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op
updated 2019.3.20 수 11:08
HOME 오피니언&인터뷰 미디어 인사이드
AT&T, HBO, 그리고 한국
JTBC 한정훈 기자 | 승인 2019.03.08 15:07

“나는 모든 것을 올리고, 그들이 만든 모든 것을 파괴하고 싶지 않다"
I don't want to just come and upend everything and destroy what they've built


지난해 6월 AT&T에 인수된 타임워너. 최근 이 회사의 새로운 수장에 오른 로버트 그랜블랫의 취임 일성이다. 워너미디어(옛 타임워너)를 854억 달러(약 95조원)에 인수한 AT&T는 최근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섰다. 신임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고 조직도 넷플릭스 등에 맞설수 있도록 디지털 친화적으로 모드(mod)를 전환했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해 6월 인수가 결정된 이후 비교적 늦은 감이 있지만 미국 법원의 최종 인수 결정이 지난달에야 확정됐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말 모든 법적인 문제를 해결한 AT&T가 인수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조직을 디지털화(digitalization) 한 것이다. 케이블TV 시대의 대명사인 ‘타임워너’를 해체하고 넷플릭스에 맞설 수 있도록 콘텐트 제작 조직을 바꿨다. 최근 통신사들의 유료 방송 시장 M&A가 임박한 한국도 예의 주시할 움직임이다.


◇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s) 시대의 종말

AT&T는 최근 인수·합병(M&A)을 완료한 미디어 그룹 워너미디어에 대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가장 큰 변화는 HBO의 CEO교체. HBO 그 자체라고 할 정도로 존재감이 컸던 리처드 플레플릿 CEO가 사퇴 의사를 밝혔다. 리처드 플렙러(Richard Plelper)는 누구인가?

HBO의 전 CEO 리처드 플렙러 (YAHOO FINANCE Youtube)

HBO에서 28년을 근무한(최근 6년은 CEO로 근무) 플렙러는 미국 케이블TV 산업을 이끌어온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992년부터 HBO에서 근무했던 플랩러는 HBO의 뉴욕 전성기를 연 인물이다.

HBO는 그가 근무한 기간, 에미상을 160개가 넘게 수상했다. 왕좌의 게임, 섹스 앤 더 시티, 부통령이 필요해(VEEP), 소프라노스(The Sopranos) 등이 모두 그가 책임진 작품들이다.

플렙러의 교체는 미국 케이블TV 업계에서 매우 큰 사건이었다. 일부는 충격을 받았고 일부는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음을 감지했다. 플랩러는 사임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내가 사랑하는 회사를 떠나는 결정은 가슴 아프지만 지금이 가야할 적기(it is right time for me to do so)"라고 말했다.

플랩러가 비운 자리는 베테랑 프로그래머이자 프로듀서인 밥 그랜블랫이 차지했다. 그는 NBC유니버설 등에 근무하며 NBC유니버설을 일으킨 것으로 유명하다. 1990년대 히트작 엑스파일(X-files)을 제작했다. 앞으로 그린블랫은 HBO, TNT, TBS, 트루TV 등 워너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채널을 관장하게 된다.

HBO를 변화시킨 AT&T는 다른 케이블TV 채널들도 체질 개선에 나섰다. CNN 카툰네트워크, TBS를 보유해 2000년대까지 케이블TV 황금기를 이끌었던 터너미디어를 해체했다. 대신 채널을 각 부문으로 편입시켰다. 겉보기엔 큰 변화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으나 전문가들이 보는 시각은 좀 다르다. AT&T가 이제 채널이 아닌 콘텐트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했다는 것이다. 콘텐트 확산의 핵심은 바로 ‘모바일, 디지털’이다. TV를 통한 방송 시청이 한계에 달한 만큼 디지털을 통한 콘텐트 확산에 집중한다는 이야기다. 디지털은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완성된다. CNN, HBO 등 전통적인 터너의 채널들은 이제 새로 출시되는 모바일 앱을 통해 서비스 된다. AT&T는 워너를 통해 새로운 스트리밍 OTT도 론칭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디즈니와의 경쟁을 위해 배트맨 등의 슈퍼 히어로를 보유한 DC코믹스를 키우기로 했다. 디즈니의 마블 코믹스를 의식한 개편이다. 마블 코믹스가 일부 마니아층을 넘어 젊은 층, 어린이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 가운데 워너는 자사가 보유한 카툰네트웍스 채널과 DC코믹스를 합치기로 했다. 어린이 프로그램 강화를 위해서다. DC코믹스는 이미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선 ‘DC 키즈(DC Kids)’ 콘텐트를 제공 중이다.

