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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특별하게 사는 사람들의 '서울살이 이야기'제38회 지역채널 우수프로그램 정규분야 수상작, 티브로드 동대문방송 <서울별곡>
티브로드 동대문방송 양안선PD | 승인 2018.08.20 18:30

“사람은 누구나 특별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서울별곡’은 서울 사람들의 조금은 특별한 삶을 담는 휴먼 다큐멘터리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자 시작했다. ‘용두동 철공소 골목의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도심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용두동 철공소 골목을 마지막까지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티브로드 동대문방송 <서울별곡> 방송화면 캡처

 ■ 그 겨울 찾아간 동대문 용두동 철공소 골목

2018년 1월, 동대문 용두동 철공소 골목을 찾았다. 철공소 골목의 시작점에서 장인 3인방 사장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추운 날씨에 아랑곳없이 쇠를 깎고 있는 황세연 사장님 공장이 가장 먼저 반겼다. 20대부터 철을 만져온 80대의 사장님. 벌써 20년 이상 용두동 철공소 골목에서 자리를 지켜왔다. 손가락 두 마디와 바꾼 기술로 쇠를 만져온 황세연 사장님은 지난 추억을 되새기며 쓸쓸히 철공소 골목을 지키고 있었다. 옆 공장에서는 김선종 사장님이 환풍기를 만들고 있었다. 1970년대 청계천에서 넓은 작업 공간을 찾아 이주한 이들 중 한 명이었던 김선종 사장님은 용두동 철공소 골목의 과거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사장님은 주택가 골목에서 하나 둘 공장이 세워지며 철공소 골목으로 변하던 때를 회상했다. 오래된 기계를 매만지며 철공소 골목과의 이별을 준비하던 이문갑 사장님. 사장님은 공장을 계속 운영해주길 바라는 거래처의 요구가 난처하다며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점심시간이 되자 3명의 사장님들이 한데 모였다. 원래는 각자 다른 분들과 점심을 먹으셨지만 다들 뿔뿔이 흩어져 남아 있는 사장님끼리 식사를 같이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사장님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모두가 떠난 골목을 지키고 있었다.      

 

 ■ 철공소 골목에 자부심을 가진 장인들

철공소 골목에 남아 있는 사장님들은 기술에 대한 자부심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철공소라고 다 똑같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누구는 밀링을 가공하고, 누구는 재료들로 기계를 만들었다. 서로 다른 분야를 다루기에 일을 주고받으며 철공소 골목은 유지되었다. 유압 재키의 달인 김광현 사장님도 그런 철공소 골목의 장인 중 한 명이었다. 하나의 예술을 하고 있다는 김광현 사장님의 말에서 그의 일에 대한 철학이 묻어나왔다.

철공소 골목의 매력에 끌려 이곳에 터를 잡은 젊은 사장님도 있었다. 윤호병 사장님이 바로 그였다. 윤호병 사장님의 공장은 다른 공장과 다르게 젊은 직원들이 많았다. 그중에는 용두동에서 나고 자란 직원도 있었다. 수십 년을 용두동 골목에서 보낸 다른 사장님만큼 섭섭함을 지니고 있었다.

티브로드 동대문방송 <서울별곡> 방송화면 캡처

 ■ 철공소 골목을 떠나는 날

2월 말로 예정되어 있던 용두동 철공소 골목의 철거일이 미뤄졌다. 1월에 촬영했던 사장님으로부터 법원이 조정기일을 다시 정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이주할 곳의 공사가 지연되어 이주하지 못한 사장님들께는 그나마 다행인 소식이었다. 봄이 되고 윤호병 사장님의 공장이 이주하는 날, 다시 철공소 골목을 찾았다. 손때 묻은 기계들을 옮기며 직원들은 밑바닥부터 시작했던 그 날을 떠올렸다.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이런 치열하고 불꽃 튀기는 곳이 서울에도 있었는데 이제는 없어지게 된 것에 대해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 심재훈, 용두동 철공소 골목 'ㅁ' 공업


얼마 전에 ‘용두동 철공소 골목의 마지막 이야기’를 봤다는 고등학생을 만났다. 동대문구에 거주하고 있어 기억에 남았다는 그 학생의 이야기에 큰 힘을 받았다. 앞으로도 ‘서울별곡‘은 따뜻한 시선으로 오늘도 특별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온 우리 이웃들을 모두가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영상 보기 <서울별곡>

 

티브로드 동대문방송 양안선PD  yas@tbroa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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