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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 | 승인 2018.12.10 14:44

일반인들에겐 TV 수상기 보급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1956년 5월 12일, 한국의 TV방송은 시작되었습니다. 호출부호 HLKZ TV, 방송사명은 한국 RCA TV라 하여 KORCAD-TV였습니다. 종로 보신각 건너편에 있었던 이 방송사는 뉴스와 드라마 등을 제작, 방송하면서 힘차게 출발했지만 1959년 2월 갑작스런 화제로 방송시설이 모두 소실된 후, 1961년 10월 짧은 역사를 마감하였습니다. 그리고 그해 12월 31일, KBS TV가 개국했습니다.

머지않아 한국 TV방송은 환갑을 맞이합니다. 그 긴 시간동안 수많은 프로그램이 시작되었고, 끝을 맺었죠. 어떤 프로그램은 겨우 한 계절을, 어떤 프로그램은 수 십년을 이어오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장수 프로그램은 무엇일까요? 바로 <장학퀴즈>입니다. 고교생들의 지식과 지혜를 겨루는 장인 <장학퀴즈>는 1973년 MBC에서 시작하여 1997년 EBS로 옮겨 지금까지 방송되고 있습니다.

또, 일요일 낮 12시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전국 노래자랑>(KBS)은 1980년부터, 어린이들이라면 누구나 보았을 <딩동댕 유치원>(EBS)은 1982년부터, 탐사보도의 문을 연 <추적 60분>(KBS)은 1983년부터 지금까지 방송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연예가 중계>, <가요무대>까지 30년 이상 방송되고 있는 장수 프로그램은 현재 모두 6개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케이블 방송은 어떨까요? 1995년 출범이후 IMF라는 거대한 파도도 넘어왔고,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도 뉴미디어 개척자의 지켜온 케이블 방송의 최장수 프로그램은 FTV <붕어낚시 월척 특급>입니다. 올해로 17년째, 벌써 650회를 넘겨 방송하고 있습니다.

<붕어낚시 월척특급>을 처음 보았을 때는 솔직히 그저 그러했습니다. 낚시에 흥미가 없기도 했지만 삐까뻔쩍한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극히 평범했으니까요.

낚시를 하는 한 사람이 물가에 앉아 낚싯대 몇 개를 드리우고 무어라 무어라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면서 붕어를 낚아 올리는데, 묘하게 빠져들더라구요. 어, 이게 뭘까? 왜 그러지? 생각해 보니 역시 즐기는 자를 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광진, 박남수, 이광희씨등 출연진 모두는 낚시 경력 30년 이상의 고수들이었습니다. 낚시를 하다보면 비도 오고 눈도 내리고 바람도 불어 붕어들이 멀리 멀리 달아나기도 하는데, 이럴 때 마다 보여주는 현장 대처 능력은 뛰어났습니다.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월척 붕어를 낚아 올리는 이들의 마술을 보고 있노라면 아무리 그들의 이야기가 무덤덤해도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 장수 프로그램이라 하여 시종일관 호평을 받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처음엔 신선하다고 좋아하다가도 어느 날은 진부하다고 비난하는 시청자들의 변덕을 어찌 다 감당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상황들과 맞서 싸워야 하는 제작진들의 노고는 또 얼마나 컸을까요? 아마 비하인드 스토리를 쓰자면 책 열권은 차고도 넘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결과 <붕어낚시 월척 특급>은 케이블 최장수 프로그램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 뒤를 잇는 프로그램은 MBC 에브리원의 <주간 아이돌>입니다. 2011년 시작하여 현재 380회를 넘어서고 있지만 1위와의 시간적 간극은 좀 크죠.

우리의 인생도 그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잘났다고 뽐내지 않고, 못났다고 주눅들지 않으며 자신의 길을 가는 것, 그것이 오래도록 행복할 수 있는 방법임을 장수 프로그램 안에서 찾아냈습니다. <붕어낚시 월척특급>의 20주년 기념방송, 1,000회 특집 방송을 꼭 보고 싶습니다.


▶ 영상 보기 : https://youtu.be/uw2TokUgoQg
 

공희정 드라마평론가  tigerheeh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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