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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예능이 꽤나 재미집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 | 승인 2019.05.14 18:31

TV 프로그램에 외국인이 고정적으로 등장한 것은 아마도 1968년 TBC 드라마 <파란 눈의 며느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에 유학을 갔던 손주가 미국인과 결혼하여 귀국합니다. 완고한 할아버지는 결혼을 반대하죠. 오십년 전이니 당연했겠죠? 그래도 할아버지보다는 조금 개방적인 부모님 덕분에 푸른 눈, 금발의 아가씨는 완고한 이 집의 며느리가 됩니다. 말도, 일상생활도 당연히 서툰 그녀가 진정한 한국 며느리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는데, 그 파란 눈의 며느리로 케이씨라는 미국인 여배우가 출연했습니다. 지금은 그녀에 대한 자료 조차 찾을 수 없지만, 당시에는 그 존재만으로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15주 동안 매주 일요일 밤 9시에 안방극장을 찾아갔었고, 이듬해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2019년 한국에 거주하는 등록 외국인은 236만명을 넘어섰습니다. 10년 전인 2009년 72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보면 꽤나 빠른 증가세입니다. 이젠 외국인을 만나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TV에 출연하는 외국인 또한 특별할 것 없는 시대입니다. 한국어에도 능숙할 뿐만 아니라 농담도 잘하고, 넉살도 좋다보니 이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들이 꽤나 재미있습니다.

그중 자꾸만 채널을 돌리게 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바로 「대한 외국인」(MBC에브리원)입니다. 속담, 맞춤법, 띄어쓰기, 사자성어, 한국의 사회와 문화에 대한 상식 등을 소재로 한 ‘한국 문화 퀴즈쇼’입니다. 나이도, 국적도, 한국에 거주했던 기간도, 하는 일도 모두 다른 10명의 외국인 팀과 5명의 한국인 팀이 대결을 합니다.

출연하는 외국인들의 면면은 놀랍습니다. 46년 동안 한국어 연구를 해온 독일 본 대학 명예교수 알베르히트 후베를 비롯해서 1970년대 초반 방송에서 활동했던 ‘대한민국 외국인 예능인 1호’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짐 하버드, 40년 동안 한국에 살았고 19년 전에 아예 한국인으로 귀화한 부산국제 교육재단 사무총장 로이 알록 등이 저력을 과시합니다. 뿐 만 아니라 방송을 통해 이미 익숙해진 타일러 라쉬, 알베르토 몬디, 샘 오취리, 에바 등은 친근한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대한 외국인」의 특이한 점은 왕좌를 지켜내야 하는 사람이 외국인이고, 이를 뺏으려는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에 대한 문제를 푸는데 도전자가 한국인이라는 설정, 일반적 시선을 뒤집어 놓은 배치가 흥미롭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한국인데 왕좌는 쉽게 쟁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 오산입니다.

여기서 잠시 문제 몇 개를 살펴볼까요? ‘방에서 꽃등으로 나왔다’라는 말이 무엇일까요? 이 말은 ‘방에서 맨 처음으로 나왔다’라는 말이고, ‘그가 미쁘게 보이다’는 것은 ‘그가 미덥게 보인다’ 라는 말이고, ‘여간 시망스럽게 놀지 않았다’는 것은 ‘여간 짓궂게 놀지 않았다’라는 말이랍니다. 우리도 낯선 우리말을 외국인들은 척척 맞추더라구요. 이외에도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나 제도의 변화 등에 대한 문제가 이어지는데, 간단해 보이지만 답이 금방금방 떠오르지 않아 등에선 땀이 흐르기도 합니다. 출연한 한국인들이 일부러 맞추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알쏭달쏭, 긴가민가 하더라구요.

외국인 예능 프로그램하면 생각나는 것은 「미녀들의 수다」(KBS)와 「비정상회담」(jtbc)이 대표적일 것입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외국인과 한국인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장이었고, 외국인들의 한국 방송 등용문이었습니다.

대한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우리들의 모습은 새로운 재미이기도 하고, 우리가 보지 못한 우리를 찾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길가다 외국인을 만나면 싱끗 먼저 미소를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요? 거주 외국인 비율이 전국민의 5%에 육박하고 있는 국가의 국민답게 말입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  tigerheeh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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