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op
updated 2018.12.10 월 14:52
HOME 오피니언&인터뷰
합산규제 일몰, 누구를 위한 일몰인가
상지대학교 김경환 교수 | 승인 2018.07.20 16:32

올 상반기 방송계 최대 쟁점인 합산규제가 2018년 6월 27일 끝내 폐지됐다. 이에 따라 방송법은 3년 전으로 다시 회귀하게 되었고, 시장점유율 1/3 규제 근거도 사라졌다.

합산규제는 유료방송시장 독과점 방지를 위해 2015년 3년 일몰의 한시법으로 도입됐다. 도입 당시 여야 의원들 간 합의에 따라 추후 시장상황을 지켜본 뒤 연장을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3년이 지나도록 단 한 차례도 합산규제에 관해 심도 있는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국회만 바라보던 정부도 합산규제 일몰 이후 시장상황에 대비한 보완책을 전혀 마련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상황은 유료방송의 시장 독과점과 관련한 일종의 입법 미비 상태를 불러왔다는 점에서 혼란이 불가피하다. 합산규제가 일몰됨에 따라 KT스카이라이프는 위성방송을 통해 가입자를 100%까지 늘릴 수 있게 됐다. 소비자는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를 같은 서비스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유료방송 시장판도에 큰 변화를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대로라면 초고속인터넷부터 IPTV, 인터넷 전화, 이동전화, 위성방송까지 보유한 KT의 유료방송시장에서의 독점적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지난 10년간 유료방송시장은 철저하게 자본과 산업 논리에 일관해왔다. 국내 방송통신시장은 통신사업자 중심의 결합상품 시장으로 고착화되고 있어 방송사업자가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취약하다. 이런 유료방송시장을 특정 사업자가 독점할 경우 유료방송시장의 다양성 후퇴로, 시청자 선택권 제한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시청자 선택권 제한 요소는 또 있다. 바로 채널(PP) 다양성 축소다. SO, IPTV, 위성방송 등 방송 플랫폼은 채널 편성권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 국내 방송시장은 소규모영세 채널사업자에 대한 보호 정책이 미흡하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 일몰로 독과점 플랫폼이 등장하게 된다면 경쟁력 약한 채널을 배제시켜 방송산업 생태계를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최근 글로벌 대형 미디어기업이 국내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는 상황에서 국내 미디어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의 공적 가치인 공익성, 다양성, 지역성 등은 점차 퇴색하고 있으며 방송의 사회문화적 기능은 외면 받고 있다. 방송산업은 통신시장과 달리 산업 논리 이외에 공익 논리가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사회문화적 영역이다. 정책방안 수립 시 방송의 공익성, 다양성, 지역성과 더불어 합산규제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이유다.

방송의 공익성과 지역성 구현은 유료방송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지역 케이블사업자는 지역채널을 통해 지역 맞춤형 방송을 24시간 송출하는 것은 물론, 지자체와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하며 그 가치를 스스로 입증해왔다. 최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선거방송, 국지성 재난에 맞춘 재난 보도는 지역성과 공익성의 가치를 실현한 좋은 사례다. 만약 이대로 합산규제가 폐지된 채 무한 경쟁으로 방송시장이 내몰린다면 이러한 사업자들의 설자리는 더 이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합산규제는 다양하고 튼튼한 방송 시장 환경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규제다. 현재 우리 방송시장은 애써 마련했던 시장 독과점 사업자 출현에 대비한 대비책이 사라졌다. 정부와 국회는 방송 시장의 판도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합산규제 폐지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여 이에 대한 조속한 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방송시장의 공정경쟁을 담보하는 마지막 보루가 합산규제다. 시장논리에만 맡긴다면 유료방송시장은 높은 자본력과 마케팅 능력이 있는 사업자만 존재할 수 있는 약육강식의 정글이 될 것이다.

방송 산업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공익성과 산업성의 조화를 통해 공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이제라도 국회가 일몰로 폐지된 합산규제를 대체할 후속입법을 추진해야한다.

 

상지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김경환 교수

상지대학교 김경환 교수  spark0123@kcta.or.kr

< 저작권자 © 인사이드케이블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