 ‘막강한 콘텐츠’의 힘 때문이다. 온라인 사이트와 검은색 바탕에 붉은 색 로고의 애플리케이션이 전부인 이 회사는 드라마 한 편당 80억 원의 평균 제작비를 쓰고 있다. 한국에선 32부작 드라마 한 시리즈를 만들 수 있는 돈이다.

Netflix가 2018년 선보인 '손오공: 새로운 전설' 서비스 페이지(출처: https://www.netflix.com/kr/title/80184682)

이런 기세를 누가 당할 것인가. 지난 4월 말 한국에 공개된 ‘손오공:새로운 전설’만 봐도 넷플릭스가 구현하는 영상에 입이 딱 벌어진다. (못 보신 분들은 적을 이해하기 위해 한번 보시길)

아마존이 프라임 가입 고객을 중심으로 서비스하는 ‘프라임 비디오(Prime video)’도 진격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아마존의 태풍은 아직 미국 내에서만 머물고 있다. 제프 베조스는 최근 컨퍼런스 콜에서 프라임 가입자가 1억 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어마어마한 수치다.

그러나 현재까진 프라임 비디오는 택배 고객이 이용하는 부가 서비스에 가까울 뿐, 유료 방송을 대체할 수준이 아니다. 아직은 월 2.99달러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관심 있으신 분들은 사용해보시길.(오리지널 히어로물 The Tick은 볼만 하다.)

 

◇ 현실화된 유료 방송이 없는 밤(life without traditional pay-tv)

케이블TV에는 다행스런 소식일까? 유료 방송의 위기는 케이블TV 진영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한국은 유독 케이블TV에 가혹한 시장이 되어 가고 있지만 말이다. 미국을 보면 KT 등 국내 IPTV사업자도 확장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유료 방송(pay-tv)에 기존 혹은 전통적(traditional)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는 순간부터 이미 가입자 변화는 예고됐다는 분석을 내린다.

앞서 말했듯 미국에선 통신사들도 가입자, 이용자들의 변화에 고전하고 있다. 실제 통신사 버라이즌의 방송 서비스 ‘Fios’ 가입자는 이번 분기 2만 2,000명이나 감소했다. 시장이 급격히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가정 내 통신 서비스도 코드 커팅되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수치다.

T모바일이 스프린트를 260억 달러(27조9천억 원)에 사들이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사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미국 당국의 승인이 변수지만 만약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합병 법인의 기업가치는 총 1천460억 달러(155조9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된다. 합병 법인의 계약자 수는 약 1억2천700만 명에 달하면서 버라이즌·AT&T와 경쟁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반면, OTT사업자들의 진격은 무섭다. 푹, 티빙, 통신 3사의 자체 OTT로 시장이 5분할되어 있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아마존과 넷플릭스로 분할된 시장의 양극화 경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특히, 아마존의 경우 현재보다는 미래 성장성이 무서운 사업자다. 지난 19일에는 NFL 중계 등 스포츠 중계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 여기에 유튜브TV를 앞세운 구글의 기세도 주목할 만 하다. 사실 시청 패턴의 변화는 OTT사업자가 아닌 유튜브로부터 시작됐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위원은 “요즘 10대들은 라디오도 유튜브를 통해서 듣는다”며 “모든 플랫폼을 유튜브가 다 장악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아울러 페이스북과 애플도 10억 달러 가량을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시청자들의 유료 방송 이탈 현상(viewers away from traditional TV)'은 보다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모펫네이던슨 리서치’(MoffettNathanson Research)에 따르면 지난 2015년에서 지난해 말까지, 2년 간 총 900만명 가량의 미국 내 시청자가 집을 옮기고도 유료 방송을 다시 가입하지 않거나 코드 커팅 했다. 엄청난 수치다. 실제 1위 케이블TV사업자 컴캐스트도 최근 4분기 연속 가입자가 감소하고 있고 AT&T의 디렉TV의 방송 부문 수익은 급감했다.

결국, 케이블TV가 최근 급격한 가입자 감소에 허덕이고 있지만 사업자들의 ‘시장 적응 실패’ 문제만은 아니라는 결론이다. 가입자(이용자들)들의 시청 패턴 변화에 통신사들도 방송 부문에선 미래가 마냥 긍정적이지 않다. 어차피 이들도 코드 커팅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면 힘든 시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유선보단 무선에, 리모콘보단 목소리(AI스피커)에 익숙한 코드 커팅족을 막을 순 없지 않은가. 미래에 적응하기 위해선 경쟁사에 대한 분석과 함께 코드 코팅 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퇴근 후 가족들이 모여 유료 방송을 보는 재미가 없는 밤은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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