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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멋진 미식 방랑기는 없었다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공희정 드라마평론가 | 승인 2019.10.29 14:02

스스로를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음식을 연구하는 사람이라하는 그의 호기심은 끝이 없었습니다. 마치 구절판을 보는 듯 언제나 흥미로운 음식 이야기를 다채롭게 펼쳐놓는 백종원.

간단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그의 비법은 음식을 처음 만들어 보는 사람들에게서 두려움을 없애주었고, 푸드 트럭에서 또는 골목 어딘가 있는 작은 가게에서 자신만의 음식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에겐 따끔하지만 가장 유용한 전략을 알려주었습니다. 학교 급식현장에도 출동하고 <삼시세끼>나 <강식당> 등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숨은 선생님으로 등장하기까지 했던 그였지만 가장 백종원다운 맛을 보여준 것은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tvN)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9월, 시즌2가 시작되었습니다. 시즌1에서 백종원이 들려준 풍성한 음식이야기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멋스러웠던 영상 때문인지 이번에는 어느 곳에서 어떤 음식들을 만나고 무슨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지 시작도 하기 전부터 궁금했습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시작하여 베트남 하노이, 미국 뉴욕을 거쳐 중국 시안으로 이어지는 내내 그는 오랫동안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 같았습니다. 익숙한 듯 검은 배낭 하나 메고 길을 걸어가는 그의 발걸음은 경쾌했습니다. 길을 건너고 길 모퉁이를 돌아 드디어 찾아낸 곳은 의외로 허름했지만 어디든 사람들이 북적거렸습니다. 편히 앉아 먹을 자리가 없어 음식을 싸들고 거리로 나와야 했던 곳도 있고,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거리 모퉁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먹어야했던 곳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맛은 언제나 최고였습니다.

후각으로부터 침샘을 자극하기 시작한 음식들은 먼저 먹고 있는 사람들의 그릇에 담겨진 음식을 넘보며 침을 삼켰고 음식이 만들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한번 더 침을 삼켜야했습니다. 음식이 더디나오는 듯 기다려지긴 백종원이나 시청자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드디어 나온 음식을 한 입 베어물며 맛있다는 말을 연발할 때, 보는 사람들 입안에는 침이 가득 고였습니다.

음식은 맛만으로 먹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음식 하나하나에 얽혀있는 이야기와 그 음식을 만들어 팔고 있는 가게의 역사까지 음식의 맛을 내는 중요한 요소들이었습니다.

그는 음식의 이름을 풀어줍니다. 영어야 조금은 알고 있고, 모른다 해도 추측이 가능하지만 터키나 베트남이나 중국말은 쉬이 알 수가 없으니 음식을 시켜 먹을 때도 무슨 뜻인 지 몰라 글 모르는 사람 그림 맞추듯 했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우선 빵이냐 밥이냐 국수냐를 구분하고 나면 튀긴 것인 지 찐 것인 지 볶은 것인 지 나누고, 맵고 짜고 시고 단 맛을 알게되면 어느 정도 음식이 눈에 들어옵니다. 메뉴가 읽히기 시작하니 음식에 대한 호기심은 더 커져갑니다.

그가 들려주는 음식이야기는 백미입니다. T본 스테이크로 유명한 포터 하우스는 뼈달린 고기를 선원들에게 구워준 집의 이름에서 유래하였고, 반미는 베트남이 프랑스 식민지였던 때 먹기 시작했던 바게트 빵을 활용한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음식은 그렇게 맛과 함께 이야기로 명료하게 기억되기도 했습니다.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가 갖고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은 영상미입니다. 식탁에 오르는 음식과 그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카메라는 꼼꼼히 쫒아갑니다. 재료와 재료가 만들어내는 색의 조화는 화려했고,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소리들은 감미로웠습니다. 카메라는 미식방랑가를 정면으로 응시하지만 수시로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어깨 너머에서 그를 바라봅니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과 그 음식을 먹는 사람이 카메라 안에서 하나가 됩니다.

음식을 먹다보면 각각의 재료들이 어떠했는 지, 어디서부터 이 음식이 왔는 지 알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 길을 카메라는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합니다. 날 것이었던 처음으로 돌아간 순간, 모든 것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음식 맛 안에서 각각의 재료가 갖고 있는 본연의 맛은 다시 한 번 살아납니다. 뿐만 아니라 음식과 떼어 생각할 수 없는 도시의 풍경 또한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는 공을 많이 드렸습니다. 잘 만들어진 광고 영상을 보는 듯 합니다.

음식의 맛을 멋으로 승화시킨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는 드라마 <심야식당>이나 <고독한 미식가>보다 감동적이었고, 음식 다큐멘터리 <누들 로드>나 <요리인류>보다 흥미로웠습니다. 이 멋진 미식 방랑기를 따라 저도 길을 떠나보고 싶습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  tigerheeh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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