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op
updated 2019.5.22 수 09:42
HOME 오피니언&인터뷰 미디어 인사이드
치어리더를 구하라, 세상을 구하라
JTBC 한정훈 기자 | 승인 2019.04.29 15:17

얼마 전 한 OTT서비스를 통해 무려 13년 전 방영된 미국 드라마를 다시봤다. 바로 지난 2006년 인기리에 방송된 NBC 미국 드라마 <히어로즈(heros)>. 23부작에 달하는 내용인데도 주말 내내 다시 몰입해봤다. 동시에 2006년 불안했던 직장 초년생의 기억도 다시 떠올랐다.

2006년 개봉한 NBC 미국 드라마 <히어로즈> 포스터

이 드라마는 초능력을 가진 평범한 인물들이 ‘세상을 파괴하려는 거대악(惡)’에 맞서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부제는 제목대로 ‘치어러더를 구해서 세상을 구하라(Save the cheerleader, Save the world). 이 드라마에서 ’클레이어‘라는 이름의 고등학생 치어리더는 죽어도 다시 사는 ’재생 능력을 통해 세상을 구하려는 자와 세상을 파괴하려는 자의 중심에 서게 된다.

<히어로즈>는 2006년 9월 방영 당시, 영화 못지않은 특수효과와 짜임새 있는 화면을 보여주며 매회 1400여만 명의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히어로즈>에는 당시 만해도 엄청난 수준이었던 회당 3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13년이나 지난 드라마로 시작하는 이 글의 이유는 바로 ‘한국 유료 방송’ 처한 현실과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논리적 비약이라고 느낄 독자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요즘 방송계에선 가입자가 늘었다던가 아니면 광고 매출, 판매 매출이 늘었다는 즐거운 소식은 별로 들리지 않는다.

대신, 막혀있는 방송 규제(진흥) 정책, 침체된 시장, 더딘 인수합병 등의 소식만 전해진다. 국회 상황만 봐도 그렇다. 국회 과방위가 어렵사리 ‘유료방송 합산 규제 논의’를 시작했지만 곧바로 <패스트 트랙>이라는 암초에 빠졌다.

모두 알다시피 합산규제는 한 미디어그룹이 유료방송 시장 가입자의 3분의 1(33%) 이상 차지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다. 지난 3년 전 한시적으로 도입됐고 일몰 후 향후 연장이나 폐지를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지난달 과방위 당시, 다음 달 정부(과기부)에 해법을 가지고 오라고 했지만 국회가 공전하고 있는 지금, 사실상 그 결론이 언제일지 아무도 모른다. ‘패스트 트랙’은 최소한 유료 방송계에겐 ‘스타 트렉’으로 작용되지 못한 셈이다.

또 다른 정책이 바로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이다. 주무기관인 방통위 전체회의까지 통과해 시행령까지 만들어졌지만 ‘집 나간 이 정책은 정박지를 모른체 떠돌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나 강원도 산불에 대한 KBS에 부정적 여론(대통령의 언급 포함) 이후 중간광고 도입은 쉽지 않아 보인다.

혹자는 이 같은 정책들의 실패가 한 쪽에겐 ‘악재’고 한쪽에겐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보지만, 그 이면은 그렇지 않다.(‘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불발은 지상파에겐 악재고 유료 방송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다)

시장은 ‘악재보다 불확실성’을 더 두려워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국 방송 정책은 문재인 정부들어 큰 변화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질적 양적 모든 측면에서다. 2017년 5월 이후 공영방송 사장들이 교체된 후 시도했던 거의 모든 방송 정책들이 멈춰있다. 이것이 시장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차라리 안됐거나 됐으면 더 나았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언급이 틀리지 않다.

앞서 언급한 두 정책은 한국의 방송의 두 축을 담당하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미디어 기업들의 인수합병을 통해 간접적 정책 구현을 해보려하지만 정부의 ‘규제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때문에 아예 차기 정부에 기대를 걸어보자면 ‘새로운 미디어 정책’을 짜자는 세력들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자포지기하고 있기엔 국내 방송계의 현실과 중요도가 남다르다.

방통위가 구성한 ‘방송제도개선 추진반’ (사진=방통위)

이런 측면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출범시킨 ‘방송제도 개선반’의 성공에 방통위 3기 혹은 문재인 정부 ‘방송정책’의 전반기의 성과를 연결시키는 것도 틀린 분석이 아니다.

방통위는 현재 지상파, 종편 등 기술적 역무 중심으로 되어 있는 방송 구분을 공영과 민영방송, OTT 등 서비스 중심으로 나누는 ‘방송제도 개선반’을 띄웠다. 이 방송 제도 개선반은 ‘방송규제체계와 ’미래방송 통신 제도‘ 등 2개 분과로 이뤄진다.

‘방송 규체 체계 개선반’은 시청자 중심으로 공영방송(KBS)와 민영방송(JTBC, MBC, SBS, TV조선 등)으로 나누고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을 다루는 것과 동시에 민영방송에 대해선 소유겸영 규제 완화, 광고 편성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 미래방송 통신 제도는 급속히 늘고 있는 OTT를 어떻게 규정할지도 핵심이다.

이 둘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콘텐트 중심의 규제다’. 콘텐트는 플랫폼이 아닌 가입자 중심의 규제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지역 방송도 중요하고 지역 콘텐트를 만드는 사업자도 존재 가치가 있다. ‘유료 방송을 구하라.’는 ‘한류를 구하라’라는 말과 같은 이야기다.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 저작권자 © 인사이드케이블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