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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 떠나봅시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 | 승인 2019.04.10 15:38

 대한민국 여권만 있으면 입국 가능한 국가가 몇 개국이나 될까요? 2018년 집계에 따르면 188개국이라고 합니다. 여권파워지수는 싱가포르와 함께 공동 1위이구요. 대한민국 여권, 막강합니다. 시간과 비용만 허락한다면 세계 어디로든 떠나지 못할 이유가 없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관광목적의 해외여행은 언제부터 가능했을까요? 1983년입니다. 86 아시안게임과 88 올림픽 개최가 확정된 국가답게 세계를 향한 문턱은 낮아졌고, 관광여권이란 것이 발급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만 50세 이상, 1년간 200만원을 예치하는 조건으로 연1회 유효한 제한적 자유화였죠. 이후 점진적으로 완화되어 1989년 비로소 전면 자유화가 이뤄졌으니 올해가 꼭 31년 째 되는 해입니다.

 세계를 향한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는 듯, 청년들은 배낭을 메고 세계로 나갔습니다. 여행이 낯선 사람들은 여행사 깃발 아래 모여 단체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해외여행이 일생일대의 이벤트에서 평범한 일상이 되어가는 동안, TV 여행 프로그램도 많이 변했습니다. 이국적 풍경과 역사적 유물을 중심으로 낯선 곳에 대한 정보를 전해주던 여행 프로그램들은 점점 교양의 울타리를 넘어 예능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테마가 있는 세상 여행, 상상을 초월하는 변주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신서유기」(tvN)와 같이 게임과 리얼리티를 접목시키기도 하고, 「윤식당」(tvN)처럼 현지에서 미션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패키지 여행의 재미를 살려준 「뭉쳐야 뜬다」(jtbc)나 크루즈 여행의 멋을 즐길 수 있었던 「탐나는 크루즈」(tvN), 초저가 숙소부터 착한 가격의 맛집과 무료 관광지 등 실속형 여행의 정수인 「짠내 투어」(tvN), 게스트 하우스를 기반으로 여행하는 「땡철이 어디가」(TV조선) 까지 TV 속 세상은 여행 천국입니다.

 이미 「꽃 보다」(tvN) 시리즈를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나만의 세계 여행이 가능함을 보여주었고, 「비긴 어게인」(jtbc)나 「이타카로 가는 길」(tvN) 등은 음악과 함께 하는 여행의 맛을 알게해주었습니다. 해외로 나간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잡학사전」(tvN)은 인문학의 지평을 넓혀주었죠.

 한 때는 적성(敵性)국가라는 이유로 왕래할 수 없는 나라가 우리에겐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행객들에겐 그 나라들이 더 궁금했는데요, 그 중 하나가 쿠바입니다. 「트래블러」(jtbc)는 체 게바라의 자유와 혁명,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아릿한 선율과 고풍스런 클래식 자동차로 기억되는 쿠바를 여행하는 배우 류준열과 이제훈의 이야기입니다. 쿠바에 대한 호기심과 두 청년들의 인생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 또한 그들과 함께 쿠바의 어느 거리에 있는 듯했습니다.

 「스페인 하숙」(tvN)도 문을 열었습니다. 삼시 세끼의 차줌마 차승원과 바깥양반 유해진, 그리고 경상도 싸나이 배정남이 운영하는 스페인 하숙은 싼티아고 순례길에 있습니다. 800km에 달하는 길을 걷는 순례자들에게 하숙집은 고단한 몸을 쉴 수 있는 안식처이고 그리운 집밥을 맛나게 먹을 수 있는 고향집이었습니다. 외국어 간판이 가득한 마을 입구에 또렷한 한글로 씌어 있는 ‘스페인 하숙’. 나그네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삶의 길을 잃은 사람들이 자신을 뒤돌아보기 위해 모인다는 순례길. 그 어디 쯤에 있는 하숙집에서 지친 나그네를 맞아주는 ‘차배진’팀의 따뜻함이 오랜 여운으로 남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누가 옳고 그른 지 차분하게 따져보기 보다 자기 생각만을 소리 놓여 이야기하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는 일상, 꽤나 피곤하죠. 이럴 땐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여행을 떠나세요. TV에서 만난 어느 곳이든 상관없습니다. 우리들의 봄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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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희정 드라마평론가  tigerheeh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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