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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를 뿌리니 꽃이 핍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 | 승인 2019.01.10 10:28

역사에 기록된 이름 하나, 빛바랜 사진 한 장, 뒷골목 어딘가에 버려져 있던 허름한 물건 하나가 작가의 손에서 드라마가 됩니다. 마치 현실인 듯 그럴 듯하게, 또는 가상현실이나 초현실의 세계를 오가며 판타지라는 이름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이제 그 판타지의 세계에 증강현실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접목되었습니다.

현빈, 박신혜 주연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마법과 과학, 아날로그와 디지털, 현대와 중세, 그라나다와 서울.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하나의 세계 안에서 엮이며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가히 환상적입니다. 이전의 판타지 드라마들이 다른 세계를 오가며 이야기를 펼쳐갔다면 이번에는 두 세계가 하나의 공간에 존재합니다.

배경은 스페인 그라나다, 전체 내용의 30%이상을 현지에서 촬영했다고 하는데 이국적 풍광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시뮬레이션 게임을 몰라도, AR이라 불리는 증강현실이 낯설어도 드라마는 순식간에 시청자를 사로잡았습니다. 오히려 주인공들의 달달한 사랑이야기가 무덤덤하게 느껴질 정도로 드라마는 반전을 예측할 수 없는 마력을 갖고 있습니다. 아직 이야기의 반도 펼쳐지지 않았는데 시청률은 벌써 8%를 넘어섰습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상상의 세계를 실감있게 그리고 있다면 <SKY 캐슬>(jtbc)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엄마이자 아내라는 이름의 여인들이 갖고 있는 욕망을 그리고 있습니다. 부와 권력을 대물림 하고 싶은 의사의 아내들은 자신의 아이들을 의대에 보내기 위해 입시 코디네이터를 고용하는데, 말이 고용이지 코디네이터가 학생을 선택하더라구요. 학교, 학원에서부터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관리하는 이런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어딘가에는 그런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지금 우리는 제대로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뚤어진 교육 현실을 욕망이란 이름으로 그리고 있는 <SKY 캐슬>은 벌써 시청률 10%를 넘어섰습니다.

지난 해 지상파 드라마들은 시청률 한 자리 시대가 계속 될까봐 전전긍긍했습니다. 시청률 10%를 넘기는 것은 당연했고, 보통 20% 근처까지는 갔던 지상파 드라마들이 한 자리 시청률로 고민하고 있는 동안 케이블 드라마들은 관습의 틀을 벗고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지평을 넓혀갔습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과 지속 가능한 창작을 위한 신인 발굴이었습니다. <드라마 스테이지>(tvN)는 신인 스토리텔러 지원사업인 오펜(O’PEN)의 ‘드라마 스토리텔러 단막극 공모전’에서 선정된 10편을 2017년부터 매년 제작, 방송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올해도 매주 토요일밤이면 tvN에서 단막극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단막극이야 말로 신인 작가, 배우, 감독의 등용문이고, 실험의 장입니다. <MBC 베스트셀러 극장>, <TV 문학관>이 대한민국 드라마 사관학교였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단막극은 씨앗과 같은 존재입니다. 씨앗이 있어야 잎이 돋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수 있듯, 드라마도 신인을 발굴하고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쓴 송재정 작가도, <SKY 캐슬>을 쓴 유현미 작가도 작은 씨앗이었던 시절이 있었기에 이렇게 멋진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오늘의 영광만이 아니라 내일를 위한 씨앗을 뿌릴 줄 아는 케이블 드라마. 20년 넘게 뿌려온 씨앗들이 하나씩 하나씩 꽃을 피우고 있으니 2019년에는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tvN)이 기록한 20.509%라는 케이블 최고 시청률도갱신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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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희정 드라마평론가  tigerheeh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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