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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만 유독 잔인한 1월
JTBC 한정훈 기자 | 승인 2019.01.31 15:35

1월이 다 지난 시점에 이 글을 쓰지만 2019년 1월은 방송계 적어도 유료방송에게 잔인한 1월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TV, IPTV 등 플랫폼 사업자들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유료방송 합산규제’ 부할 논의가 반가울 리 없고 종합편성채널(종편)은 의무편성에서 제외될 위기(방송법 개정안)에 놓였다. 반면, 대척점에 있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40년 숙원 사업인 ‘중간광고 허용’을 위한 종착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은 1월 31일 의견 수렴을 마치고 법제처 심사 등을 앞두고 있다.

지난 1월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법안소위를 열고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를 부활하는 논의를 시작했다.

당초 합산규제는 뉴미디어 시대에 맞지 않다는 의견에 폐지되는 분위기. 그러나 KT 아현국 사 화재가 죽은 합산을 시장에 다시 불러들였다. 국회 과방위에 불려온 황창규 KT회장의 ‘문제 없음’ 화법은 과방위원들의 전투력을 다시 살리기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합산규제(33%)에 가장 근접한 사업자가 KT인 만큼 ‘KT가 좋은 일은 해줄 수 없다’는 이면합의가 작동한 것이다.

KT가 유발한 ‘합산규제 부활’의 사이드 이펙트는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M&A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고 했던 케이블TV나 IPTV 모두에게 이 소식은 불행하다. 결국 합산규제 부활의 성과는 국내 시장의 규제를 받지 않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에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국내 사업자에겐 악재다. 아직 최종 결론이 나진 않았지만 현재까진 2년 정도의 일몰을 시한으로 다시 부활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4월 뽑힐 21대 국회의원들에게 결론을 미루는 셈이다.

케이블TV는 엎친대 덮친 격으로 지상파 3사로부터 재전송료(CPS) 인상 압박에 직면해 있다. 사실 지난해 협상이 있어야 했지만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에 따른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선지 지상파들은 본격적인 협상에 나서질 않았다. 그러나 MBC 등 일부 방송사의 경우 올 초부터 CPS인상에 대한 협상을 시작하자고 케이블TV사업자에게 연락을 하고 있다. 한 MSO 담당자는 “지상파 담당이 만나자고 전화가 오면 가슴이 철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울한 사업자는 또 있다. 바로 종편이라고 불리는 종합편성채널이다. 지난해 4사가 합쳐 4000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자하고도 ‘종편 특혜 회수’ 프레임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최근 과기부는 유료방송 플랫폼(케이블TV, IPTV)의 의무편성 채널에서 제외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상파엔 중간광고를 허용해주고 종편은 의무편성에서 빼는 셈’이다. 과기부가 종편의 경쟁력 상승을 ‘의무편성 제외’ 이유를 들었지만 같은 처지인 보도채널은 ‘제외 대상에서 제외’ 됐다.

당장은 시장에서의 종편의 위상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PP의 특성상 혹시 모를 불이익(?)이 닥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애초 ‘의무편성인데 왜 프로그램 사용료’를 받냐고 시작한 ‘의무편성 폐지 논란’은 이제 종편 특혜 폐지와 맞물리면서 다른 양상으로 번지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우울한 사업자는 ‘준비하지 못한 자’이다. 넷플릭스, 유튜브의 무서운 성장은 준비하지 못한 레거시 미디어엔 재앙이다. 이 중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OTT) 넷플릭스의 성장은 우리를 가장 괴롭게 한다. 지난 1월 3일 지상파 3사의 푹(Pooq)과 SK텔레콤의 ‘옥수수'가 만나 푹수수가 됐지만 매년 8조 원이 넘는 콘텐트 제작비를 쓰는 넷플릭스에 대응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넷플릭스 홈페이지 화면

국내에서 다소 고전하던 넷플릭스(Neflix)는 최근 유료 계정이 1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넷플릭스가 정확한 가입자 정보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시장 조사 업체 등에 넷플릭스앱 다운로드 수치다.

물론 다운로드를 했다고 해서 모두 이들 전체가 유료 가입자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국내 대표 OTT들이 유료 가입자가 60만 명에 그치는 것을 감안할 때 만만치 않은 수치다. 100만 명의 가입자일 경우 월 매출액도 100억 원이 넘어서게 된다는 의미다. 이정도 수치면 국내 OTT 1위다.

더 무서운 건 넷플릭스를 가입하는 연령대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20대 젊은 층(목적시청주의자들)이 과거 넷플릭스는 이용했다면 이젠 30~40대 유부남, 유부녀(어린이 콘텐트 시청 위한), 최근엔 국내 투자 오리지널 콘텐트 확대로 그 층이 50대까지 넓어졌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진성 가입자가 100만 명이 넘을 경우 국내 시장 특성 상 플랫폼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다양한 콘텐트와 실험을 통해 이제 돈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성장은 우리에겐 별로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디즈니 출시 예정 단독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Disney+) / 디즈니플러스 홈페이지 화면

1월을 우울하게만 정리했지만 글을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희망적인 소식도 있다. 최근 미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이지만 넷플릭스나 훌루(Hulu), 심지어 디즈니까지 OTT시장에 가세하면서 OTT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는 내용이다. OTT사업자들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각자 독점, 오리지널 콘텐트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이에 따른 높은 비용 구조로 ‘코드커팅의 가격 경쟁력’이 점점 더 옅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독점 콘텐트들을 모두 보기 위해서는 OTT서비스도 여러 개를 가입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비용 구조가 기존 케이블TV에 버금간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케이블TV는 인터넷과 결합에 대한 시너지도 있다. 최근 미국 NBC의 보도에 따르면 컴캐스트를 통해 방송을 보고 인터넷을 쓰는 비용이 평균 월 130달러인데 이와 유사한 채널을 보기 위해 넷플릭스, 훌루, 아마존 프라임 등을 가입하고 인터넷을 추가로 설치하면 이 돈도 120달러 정도 든다는 분석 기사도 나왔다. 적어도 가격 측면에서의 매력이 점점 더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이 지점에서 전통적인 레거시 미디어도 이제 반등의 시간이 오고 있다. 잔인하지 않은 2월을 위해.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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