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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노동력 착취 의혹 보도, 지역사회 변화 끌어내3분기 지역채널 우수프로그램 수상작 CJ헬로 나라방송 <자활 돕는다더니 착취, 현대판 노예 논란> 취재기
CJ헬로 나라방송 김초롱 기자 | 승인 2018.12.03 17:52

제보가 들어왔다. 의정부시의 한 노숙인 센터가 노숙인의 노동력을 착취한단 제보였다. 제보자는 해당 센터의 직원으로 일전에 지역 노숙인의 거리 생활을 취재하다 알게 된 사이다. 그는 사회복지사로서 사회적 약자의 인권이 침해당하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제보하게 됐다고 했다.

CJ헬로 나라방송 뉴스 보도 화면

의정부시가 노숙인 사업을 위탁한 의정부시희망회복지원센터는 노숙인의 자활을 돕는단 명목으로 2014년부터 곤충농장 ‘참살이 에듀팜’을 운영했다. 노숙인에게 곤충 사육 기술을 가르치고 참여수당을 지급해 자금 밑천을 마련토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노숙인들은 그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농장 일을 했다. 문제는 노숙들이 정당한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5시간까진 최저임금이 지급됐지만, 그 외에 근로시간은 봉사활동으로 기록됐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기록된 봉사활동 시간, 즉 무급노동 시간만 1,650시간으로 최저임금으로 계산하면 1천2백만 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농장 초기부터 합치면, 지급되지 않은 총금액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해당 농장을 찾았다. 관리자는 자리를 비웠고 5명의 노숙인이 일하고 있었다. 한여름 땡볕에서 노숙인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중노동이었다. 곤충 먹이인 톱밥 더미를 삽으로 퍼서 통에 옮겨 담고, 농장 시설에 페인트칠을 했다. 또, 무거운 장비를 메고 돌아다니며 풀을 제거했다. 농장 아래 숙소에는 그들이 돌봐야 할 동물도 있었다. 농장에 견학 오는 아이들을 위한 대형물놀이 시설을 설치하고 거기에 물을 가득 채워 넣는 것도 노숙인들의 몫이었다. 그들은 곤충 사육뿐 아니라 농장 시설 관리부터 각종 잡일까지 모두 도맡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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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동의 대가는 정당하지 못했다. 한 노숙인은 일정 기간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다고 했다. 다른 노숙인은 아침 7, 8시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한다며,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속에서 일하다가 두통이나 피부질환에 시달린 사람도 있다고 했다.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센터 관계자로부터 모욕적 발언을 듣기도 해, 늦게까지 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대우를 받고도 왜 농장에서 나가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다. 돌아온 대답은 "갈 곳이 없어서"였다. 복지 시스템 안에서도 그들은 여전히 ‘을’이었다.

반면 센터 주장은 달랐다. 센터는 노숙인이 농장에서 일하는 것은 그들의 자활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했다. 교육의 일환이기 때문에 ‘근로’로 보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센터는 농장 근무의 경우 8시간을 원칙으로 했으며, 초과 근무는 노숙인들이 자발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임금을 주는 5시간 이외의 시간은 곤충사육 교육과 연계해 실습으로 진행됐으며, 참여자들의 동의를 구했다고 답했다. 제보 내용과 노숙인들의 증언, 입수한 내부 자료와는 상반되는 주장이었다.

‘교육’인지 ‘근로’인지가 쟁점이 되었다. 노무사에게 해당 내용을 자문했다. 노동법상 ‘실질적 노무지휘권’이 있을 경우에 근로로 판단한다. 노무지휘권은 계약 등의 형식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관계가 업무수행을 지시하고 구속 당하는 종속적인 형태일 경우 인정한다. 해당 농장은 시작 시간과 휴게 시간, 종결 시간을 정해 놓아 ‘시간적 종속성’이 있었고, 수당이라는 명목으로 최저임금을 지급해 ‘경제적 종속성’을 갖추고 있었다. 따라서 농장 노동은 ‘근로’이며, 센터가 노숙인들에게 제대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노동법 위반이라는 답이었다. 양측의 주장과 법적 해석까지 모두 담아 단독 보도를 냈다.

보도 이후, 의정부시는 해당 농장에 대한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한 달가량 걸린 조사 끝에 시는 농장 운영에 대한 ‘지원 중지’를 결정했다. 시의 처분요구서에는 “농장 내에서 숙식을 제공하고 시설관리, 동물 사육 등의 활동도 병행하다 보니 프로그램 참여 시작과 끝이 모호해졌고 수당 지급에 혼선이 생길 소지가 많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간 센터가 노숙인에게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임금도 모두 지불하도록 했다. 해당 센터가 속한 법인인 기독교대한감리회 역시 자체 감사를 진행했으며, 해당 사안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답했다.

센터장은 해당 보도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노숙인들과 전·현직 센터 직원들의 증언, 내부 자료, 법적 자문을 바탕으로 한 보도였다. 또, 양쪽 주장 모두 담겨있었다. 언론중재위원회는 센터의 정정·반론보도 요구에 대해 '불성립' 결론을 냈다. 보도에 큰 문제가 없어 센터의 요구를 들어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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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제보한 직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던 센터장은 도리어 노숙인 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됐다. 폭행당한 노숙인이 경찰에 고발한 것이다. 또, 노숙인들은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센터장의 진정한 사과를 요구했다. 제보 후 센터장으로부터 “가방 싸서 나가라” 소리를 들었던 직원은 다시 복귀했다.

보도는 변화를 끌어냈다. 전국적으로 굵직한 뉴스들이 줄줄이 나오다 보니, 지역사회 속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도는 상대적으로 작게 보인다. 그러나 그냥 넘기 일이 아니다. 벼랑 끝에 선 사회적 약자들에겐 삶의 전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언론의 역할과 책임은 그래서 중하다.

 ▶ 전체 보도영상 보기 :  https://youtu.be/OYumid-AaLE


 

CJ헬로 나라방송 김초롱 기자  cl.kim@cj.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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