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op
updated 2018.12.14 금 09:10
HOME 오피니언&인터뷰 케이블 살롱
편성의 묘미
공희정 드라마평론가 | 승인 2018.10.02 13:06

얼마 전이었습니다. 채널을 돌리다 보니 영화 <아가씨>가 방송중이더라구요. 개봉 당시부터 대중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던 영화였지만 왜 지금 편성되었을까요? 당연히 <미스터 션샤인>(tvN) 때문입니다. 이날 <아가씨>의 부재는 ‘미스터 션샤인 김태리의 재발견’이었습니다.

신미양요를 배경으로 한 의병들의 이야기 <미스터 션샤인>은 재미와 의미, 수익까지 다 잡은 2018년도 최고의 흥행작입니다. 제작비 430억원이라는 자본의 규모도 놀라웠고,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동시 또는 순차 방송된다는 것도 획기적이었습니다.

이병헌과 김태리 뿐만 아니라 유연석과 변요한을 비롯하여 출연한 배우 누구 하나도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때로는 너무 아름다워 처연했고, 때로는 참을 수 없는 분노에 한없이 슬퍼지게 했던 영상들 모두가 명화였습니다. 대사도 그렇습니다. 애뜻한 사랑에서부터 뜨거운 애국심까지 격동의 구한말 모든 순간을 담아낸 대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시이고, 역사였습니다.

이쯤 되면 <미스터 션샤인>과 한 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겠죠?
영화 <아가씨>뿐만 아니라 김태리가 주연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도 션샤인 효과를 보았습니다. 시청률 35.5%를 기록했던 이병헌, 김태희 주연의 2009년도 드라마 <아이리스>(KBS)는 유진 초이의 젊은 시절을 소환해 왔고, 김은숙 작가의 <태양의 후예>(KBS)와 <도깨비>(tvN)는 또 다시 중기 앓이, 공유앓이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지상파인 MBC는 유연석 주연의 2015년도 드라마 <멘도롱 또똣>(MBC)을 평일 낮 시간에 재편성하였더라구요.

편성은 과학입니다.
시청자의 시청 행태, 경쟁 채널과의 관계, 프로그램의 성격 등 다양한 변인을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결정하고 순서를 정합니다. 시청자의 채널 전환을 막기 위해 경쟁 채널보다 동시간대 프로그램의 시작 시간을 미묘하게 앞당기기도 하고,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 전후에 그렇지 못한 프로그램을 배치하여 서로 이끌어 주기도 합니다. 이른바 인접효과 편성이죠.

이런 방식은 채널 간에도 있습니다. 성공하는 프로그램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다른 채널에 편성하는 거죠. MPP에겐 손쉬운 일이지만, 단독 PP들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죠. <미스터 션샤인>처럼 시청률 상승중인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됩니다. 관건은 어떻게 포장햐느냐인데요, 예를 들어 구동매의 제주살이 <멘도롱 또똣>, 유진초이 21세기 첩보원이 되다 <아이리스>, 이 정도면 한번쯤 봐주지 않을까요?

채널간 연계 편성은 홈쇼핑 채널에서 먼저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생활정보 프로그램에선 매일매일 건강에 좋은 것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어떤 것은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것도 있지만, 어떤 것은 이름도 생소하여 어디서 사야할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채널을 돌리는 순간 마치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홈쇼핑 채널에서 바로 그것을 판매하더라구요. 이보다 더 기막힌 편성이 있을까요?

성공한 프로그램 하나가 다른 채널들의 시청률까지 견인해주는 시대, 이제 편성은 함께 하는 과학입니다.


▶ 영상보기 : https://youtu.be/Qm2A8hgiox8

 

공희정 드라마평론가  tigerheehee@daum.net

< 저작권자 © 인사이드케이블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