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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이해 담은 방송법 나올까
JTBC 한정훈 기자 | 승인 2018.12.07 17:11
과학기술정보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2018.10.18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드디어 방송법이 바뀔 것인가.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가 오늘(3일) 법안 2소위를 열고 현재 공영방송 이사수와 추천 방식, 사장 선임 방식 등을 바꾸는 방송법 개정안 처리에 잠정 합의했다.

국회 과방위는 내년 2월 임시국회까지 방송법 개정에 대한 여야 합의안 마련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합의했다. 이를 위해 통상적인 나머지 법안을 심사하는 2소위 일정과 별개로 방송법 개정안 심사를 위한 2소위 별도 의사일정을 간사 간의 협의를 거쳐서 결정키로 했다.

방송법 개정과 관련해선 최근 여야정 협의체에서도 방송법 개정안을 다루기로 합의한 바 있다. 현재 법안 2소위는 여당5명(김성수, 박광온, 변재일, 이종걸, 이철희), 야당 5명(정용기(위원장), 김성태, 박대출, 윤상직, 박선숙(바른당))으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방송법은 공영방송에서 정치권의 영향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개정안(이른바 박홍근법)이 발의됐지만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 이후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 박홍근법(방송법 개정안) 골자는 ‘이사 추천 권한 분산’

이른바 박홍근법이라고 불리는 방송법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공영방송(MBC, KBS, EBS) 이사 수를 여야 7대6, 특별다수제 도입(사장선임 시 3분의 2 이사 동의), 사측과 직원 측 동수 편성위원회 구성 강제(편성규약, 제작자율성 침해, 시청자위원회 추천 등 역할) 등이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현 여당 쪽으로 기울어진 이사 추천과 사장 선임 권한이 일정 수준 야당으로 넘어가게 된다. 현재처럼 여당에 일반적인 경영진 선임이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경우 KBS,MBC 경영진 교체 전에는 이 법을 강하게 추진했지만. 정권이 바뀐 뒤에는 다소 소극적인 자세로 ‘개정 의지’에 물음표를 보여왔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이 명분을 이유로 원안 처리를 강하게 주장하면서 대치 국면이 이어지고 있었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 News1 박정호 기자

이에 이번 과방위에선 박홍근법을 포함해, 지금까지 발의된 방송법 개정안을 놓고 다시 논의를 하기로 했다. 내년 1월 논의에선 박홍근법, 추혜선(200명의 국민, ‘이사추천국민위원회’ 운영, 특별다수제 도입). 이재정법(공영방송 이사 3분의 1 사원 추천, 100명 이상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등 3개 법안을 중점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여야는 2월 임시국회 전까진 여야 합의를 도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한 여당 보좌진은 “방송법 개정만을 위한 별도 의사일정 마련하고 공청회 필요 시 소위 차원에서 진행키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통위를 비롯한 정부는 이들 법안이 사실상 국회와 시민단체가 공영방송 이사 선출 및 사장 선임을 하는 케이스여서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시하고 있어 합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언론 노조 및 시청자들도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시민행동은 ‘방송법 개정 논의에 대한 의견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공영방송 이사회를 구성할 때 방통위가 선임·추천 권한을 행사하되 정치권 등 외부 개입을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할 것을 주장했다.


◇ 지배구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을 지배하는 원칙’ 개정

여야가 방송법 개정 작업 일정에 합의하면서 그동안 산적해있던 현안 하나가 해결되어 가는 분위기다. 물론 아직까진 방송법이 정말 바뀔지는 미지수. 그렇지만, 이를 통해 공영방송에서 정권의 영향력을 일정 수준 걷어낼 수 있다면 이 시도 또한 칭찬받을 만하다.

하지만, 아쉬움은 많이 남는다. 공영방송 개편만큼(혹은 더 중요한) 방송 시장 구조 개편이 정작 정치권에선 논의되고 있기 않기 때문이다. 유료 방송 합산 규제, 넷플릭스, 유튜브 규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이슈는 시장 변화에 따라 새로운 방송 시장 현안으로 급부상했지만 이를 심판하고 시장 질서를 만들어야 할 정치권에의 논의는 겉돌고 있다. 특히, 합산 규제의 경우 규제를 부활하겠다고 합의해 방송 시장의 변화 욕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이나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디지털 사업자에 대한 규제는 논란이 됐지만 법인세나 부가가치세를 고쳐야 하는 문제여서 여전히 이야기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게다가 미국은 이를 통상이슈로까지 끌고 갈 모양새여서 앞으로의 규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방송법 개정도 마찬가지다. 이미 방송 시장은 지상파, 종편, IPTV, 케이블 등 형태 중심이 아이나라 콘텐트 중심의 ‘수평 규제’가 대세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2000년대 만들어졌던 ‘지상파와 이를 보조하는 유료방송 체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최근 나오는 시장 지표들을 봐도 위기감은 더욱 가중된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스마트 기기(Connected devices)를 통해 한 달에 80억 시간 이상을 소비한다.

이에 대해 닐슨은 “비록 아직 전통적인 TV를 통한 방송 콘텐트 소비가 4배가 많지만 대세는 서서히 넘어가고 있다”며 “젊은 층에선 스마트 기기는 전통적이 TV플랫폼을 대체하고 있다”고 밝혔다. 닐슨은 또 “젊은층(25세에서 34세)에선 전체의 7% 만이 라이브TV를 보고 있다.”며 “특히, 18세에서 34세의 경우 전체의 단 3%만 실시간으로 TV를 시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 변화가 규제를 앞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시장을 무시하는 규제나 진흥책은 정말 문제다. 시장 친화적까진 아니어도 ‘시장 이해적 사고(market-interested thinking)’는 갖춰야 하지 않을까.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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