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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맛 더빙’ 장삐쭈에 1020 세대가 열광하는 이유는?기업들과 협업해 새로운 광고시장도 개척…장삐쭈 광고는 흥행 ‘보증수표’
아주경제 정두리 기자 | 승인 2018.12.18 16:38
18일 서울 강남구 샌드박스네트워크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장삐쭈(본명 장진수). 얼굴 이미지가 시청자들에게 인식되면 더빙을 듣는 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얼굴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B급 감성의 ‘병맛(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을 뜻하는 신조어) 더빙’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샌드박스네트워크 소속의 ‘장삐쭈’(본명 장진수·27)는 독특한 애니메이션과 위트 있는 더빙이 어우러진 영상으로 최근 가장 뜨겁게 주목받고 있는 크리에이터다. 

고전 애니메이션의 소리를 몽땅 날린 후, 거기에 목소리와 효과음을 덧입히는 식의 장삐쭈 영상은 한 사람이 낸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목소리가 빈틈없이 들어간다. 프로 성우라고 해도 손색없는 발성은 적절한 영상 각색과 함께 콘텐츠의 재미와 몰입감을 극대화시킨다. 최근 순수 더빙 창작 애니메이션까지 제작하고 있는 장삐쭈는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기발한 드립과 진지한 상황에서 나오는 언어유희로 대중들에게 희열감과 통쾌함을 전해주고 있다. 

장삐쭈의 유튜브 채널은 현재 구독자 120만명에 누적 조회수는 무려 3억2700만뷰에 이른다. 영상이 업로드되면 100만뷰는 기본으로 넘길 정도로 파급력이 커졌다. 회사생활을 재치있게 희화화해 인기를 얻은 ‘안기욱’ 캐릭터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출시되자마자 전체 다운로드 1위에 올랐다. 이제는 수많은 기업들이 컬래버레이션 광고를 하기 위해 장삐쭈 모시기에 나서고 있을 정도다.

아직 20대에 불과한 장삐쭈는 마니아층은 물론, 대중적인 인기까지 구가하며 1020세대의 문화 트렌드까지 이끌고 있다. 더빙 크리에이터계의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는 그의 성공 스토리는 어디에 있을까.


-‘장삐쭈 신드롬’이다. 
“학창시절에는 반 꼴찌, 전교에서는 꼴찌에서 둘째였다. 집안에서 누나들은 모두 명문대에 진학했지만, 나는 공부에 전혀 뜻이 없었다. 부모님은 내가 막내여서 그런지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지켜봐 줬다. IMF 외환위기 시절 부모님이 어음으로 잡혔던 돈이 다 종이조각이 돼버려 집이 폭삭 망했다. 그때 아파트 판 돈을 가지고 광주로 도망치다시피 왔다. 그때가 낡은 집에서 바퀴벌레랑 함께 살던 때였다. 중학교 1학년 때는 왕따를 당한 적이 있다. 집이 어렵다 보니 온수가 잘 안 나와서, 너무 추우니까 머리를 못 감으니 비듬이 생겼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친구들로부터 더럽다며 따돌림을 당한 기억이 난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자신의 재능을 언제 발견하게 됐나. 
“왕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주위 사람들을 웃기는 능력 덕분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서서히 친구들 사이에서 웃기는 캐릭터가 됐고, 고등학교 때는 학교에서 독보적인 개그 캐릭터가 됐다. ‘공부는 진짜 못하는데 진짜 웃긴 애’였다. 당시 에피소드 하나를 풀자면, 나와 개그 배틀을 하자고 다른 학교 학생이 찾아온 적이 있었다. 학창 시절 소위 ‘짱’들이 학교를 접수하겠다고 싸우는 것처럼 말이다. 놀이터에 열 댓명의 친구들이 뱅 둘러앉아 우리들의 개그 배틀을 구경했다. 나는 주로 학교 선생님들 성대모사로 사람들을 웃겼다. 단순히 성대모사만 하는 게 아니라, 인물에 완전히 빙의해 디테일한 상황극까지 하니 친구들이 모두 빵 터졌다.” 

-그만큼 관찰력이 남달랐던 것 같다. 
“사람을 한번 보면 그 사람의 특징과 발음을 주목한다. 가령 구강구조가 달라 시옷 발음이 세다든가, 리을 발음이 안 되는 사람이 있다. 그런 포인트를 잘 찾아내 흉내를 잘 냈었다. 그리고 또박또박 말하는 연습을 평소에도 했었다. 중학교 시절 가수 아웃사이더의 빠른 랩을 따라하고 싶어서 가사집을 뽑아 엄청나게 연습했다. 그걸 계기로 발음이 정말 좋아졌다. 지금도 더빙은 남자, 여자, 노인 가릴 것 없이 모두 내가 내는 목소리다.” 

