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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드커팅 가속, 한국 시장은?
JTBC 한정훈기자 | 승인 2018.07.31 18:02

우울한 전조는 결국 현실이 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력 경제지 중 방송 시장과 산업 관련 뉴스를 많이 소개하는 미디어 중 하나다. WSJ는 전문지와 경제지 사이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독자들에겐 다소 어렵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는 방송 산업의 흐름을 잡는데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최근 이 신문이 보도하고 있는 방송 분야 기사의 주요 흐름은 크게 2가지다.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대표되는 OTT(Over the Top)시장의 성장과 미국 내 인수합병(M&A)이다.

사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예를 들었지만 다른 매체의 보도 방향도 마찬가지다. 최근 다소 실망스럽지만 예단하기 이른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넷플릭스 등 OTT 사업자 보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지면과 온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또 AT&T의 타임워너 인수, 디즈니와 컴캐스트의 폭스 인수전 등이 미국 방송 사업자의 M&A관련 뉴스도 쏟아지고 있다. 미국 시장의 변화에서 한국의 방송 시장의 미래를 예측해본다.

 

◇ “Viewers cut the cable TV Cord Faster than Expected"

시청자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코드커팅한다. 최근 WSJ저널은 시청자들의 코드 커팅 현상, 다시 말해 ‘케이블TV으로부터의 가입자 이탈, 동시에 OTT로의 쏠림’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WSJ저널이 이런 단정적인 표현을 쓴 데는 미국 시장 리서치 업체 e마케터(eMarketer)의 최근 조사 결과 때문이다. E마케터는 올해만 미국 내 유료 방송 가입을 중단한 성인의 수가 약 800만 명으로 전년 대비 32.8%가 증가한 3300만 명에 달한다는 예측했다. 이는 당초 예상(2700만 명 내외)을 뛰어넘는 수치로 사상 최대치에 가깝다.

출처 :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망치를 보면 더 우울하다. E마케터는 '케이블tv로부터의 이탈(flight from cable tv)'이 매년 500만 명가량 늘어 오는 2022년이면 5,50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체 미국 인구의 20%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렇다면 유료 방송 가입을 중단한 시청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짐작이 가겠지만 유튜브, 넷플릭스, 훌루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streaming platform)가입자는 급속도로 늘고 있다. 넷플릭의 경우 지난 2분기 미국 내에서만 67만 명의 신규 가입자가 증가했다. 당초 예상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지만, 성장세의 둔화를 논할 때는 아니다.

문제는 차터, 컴캐스트 등 전통적인 케이블TV업체들이 이런 시장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진작 적과 싸우는 대신, ‘적과의 동침’을 선언했다. 캠캐스트에 이어 차터도 지난해 넷플릭스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좋지 못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차터의 유료방송 가입자는 12만2천명 감소했고(1분기) 컴캐스트도 9만6천명의 가입자가 서비스를 해지했다.

설상가상, 미디어 기업들도 잇따라 스트리밍 서비스(OTT)를 내놓으면서 케이블TV 사업자들의 시장을 넘보고 있다. 올해 초 디즈니의 스포츠채널 ESPN은 한 달에 4.99달러 가격으로 대학 축구, 프로 골프 등 인기 스포츠 콘텐트를 볼 수 있는 ‘ESPN+'를 선보였다. 또 내년도 2분기에는 디즈니의 모든 콘텐트를 볼 수 있는 OTT서비스를 내놓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M&A 관련 뉴스도 연일 화제다. 미국 대법원은 AT&T의 타임워너 인수를 허용해 독점에 대한 우려로 막아왔던 ‘업종 내 수직 계열화’를 사실상 용인했다. 이에 대해 미국 내 법률 전문가들은 “구글, 페이스북 등 기술 거인(Tech giants)들의 방송 시장 진격에 법원이 최소한의 경쟁 상황을 만들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traditional media companies)의 수직 계열화에 대한 우려보다 테크 기업의 방송 시장 진출을 더 경계한다는 이야기다.

디즈니의 폭스(FOX) 인수도 마찬가지로 읽힌다. WSJ의 평가에 따르면 ‘Competition with Netflix, dealmaking among traditional media companies’, 즉, 넷플릭스와의 경쟁이 미디어 기업들의 인수합병을 가속화시킨다는 분석이다. 디즈니는 연간 8조 원을 콘텐트 투자에 쓰는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엑스맨’과 ‘저스티스 리그’가 필요했다.

반면 폭스 인수에 실패해 수직 계열화의 꿈이 깨진 컴캐스트는 폭스가 가진 영국 스카이TV의 지분을 가져 글로벌 기업의 나가기 위해 혈안이다. NBC유니버셜을 보유하고 있지만 넷플릭스에 대항하긴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 정체된 한국 방송 시장(broadcasting market is virtually stagnant)

여러모로 미국 시장과 비교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거친 대비를 해보자면 한국의 방송 현황과 시장은 정체(stagnant) 그 자체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이 넘었고 방송 규제의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모습을 갖춘 지도 1년이 됐지만 큰 변화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방송계 적폐 청산으로 공영방송 사장 교체 등을 이뤄냈지만 당초 내세웠던 지배구조 개선에는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KBS 수신료 인상을 통해 공영 방송을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는 오르막길에서 희미해져 간다. 시간은 가고 힘은 빠진다. 유료 방송을 책임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정부는 유료 방송 시장의 해묵은 갈등에 대한 최소한의 개입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갈등의 서막은 CPS분쟁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지만, 국회 등에서의 지적에 반응할 뿐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와중에 부처들이 열심히 추진하는 정책들도 분명히 있다. 종편 특혜 폐지를 외피로 한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기다. 이 중 대표적인 정책이 방송 광고 시장 형평성 재고다. 방송 광고 시장에서 종편이 급성장했으니 지상파 방송 광고 규제를 완화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다. 이는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논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최근 열린 하반기 첫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업무보고에서도 몇 몇 의원들이 종편의 성장에 빗대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논의가 이제는 숙성됐음’을 강조했다. 이에 이효성 방통위원장도 “지상파를 대체할 수 있는 곳이 등장하고 시청 형태도 변했기에 이런 점을 고려해 의견을 모아보겠다"고 답하며 사실상 지상파들의 요구에 응하는 모양새였다.

중간광고 허용의 주된 논리로 쓰이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위기는 종편이나 다른 매체들의 성장에 기인하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평가도 있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은 “공중파에 대한 시장의 선호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도 (지상파 경쟁력 약화 원인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이 시장 확대가 아닌 해묵은 시장 분열 정책이라는 점에서 안타깝다. 정부가 지상파 중간광고 보다 더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방송 시장 선순환 구조’ 확립과 ‘시장 확장’이다. 물론 방송의 공공성이나 공정성 회복은 사업자가 아닌 언론의 가장 우선된 가치로 논외다. 지상파 경쟁력 강화가 시청자와 우리 방송 시장에 도움이 된다는 공식은 정부가 아닌 사업자 스스로가 증명해야 한다.

 

JTBC 한정훈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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