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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패스의 파산, 영화관 구독 모델의 실패는 아니야
JTBC 한정훈 기자 | 승인 2019.09.25 16:44

네바다 리노(Reno)에 있는 영화관 ‘Century Summit Sierra’. 같은 이름의 쇼핑몰 근처에 위치해 항상 사람이 붐빈다. 주말에는 가족 단위 관객이 많은데 아버지와 어머니는 맥주를 마시고 아이들은 영화를 보며 팝콘을 먹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상영관 내부도 의자가 발도 올릴 수 있는 전신 소파여서 편하게 영화 즐기기엔 매우 좋은 곳이다. 최근엔 가족들과 함께 라이언킹(Lion king)을 그 곳에서 보았다.

네바다 리노 센트리 극장 전경


미국에서 영화 한편을 보는 평균 가격은 8.25달러(성인 기준)이다. 어린이(1~11세) 표는 조금 싸지만 7.95달러다. 3명 가족이 한 편의 영화를 즐기려면 25달러(3만 원) 정도 된다. 여기에 팝콘이이나 간식이 합쳐지면 4인 가족 기준 40달러를 훌쩍 넘는다. 다른 콘텐트에 비해 저렴하긴 하지만 매번 가긴 부담스럽다.

때문에 ‘영화관’을 가는 대신 넷플릭스(Netflix) 등 스트리밍 서비스로 시간을 때우기도 한다. 그러나 신작 영화의 빈약함은 넷플릭스를 떠나 영화관을 가게 한다. 가격 문제로 고민하는 고객들을 위해 영화 관람에 구독 모델(Subscription)을 도입한 사업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 모델을 가장 먼저 시작한 업체가 무비패스(MoviePass)였는데 지난 4일 파산했다. 가입자 확대에 실패한 데다 늘어나는 금융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서다. 

무비패스의 모기업인  Helios & Matheson Analytic는 전날인 13일 회사 매각을 포함해 무비패스를 살릴 모든 방안을 찾겠다고 했지만 회사의 파산을 막지 못했다. 폐업을 알리는 홈페이지 공고문에도 가입자는 환불을 받을 수 있고 향후 사업이 언제 다시 시작될지는 모른다고 쓰여 있다. 그러나 사업이 재개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무비패스 사업 중단 홈페이지 메시지


무비패스는 지난 2017년 한 달에 일정 비용(10달러 이하)을 내면, 영화관에서 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다고 홍보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넷플릭스(Netflix)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처럼 ‘영화 관람’에 구독 모델을 도입한 것이다.

사업 초기에는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사업 초기의 희망에 비해 성장은 더뎠다. 너무 싼 정액제 모델을 도입한 걸까. 극장에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 고객들이 내는 월 이용료 총액을 훨씬 상회하며 투자자금이 빠르게 소진됐다. 이에 주주들의 반발이 심해졌고 지난해 이미 거의 파산 직전에 몰렸다.

사실 한 달에 ‘9.99달러’에 매일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설정은 ‘지속 가능하지 못했다.’ 극장에 티켓 가격 전체를 보상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비패스는 고객 정보를 판매하는 등 빅데이터로 이 간극을 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을 달랐다.

급격한 비용 증가로 지난해 여름엔 현금 적자(cash deficit)가 매달 4500만 달러에 달했다. 그래서 1년 뒤 무비패스는 이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월 이용 가격을 9.99달러에서 월 14.95달러로 가격을 인상했다. 또 한 달에 이용할 수 있는 숫자도 3편으로 제한했다. 이용자 입장에선 혜택의 90%가 날라 간 셈이다. 고객 가치의 핵심을 건드리다보니 사업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네바다 리노(Reno)에 있는 센트럴 극장


결국 고객들의 만족도가 더욱 떨어졌다.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고객 입장에선 볼 수 있는 영화 편수를 제한하는 무비패스를 더 이상 이용할 매력이 사라졌다. 더 이상 ‘구독 모델’이 아닌 셈이다.

이후 무비패스는 초기의 생생함이 사라진 채 추락을 거듭했다. 이와 관련 WSJ는 “2018년 8월 헬리오스(무비패스의 모회사)는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식 분할을 해 액면가을 낮췄다”며 “하지만, 올해 2월 결국 상장 폐지됐고 장외(trading over-the-counter)에서만 거래되는 상황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급기야 지난 6월엔 무비패스는 서비스를 중단하기에 이른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성능 개선 중이라고 이유를 달긴 했지만 진짜 이유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엔 수만 명의 고객의 개인 신용 정보가 외부로 노출되는 보안 사고도 터졌다.

전문가들은 무비패스의 실험은 파산으로 끝났지만 그렇다고 ‘영화관 구독 모델’ 자체가 실패했다는 말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미디어 전문 매체 리코드(Recode)의 피터 카프카(Peter Kafka)는 트위터를 통해 “가끔 싼 가격으로 승부하고 규모로 만회하려는 거래는 성공하지 못한다.(Sometimes the 'lose money on every transaction, try to make it up with volume' model doesn't pan out)”고 썼다. 그 말은 ‘원가 이하를 지나치게 맴도는 서비스 때문이지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는 이야기다.

다른 영화 사업자들도 구독 모델을 실험 중이다. 미국 최대 영화 체인인 AMC는 지난해 영화관에 구독모델(Stubs A-List program)을 적용했다. WSJ에 따르면 AMC의 접근은 다소 보수적이다. 일주일에 3번 영화를 볼 수 있는 조건으로 매 달 평균 19.95 달러를 받는다. 그것도 AMC 소유 극장에서만 관람할 수 있다.

미국 극장의 경우 성인 1명 영화 관람료가 8.25달러(1만 500원 수준)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고객으로선 3번을 채우면 이득이다. 사실 AMC의 이런 마케팅은 극장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구독 모델이라기 보단 일종의 회원제 서비스로도 볼 수 있다. 어쨌든 AMC는 이런 구독 모델로 8월 현재 미국에서만 9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그러나 성공 여부는 확신하기 어렵다. 영화 산업의 특징이 ‘콘텐트의 질’ 균질하지 않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항상 본인이 원하는 영화가 개봉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또 넷플릭스와 같이 일단 미뤄뒀다 한꺼번에 몰아보기(Binge Watching)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AMC의 실험이 성공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극장 구독 모델의 성공을 여기서 볼지 모른다.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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