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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도 오디션이다TV조선 '히딩크의 축구의 신'
우은환(TV끼고 사는 여자) | 승인 2018.06.27 10:03

이쯤 되면 축구팬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채널을 고정하게 되지 않을까요? 벌써 16년 전이네요. 2002 한일 월드컵 12번째 선수가 되어 “대~~한민국”을 외치던 그때, 뜨거웠던 응원은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신화를 만들어냈고, 우리는 히딩크와 태극전사들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영광은 순간이었고, 16강 문 앞에서 고배를 마셔야했던 날이 더 많았습니다. 그럴 때면 뜬금없이 ‘안녕이라 말하지 말아요.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 히딩크 감독이 그리워지기도 했습니다.

그 히딩크가 돌아왔습니다. ‘차세대 태극전사 발굴 프로젝트’인 <히딩크의 축구의 신>(TV조선) 총감독으로 말입니다. <축구의 신>은 재능도 있고 열정도 있지만 축구 선수의 꿈을 활짝 펼치지 못한 선수들을 찾아내 유럽 리그 입단 테스트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 시대라고 세상을 탓하지만, 간절히 원하면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보게 해주었습니다. 누가 알겠습니까? 제 2의 박지성이 탄생할지.

TV조선 '히딩크의 축구의 신' 4회 영상 캡쳐본(사진=TV조선 홈페이지)

<축구의 신>은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인 <프로듀서 101>(Mnet)처럼 서바이벌 오디션입니다. <프로듀스 101>에 트레이닝팀이 있었다면 <축구의 신>에는 코치팀이 있습니다. 그들은 2002년 월드컵의 주역이며 히팅크호의 어벤져스들이었던 최진철, 송종국, 현영민, 이천수입니다. 이제는 중년의 아저씨가 된 그들이지만 변함없는 카리스마와 노련함이 노장의 멋으로 빛났습니다. 응모자 300명 가운데 서류와 면접을 통해 100명을, 1박2일의 공개 오디션을 통해 그 중 25명을 선발, 다시 한 달 간의 합숙 테스트를 거쳐 최종 선발자가 결정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하더라구요.

첫 테스트는 체력 테스트. 셔틀런이라 불리는 왕복 달리기를 통해 8명의 베스트를 선발하고 이들은 8개 팀의 주장이 되었습니다. 축구도, 아이돌 그룹도 팀웍과 개인기의 조화가 중요했습니다. 공개 오디션 두 번째 날의 미션인 팀간 경기는 ‘나’와 ‘우리’를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호흡 한 번 맞춰본 적 없는 이들이 서로의 재능을 바탕으로 포지션을 정하고 전략을 짰을 것인데 방송에선 그들의 첫날밤이 잘 조명되지 않았습니다. 나의 생각을 우리의 전략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궁금했는데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쩍 지나간 그 밤의 이야기가 시청자 입장에서는 많이 궁금했습니다. 하여간 둘째 날 팀간 경기를 통해 25명의 합숙 테스트 참가자가 선발되었습니다.

선발되지 못한 채 그라운드를 떠나야 하는 풀 죽은 참가자들의 뒷모습이 안타까워 보이는 만큼 어떻게 짧은 시간동안 참가자들이 갖고 있는 가능성과 능력을 알아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히딩크 감독은 그러더라구요. 좋은 선수를 알아보는 데는 2분이면 충분하다고.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는 말이겠죠?

공개 오디션을 통과한 참가자들은 전남 곡성에 마련된 축구사관학교에서 더욱 혹독해진 코치들의 스파르타식 훈련을 받았습니다. 숨이 끊어질 것 같았지만, 오늘의 고통이 내일의 나를 바꿔놓을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뛰고 또 뛰는 그들을 보니 갑자기 지금의 내 생활을 돌아보게 되더라구요.

<히딩크의 축구의 신>은 아이돌 오디션에 집중되어 있던 오디션 프로그램을 스포츠의 영역으로 확대시켰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확장이었습니다. 히딩크의 훈련법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오디션은 축구 선수로서 명심해야할 기본기를 복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축구의 기본은 체력이다”, “축구 선수는 어떤 상황에서도 베스트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 매일 1%씩 차근차근 쌓아 100%를 채워가라”,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인생도 그러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축구를 잘 몰라도 <히딩크의 축구의 신>이 기다려지나 봅니다.

 

 

 

왜 축구는 전문 채널이 없을까요? 있었습니다. 2000년 9월 1일에 개국한 ‘SBS 축구’ 채널이 유료방송 역사상 유일무이한 축구 전문 채널입니다.

새벽 5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하루 21시간 방송을 기본으로 한 ‘SBS 축구’ 채널은 월드컵 지역 예선, 일본 J리그, 유럽 리그 등을 중계 방송했습니다. 시청자들의 기대는 높아갔는데, 세리에 A나 분데스 리그 등의 굵직한 경기 중계권 계약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결국 2002 한일월드컵을 코 앞에 둔 2002년 1월 31일자로 ‘SBS 축구’는 막을 내렸습니다.

축구나 야구가 대중적 인기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골프, 낚시, 당구와 달리 전문 채널이 없다는 것은 아이러닐컬한 일이기도 합니다. ‘SBS 축구’가 지금도 있었다면 K리그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높았을 것이고, 월드컵 16강 진출도 조금은 쉽지 않았을까요? 하여간 ‘SBS 축구’는 스포츠 채널의 세분화와 냉혹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우은환(TV끼고 사는 여자)  tigerheeh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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