-본인의 영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예전에는 혼자 모든 것을 했지만, 현재 애니메이터 2명, 보조작가 1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 보조작가와는 이틀에 걸쳐 대본을 짜고, 완성된 대본은 애니메이터에게 넘겨줌과 동시에 같이 스토리보드를 작성한다. 스토리보드를 통해 애니메이터가 영상 창작 작업에 들어가면, 나는 다음 대본을 짜는 작업이 반복된다. 일주일에 한 콘텐츠가 완성되는데, 녹음은 업로드 당일이나 전날에 마무리한다. 콘텐츠를 쟁여놓지 않고 그때그때 만들어낸다. 미리 만들어 놓으면 시의성도 떨어지고 재미가 없어질 때도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콘텐츠 아이디어는 커뮤니티 사이트의 글을 많이 참고한다. 인기글이 아니더라도 소스가 된다. 사람들이 살면서 느끼는 고충이나 갈등은 웬만하면 비슷하기 때문이다. 꼴 보기 싫고 얄미운 사람들의 스토리를 공감하면서 캐릭터를 잡곤 한다.”

-콘텐츠 전략은 무엇인가. 새로운 광고 시장을 뚫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으로도 애니메이션 창작 쪽으로 나갈 것이다. 최근에는 기업들과 콜라보(협업)하는 콘텐츠도 있지만, 이 비중은 한 달에 한 편 정도로 제한할 것이다.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조차 재미있다고 하는 소비자들이 대다수다. 지금 자고 일어나면 광고가 5~6개씩 들어와 있다. 거기서 나와 색깔이 맞는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선정 기준은 창작자의 자유도와 재미를 얼마나 추구하는지 여부다. 소위 ‘꼰대’ 같은 광고주와 일하게 되면 완성도가 오히려 떨어진다. 분명한 것은 광고주들 만족도는 엄청나게 높다. 예를 들어 신한생명과 작업했을 때는 잘된 광고 케이스로 선정되기까지 해 후속편을 만들자는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 광고 조회수가 10만이 나와도 많이 나왔다고 평가하는데, 기본 100만이 넘는 것은 물론 인기 급상승 1위에 오르는 홍보 효과를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새로운 광고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자부심도 느끼고 책임감도 가지게 된다.”

-자신의 영상 철칙과 최고로 꼽는 콘텐츠는. 
“지금까지 만든 콘텐츠는 약 200가 되는데, 영상은 2분이 넘어가면 지루하다. 1분 30초에서 3분 안에 승부를 봐야 한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오디오가 빈 공간 없이 가득 차 시청자들이 넘기려야 넘길 수 없게 몰입감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콘텐츠는 외화에 더빙을 한 ‘치킨값 인상’이다. 당시 치킨값 인상 파동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도 전달해 의미가 있었고, 외국인들의 입모양이 정말 한국말처럼 완성도 있게 더빙이 됐다.” 

-유튜버로 성공해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어렵던 학창시절 버스 타고 실내화 가방 들고 학교 다니던 길이 있었는데, 최근에 장만한 스포츠카를 끌고 그 길을 다녀와 봤다. 정말 감회가 남달라 눈물이 나는 순간이었다. 2년 동안의 백수시절 우울증으로 정말 안 좋은 생각까지 했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통해 극복했다는 성취감이 들었다. 지금은 어려웠던 집안을 일으키고 있는 단계다. 가족들에게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고, 장남 노릇이 끝나면 돈도 착실히 모으려고 한다.” 

-롤모델이 있다면. 
“솔직히 롤모델로 삼을 만한 사람이 없다. 지금 제가 업계 1위이고, 물어볼 사람도 없기 때문에 외로운 게 사실이다. 예전 위대한 예술가들의 정신을 본받으려고 노력하며 멘털 관리를 하려고 한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딱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항상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는 것이다. 부정적 생각은 단 하나도 없다. 무조건 자신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한다. 이런 마인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항상 최면을 건다. 본인의 한계를 설정하면 그 즉시 거기에 머물게 된다.”

-목표는. 
“앞으로도 순수 창작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목표는 작품을 계속 히트시키는 것이다. 지금도 댓글 하나하나를 모두 확인할 정도로 모니터링을 꼼꼼히 하고 있다. 좋은 작품을 만들다 보면 언젠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저를 원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힘들었던 일상에서 1분이라도 재밌는 일상을 선물하고 싶다.”
 
※ 본 기사는 2018년 12월 19일자 아주경제 신문에 게재됐습니다. 

아주경제 정두리 기자  duri22@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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