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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국회에 거는 기대
JTBC 한정훈 기자 | 승인 2018.06.11 10:10

5월 말로 전반기 국회가 마무리됐다. 아니 아무런 성과도 없이 끝났다. 방송과 ICT, 과학기술 현안을 다루는 국회 소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역시 마찬가지다. 올 들어 과방위 표결을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안건은 총 26건. 방송 통신 업계에 산적해 있는 현안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다.

국회가 마무리됐으니 상반기까지 해결해야 할 사안들도 어쩔 수 없어 하반기로 미뤄졌다. 방송 업계 가장 큰 현안 중 하나인 ‘유료 방송 시장 합산 규제 일몰’ 문제도 그렇다. 합산 규제는 국회 공전으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오는 6월 27일 없어질(일몰)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당초 합산 규제 일몰을 막기 위한 원 포인트 국회도 예상됐지만 드루킹 특검, 추경 예산 처리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결국 사라지는 쪽으로 정리되고 있다.

 

 

◇6.13 지방선거, 방송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전반기 국회가 빈손으로 끝난 이유는 KBS와 MBC 사장 교체 등 공영 방송 문제가 결정적이지만 오는 6월 13일 실시되는 전국 지방자치선거도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국회가 정책 현안 보단 정국 운영에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여야 모두 민감한 문제는 지방 선거 이후로 미뤄놓은 상태다. 때문에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핵심 안건들이 쌓여만 가고 있다.

사업자를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피해도 크다.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케이블TV협회는 최근 합산 규제 일몰 위기와 관련해 “합산규제가 일몰되면 SO와 IPTV는 시장점유율 1/3 규제가 존치되는 반면 위성방송은 규제 자체가 사라져 규제 공백이 생긴다. 시장점유율 합산규제는 시장의 독과점 사업자 출현을 방지하고 사업자간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국회에 처리를 호소하기도 했다.

(성명서 전문 = http://www.incable.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068)

더 큰 문제는 하반기 국회조차 조기 개원이 불투명해 보인다는 점이다. 6월 지방 선거 이후 여야는 국회의장, 부의장 자리를 놓고 본격적으로 정쟁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이후 각 상임위원회가 구성이 논의되는데 현재 분위기로는 그 시기가 빨라야 6월 말로 예상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 News1 이광호 기자

게다가 국회의 전문성도 문제다. 지금 과방위에 속해 있는 여야 의원 모두 ‘사고(?)’ 상임위인 과방위를 떠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오는 2020년 총선이 있는 만큼 공천을 위해선 지역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알짜 상임위에 의원들이 줄을 선다.

실제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의 경우 내부 조사 결과, 비례대표 초선 의원 몇 명을 제외하곤 과방위 잔류를 1순위로 써 낸 의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방위 소속 야당 의원 한 보좌관은 “당에서 6월 5일까지 원하는 상임위원회를 써내라고 했는데 과방위는 1순위가 아니다.”라며 “어차피 과방위는 마지막까지 채워지지 않아 강제로 조정되기 때문에 미리 적어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현실적으로 각 당 간사들도 초선 의원이 맡을 가능성도 매우 높아지고 있다.

전반기 과방위 소속 의원들이 법안 처리나 방송 현안에 논의 속도가 매우 더뎠지만 2년의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 교체 정국에서 나름대로의 노하우나 내공이 쌓였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하반기 국회에서 과방위 소속 모든 의원들이 물갈이 되고 나면 과방위 시계(時計)는 2016년 초로 돌아갈 것이 자명하다. 여당 과방위 소속 한 보좌관은 “하반기 국회에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현안에 슬슬 더욱 집중해야 해 과방위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다”고 언급했다.

 

◇방송 시장 구조 개편 ‘시간이 없다.’

이렇듯 올해 국회 상황도 갑갑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냥 시간을 흘려버리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없다는 주문들이 많다. KBS수신료 인상(KBS광고 축소), 유료 방송 시장 구조 개편(M&A), 광고 시장 활성화 등 산적한 방송 현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고민의 끈을 놓은 사이, 미국의 Tech giant 들의 한국 시장 공략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세계 1위 OTT 업체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트 시장 투자를 강화하고 있고 플랫폼 사업자와 손잡고 안방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2016년 딜라이브를 시작으로 유료방송 플랫폼에 진출해, 17년 CJ헬로, 올해 LGU+에 진출했다.(사진=넷플릭스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국내 사업자들은 어떤가. 한국 방송사들은 정부와 국회의 낡은 규제에 묶여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선 외국 방송 사업자에 대응해 한국형 OTT, 토종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자는 목소리도 있지만, 시장의 경계가 없는 이와 같은 방식은 근본적 해법은 아니다. 결국 질 수 밖에 없는 싸움이다.

지키는 혹은 새로운 상생의 싸움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 여당 입장에서 시간이 많지 않다. 2020년 총선을 감안하면 국회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올해 하반기(7월 이후)에서 내년 말까지다. 이 사이에 적어도 KBS수신료나 방송 시장구조 개편(신규 서비스 규제 완화, 지역 미디어 강화 등) 중 한 두 개는 결론을 내야 한다.

국회나 정부가 만약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해줄 생각이 있다면 방송 광고 시장의 전체 틀을 다시 손봐야 할 것이다. 방송 시장이 아닌 온라인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방송 사업자들의 체력을 더욱 허약하게 하고 있다.

또 미디어 다양성과 시청 복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료 방송 시장 점유율 규제 유지, 지역 미디어의 존재 당위성 등은 이젠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더욱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고령화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방송 산업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낡은 규제 틀을 가지고 고민하는 사이, 방송 산업은 더욱 늙어 가고 있다. 젊은 층은 TV를 보지 않고 청소년들은 방송 콘텐트에서 더 이상 지혜를 구하지 않는다. 그들의 지혜의 원천은 이제 TV가 아닌 유튜브(Youtube)다. 사실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최근 닐슨이 미국에서 시청자들에게 인기 있는 드라마 10개를 분석할 결과, 시청자들의 평균 연령이 50세를 넘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드라마인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의 경우 평균 소비 연령이 53.1세에 달했다. 드라마 ‘엠파이어’의 시청자가 가장 젊었지만 주 시청자들은 나이는 40대(47세)였다.

물론 이와 같은 ‘방송의 고령화 현상’은 근본적으로 방송 사업자들의 잘못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신선한 시도를 가로막은 정부 규제도 탓도 크다.

국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점점 더 늙어가는 방송 시청자(TV Viewers are getting older)'를 막기 위해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시장을 여는 것도 국회고 시장을 가로 막는 곳도 국회가 만든 법적 규제다. 미디어 다양성과 미디어 복지, 그리고 4차 산업의 핵심인 콘텐트 활성화를 위한 생산적인 하반기 국회를 기대해 본다.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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