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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살롱] 경계를 허무니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 | 승인 2018.08.30 17:27

 

새로운 것에 열광하는 것도 잠시, 대중들은 금방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원합니다. 그럴 때 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 어려운 걸 자꾸 해내죠. <놀라운 토요일>(tvN)도 그들이 해낸 어려운 일 중 하나인 듯합니다.

처음엔 그저 노래 가사를 맞추는 예능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한 때 인기 있었던 쟁반 노래방의 쓰기 버전쯤 된다고 할까요? 요즘 노래들이 워낙 리듬도 빠르고, 랩도 많고 가수들의 개성도 강하다보니 쉽게 알아듣기 어려울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가사 받아쓰기가 등장했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우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는 노래들은 노래를 좀 안다하는 사람들에게 조차 낯선 곡들이 많았습니다. 몰랐던 노래들의 발견. ‘싸운 날’, ‘아주 nice’, ‘로토’, ‘경고’, ‘큰새’, ‘블루’ 등등. 몇 곡이나 들어보셨나요? 가끔은 ‘내가 제일 잘나가’, ‘바꿔’, ‘La song' 같이 익숙했던 노래들도 있었지만, 정색을 하고 들어보면 제대로 들리지 않더라구요.

노래가 시작될 땐 모두가 흥에 겹죠. 하지만 받아쓰기, 일명 ‘받쓰’가 시작되자 출연자들의 낯빛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한국말을 하고 있는데 도통 분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것을 들었는데도 모두 다르게 적었죠. 이제 남은 것은 집단 지성을 동원하는 일. 서로의 의견을 모아 그럴듯한 답안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이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들은 신동엽, 박나래를 비롯하여 혜리, 키까지 나이와 활동 영역의 폭이 넓습니다. 진행은 붐, 20년차 방송인다운 내공이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올랐습니다. 오랜만에 진행 마이크를 내려놓은 신동엽은 마냥 신나보였구요. 누구는 핵심 단어를 잡아내고, 누구는 두서없이 받아쓴 단어들을 문맥에 맞게 정리합니다. 또 누구는 허방지방하는 듯하지만 뒷걸음질 치며 소를 잡기도 하죠. 짜 맞춘 듯 아닌 듯 각자의 역할은 명확했고, 함께 할 때 불가능한 것은 없었습니다.

게임에는 상이 있어야 제 맛이죠. <놀라운 토요일>에서는 전국 재래 시장에서 소문난 맛난 음식들을 상으로 줍니다. 어떤 때는 군침만 흘리다 말고, 어떤 때는 단합된 힘으로 받쓰 100점을 받아 음식을 먹습니다. 맛난 음식을 잘 먹어서, 맛난 음식을 전혀 못 먹어서, 가끔은 부활전을 통해 맛난 음식을 쪼금 먹어서, 모두 좋았습니다. 재래시장 음식들은 게임을 만나고, 옛 게임은 새 옷을 입고, 먹방은 조연의 자리로 물러나니 모두가 새로운 하나가 되었습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운명의 존재인 듯합니다. 굴러 떨어지는 돌을 올리고 또 올려야했던 시지프스처럼 말이죠. 지금 보면 새로울 것 없어 보이지만 온 힘을 다해 익숙함의 경계를 넘어왔던 프로그램들이 있었습니다.

케이블 방송이 낯설었던 1990년대 중반, 요리하는 스님, 영화 이야기 해주는 신부님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근엄한 종교의 틀을 벗어나 대중과 하나가 되었던 불교TV의 <선재스님의 푸른 맛, 푸른 요리>, 평화방송의 <가톨릭 영화마당>는 파격 그 자체였습니다. 시청자들은 경계를 넘는 이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그 응원은 매번 놀라운 무언가를 만들어냈습니다. 이젠 오락 프로그램에서 스님이나 신부님, 목사님을 만나는 것이 낯설지 않으니까요.

경계를 허물어 보세요. 여러분에게도 새로운 세상이 보일 것입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  tigerheeh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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