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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성희롱 시달리는 찾동 "오늘도 위험하다"제37회 지역채널 우수프로그램 수상작 현대HCN <폭언·성희롱 시달리는 찾동 "오늘도 위험하다">
현대HCN 박기홍 기자 | 승인 2018.06.03 13:30
현대HCN 박기홍 기자

지난 1월 말, 한 여 검사의 성추행 폭로 이후 연극계 등 문화계에서 촉발된 미투운동은 교육계, 정치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안희정, 이문열까지. 이름만 들어도 내로라하는 유명인들이 입방아에 오르기 시작했고 권력의 정점에 서 있던 이들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미투 폭로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해자가 유명인이 아니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가해자가 유명하지 않다거나, 권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피해자들은 없을까?" 다소 위험할지 모르는 이 의문이 취재의 시작이었다.

미투 운동 사각지대를 살펴보던 중 최근에 취재했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직원들이 문득 생각났다. 주민 생명을 구했다는 미담 사례를 보도했었는데, 발로 뛰는 이들의 열정 뒤에 숨은 노고가 가려져 있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 수는 부족한데 일일이 복지 수요 대상자 가정을 찾아가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취재할 당시에 '젊은 여성이 이렇게 혼자서 집을 방문하면 혹시 위험하지는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곧바로 당시 만났던 취재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가정을 직접 방문하면서 성적으로 불쾌감이나 느낀 적은 없었나요?" "왜 없겠어요. 많죠..." 수화기 너머 떨리는 목소리로 답변이 왔고 취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현대HCN 뉴스와이드 '폭언, 성희롱 시달리는 찾동' 방송 캡쳐본

우선, 각 동을 찾아가 방문 사회복지업무를 전담하는 복지플래너를 만났다. 성희롱을 당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꽤 많았다. 사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건장한 20, 30대 남성도 폭언의 대상이 되고 있을 정도로 찾동 사업은 무방비 상태로 추진되고 있었다. 떠올리고 싶은 않은 기억을 전하는 이들의 떨리는 목소리를 최대한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심지어, 복지플래너는 사회적 약자라 불리는 이들을 가해자라고 말하는 것도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취재 과정에서는 일부 사례를 일반화하는 것이 아닌지 꾸준히 경계했다. 흔히 우리 주변의 약자라 불리는 이들에게 혹시 가해자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제2의 송파세모녀 사건을 막겠다는 복지플래너들의 신념이 흔들리는 걸 보고서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찾동 사업의 이면을 누군가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취재기자로서 그 역할을 하고 싶었다.

실제 피해자들을 만나봤지만, 결국 성희롱과 폭언 사례를 증명하는 객관적인 데이터 확보가 중요했다. 마침 운이 좋게도 서울시가 찾동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다섯 명 중 한 명 꼴로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취재에 있어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집요함도 중요하지만, 운도 따라야 잘(?) 풀린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집요함과 운이 맞아떨어지면서 기획취재 '폭언·성희롱 시달리는 찾동 "오늘도 위험하다"'가 보도됐다.

찾동 사업은 이제 강남구까지 확대돼 서울 25개 모든 자치구에서 시행한다. 조만간 서울시 424개 전동에서 사업이 펼쳐질 전망이다. 생명을 구한다는 미명 아래 누군가는 희생당하고 있지 않는지, 소외된 주민을 보살피는 이들이 정작 소외를 받고 있지 않는지, 앞으로도 취재기자로서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다.

현대HCN 박기홍 기자  spotlight@hyundaihma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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