AFPBBNews=뉴스1

이외에도 AT&T의 워너 인수 후 가장 인상적인 변화는 HBO 사옥 이전이다. 플랩러의 상징과도 같았던 뉴욕 사옥을 버리고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등 테크 컴퍼니들의 격전지인 로스엔젤러스로 사옥을 옮긴다. L.A는 HBO의 새로운 수장인 그린블랫이 그의 커리어의 대부분을 완성한 곳이기도 하다.

HBO 본사 이전을 발표한 이후 그린블랫은 HBO 편성 책임자로 케이시 브로시(Casey Bloys)를 임명했다. 브로시가 취임 후 한 첫 번째 일은 ‘월요일 저녁 프로그램을 신설’ 했다. 전통적으로 TV시청량이 적은 월요일 프로그램을 늘리다니 다소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그러나 그린블랫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요즘은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언제든 콘텐트를 볼 수 있다. 게다가 일요일 저녁은 시청자들이 넷플릭스 등 온라인 OTT를 보는 시간이 많은데가 많은 방송사들이 프로그램을 집중하고 있다. 월요일이 합리적일 수도 있다.”

 

◇ 꿈틀거리는 M&A, 한국 유료방송 시장의 선택은

한국 상황을 보자. 지난 7일 경기도 과천에서 있었던 방송통신위원회의 대통령 업무 보고 브리핑. 통상 1월 초 대통령에게 신년 업무 보고를 한 뒤 관련 내용을 1월 말 브리핑을 해왔지만 올해는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대폭 늦어서 3월에서야 이뤄졌다.

매년 공식으로 브리핑하는 내용인 만큼 특이할 만한 부분은 없었다. 특히, 이해관계가 첨예한 방송에서는 더욱 그렇다. 내용은 두루뭉술하고 핵심은 알아내기 어려웠다. 그러나 기자들의 관심은 요즘 진행되고 있는 유료 방송 시장 M&A에 대한 방통위의 시각이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즉답을 피했지만 기자들의 질문은 집요했다.

특히, 일부 기자들은 현재 케이블TV 방송사에 적용된 권역규제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이라는 질문을 쏟아냈다. 과거 공정위가 케이블TV에 대한 인수합병을 불허할 때 ‘지역 과점’을 예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효성 위원장은 "아직 구체적 방안은 세우지 않았다"며 "시장상황이 급변하고 있고 한국 문화가 동질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기술발전에 따라 새로운 시장획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의 답에 대한 언론들의 해석은 한 발 나아갔다. 방통위가 유료방송 시장 구조 개편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권역규제’에 변화를 주려고 한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주를 이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방통위는 “아직 아무것도 결론 난 것이 없다”고 정정했지만 기사들의 톤은 바뀌지 않았다.

방통위가 조심스런 입장을 취했지만 현장에서 본 분위기는 사실 ‘기사들의 톤’과 그리 다르진 않았다. 하지만, 하나 아쉬운 것은 방통위 등 방송 관련 진흥 규제기관의 철학이다. 물론 정부가 시장 상황에 따라 과거 정책을 180도 뒤집거나 변경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인식 전환의 중심에는 ‘시장 변화나 아니면 사업자, 시청자(이용자들에 대한) 기본 철학’이 있어야 한다. 단지, 시장 상황이 그렇다고 해 거기 맞추기 위한 정책 변화는 또 다른 화를 불러올 수 있다.

앞서 말한 AT&T의 사례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AT&T가 HBO의 상징을 바꿨지만 ‘HBO=콘텐트의 중심’이라는 핵심은 바뀌지 않았다. 정부가 시장 상황에 변화에 따라 대응하고 정책을 바꾸겠지만 ‘방송 사업은 시청자(전국에 있는 모든 시청자)의 복지를 위한 사업자의 의무‘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 저작권자 © 인사이드케이블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