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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방송법과 넷플릭스의 확장
JTBC 한정훈 기자 | 승인 2018.09.03 10:19

세계 최대 스트리밍 방송 사업자 넷플리스(Netflix)가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방송 콘텐트 ‘스트레인저 씽스(stranger things)'가 기네스북에 오른 것. 넷플릭스는 스트레인저 씽스가 기네스북으로부터 2018년 온라인 오리지널 콘텐트 중 가장 많이 시청된 작품(The most in-demand digital original series, tops in a new digital category for online originals)으로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지난해의 경우 HBO의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이 2년 연속 이 상을 받았다.

‘스트레인저 씽즈’는 1983년 미국 인디아나주 호킨스의 작은 마을에서 갑자기 벌어진 수상한 일로 흔적도 없이 한 소년이 사라지며 시작되는 스릴러 드라마다. 이 드라마의 인기는 몰입감 높은 스토리와 주연 배우들(아역 배우)의 호연 때문이다. 이에 스트레인저 씽스는 현재 시즌 3까지 제작돼 방영을 앞두고 있다.
 

◇ 진격의 거인, 콘텐트 시장까지 장악하다

‘스트레인저 씽스’의 기네스북 등제가 주는 의미는 크다. 그동안 전 세계 가입자 1억 3000만 명까지 늘어나면서 방송 플랫폼을 장악한 넷플릭스가 콘텐트 시장까지 흡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콘텐트 투자비로 1년에 8조 원 가까이를 투자한 결과다. 일부에선 ‘공룡의 진격’이라고 비난하지만, 시청자(혹은 이용자) 측면에선 보다 객관적으로 볼 필요도 있다. 다양한 콘텐트를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점은 좋은 것 아닌가.

넷플릭스. © AFP=뉴스1

TV시청자들의 넷플릭스로의 이동은 무섭다. 미국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을 80%가까이 장악한 것은 물론이고 지난 2012년 진출한 영국 시장의 경우 6년 만에 가입자 800만 명을 확보했다. 최근 넷플릭스가 공들이고 있는 인도와 중국 시장까지 장악한다면 ‘넷플릭스 제국’ 건설도 머지 않았다는 평가다.

콘텐트 시장을 향한 넷플릭스의 진격을 ‘위기’로 보는 시선 중 하나는 방송 시장이 플랫폼이 아닌 콘텐트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콘텐트를 장악한 곳이 방송 시장도 지배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사실, 적어도 10대 청소년들은 방송사의 스테이션 로고를 더 이상 의식하지 않는다. 콘텐트는 소비하지만 그것이 원래 어디서 흘러왔는지는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다. 디지털마케팅기업 메조미디어가 ‘2018 타깃리포트’에 따르면 10대는 주로 ‘모바일 기기’를 통해 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다. 10대의 경우 열 명 중 2명만이 TV를 통해 영상을 주로 접한다고 답했다. 반면, 모바일이 주된 영상 콘텐트 시청 창구라는 답은 49%에 달했다.

넷플릭스의 성장성이 어느 수준까지 확대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전통 방송 시장의 균열과 구도 변화를 이끄는 역할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방송 시장 변화에 대해 한국의 대처법은 ‘규제’

나날이 늘고 있는 넷플릭스의 영향력에 대해 각국이 대처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한국의 경우에도 넷플릭스 등 OTT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해야 한다는 의견과 자율 영역에 맡겨둬야 한다는 논리가 상충한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 News1

이런 가운데 최근 국회에서 넷플릭스나 1인 방송 등 콘텐트 사업자를 법적 테두리 안에 포함하는 이른바 '통합방송법' 초안이 공개됐다.

김성수 민주당 의원 등이 주도하는 국회 언론공정성실현모임이 만든 이 법안은 방송법 개정안이라는 외피를 하고 있다. 인터넷TV(IPTV) 사업법과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을 폐지하고 두 법에 산재된 조항을 통합 방송법이라는 이름으로 포함시키는 것이다.

이 통합방송법 중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조항은 ‘사업자’들에 대한 규정이다. KBS, MBC, EBS 등을 공영방송으로 명확히 못 박았을 뿐만 아니라 기존 규제에 포함돼 있지 않았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개인방송(MCN)도 부가 유료방송사업자와 인터넷방송콘텐츠제공사업자로 각각 명명해 구체화 했다. 김성수 의원은 " 방송을 전송수단으로 분류했던 방식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바꾸는 문제“라며 ”넷플릭스 같은 OTT를 어떻게 방송 안으로 넣을 것인지, 공영방송을 규정하는 문제가 모두 논쟁거리지만 일단 논의를 시작한다는 측면에서 법안을 준비했다“고 언급했다.

객관적인 사실은 부가통신사업자(OTT, MCN)이 부가방송사업자로 변했다는 사실이지만, 규제 로 점철된 방송법 안에 뉴미디어 서비스가 포함됐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물론 이 법이 아직 완성된 발의된 상황도 아니지만, 국회에서 발의된 첫 통합방송법이라는 점에서 쉽게 볼 수 없다. 과거 전례를 볼 때 방송법 안에 포함된 사업자는 사회적인 여론에 따라 점점 더 규제가 강화돼 왔다. 실제,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서도 방송 콘텐트를 유통하는 온라인 서비스(넷플릭스, 푹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영국 방송 VOD 시장을 넷플릭스가 60% 이상 장악했다며 우리도 그렇게 되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공포감마저 제시하고 있다.

방송 역무에 맞게 사업자를 분류하고 규정하는 것은 당연한 정부와 국회의 책무다. 그러나 ‘시장 변화’을 읽지 못하는 규정은 혁신이 아닌 규제다. 산업의 분화는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지만 불필요한 규제는 사회적 비용의 증가를 불러온다.

마지막으로 사족 하나. 통합방송법 안에는 기존 IPTV와 케이블TV 구분을 없어지고 '다채널 유료방송사업자'로 분류하는 파격적인 조항도 담겨있다. ‘방송사업 인허가는 지역사업권에 따라 부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방송사업자가 전국사업권 인허가를 받은 경우 지역사업권은 저절로 소멸된다”는 내용. 현재 케이블TV는 지역사업자, IPTV는 전국사업자 인가인데, 케이블TV에 전국사업자 면허 획득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럴 경우 케이블TV 내 인수 합병이나 IPTV와의 기업 결합이 훨씬 더 용이해진다. 물론 IPTV나 위성방송처럼 전국 권역의 거대 케이블TV 사업자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공영방송에 대한 역무 규정, 신규 방송 서비스에 대한 법적 지위 부여라는 ‘통합방송법’의 당초 논의 취지보다 확장된 개념이어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권역 철폐로 훼손되는 지역성에 대한 걱정도 함께 말이다.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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