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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개선이냐 가입자 유지냐.. vMVPD의 고민
JTBC 한정훈 기자 | 승인 2019.11.27 08:56

얼마 전 지금 가입하고 있는 케이블TV 상품을 문의하기 위해 집근처 스펙트럼(Spectrum) 대리점에 방문했다. 10시부터 문을 연다고 해 9시 50분에 맞춰갔는데 벌써 문 앞에 몇 몇이 줄 서 있었다. 요즘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처리한다고 생각해 문 여는 시간이 임박해 간 것이 잘못이었다. 미국은 한 고객을 상담하는데 최소 20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이미 오전 중 일을 마치는 것은 포기해야 했다. 나 같은 외국인 말고도 대리점에서 가입 및 해지, 문의 등을 상담하는 고객이 꽤 있었던 것이다.

스펙트럼(Spectrum) 대리점 모습

그런데 자세히 보니, 대리점을 방문한 고객은 대부분 노인들이었다. 아무래도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는 노인층 고객이 케이블TV나 전화 상담을 하러 온 것이었다. 내 앞에 있던 한 노인은 어제도 왔는데 1시간을 기다리다 그냥 돌아갔다고 불평했다. 내 순서가 앞에서 7번째였는데 2시간을 기다려 차례가 와 일을 처리하고 나왔다. 예상대로 난 오전에 케이블TV를 고치는 것 외엔 아무것도 못했다. 전화 한통으로 모든 것이 처리되는 한국 케이블TV AS의 빠른 속도가 너무 그리웠다.

그런데 인상적이었던 것은 AS를 처리하는 인원들의 친절함이다. 내 문제는 단순한 것이었는데 해당 사항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도 모두 체크해 알려줬다. 처음으로 월 10만 원을 넘게 내는 비싼 미국 케이블TV가 돈 값을 한다고 느꼈다.

디즈니+, 애플 등 요즘 스트리밍 서비스도 급속히 늘고 기존 유료방송 사업자들도 앞 다퉈 온라인 방송 서비스를 내놓다 보니, 과거 어느 때보다 방송 시청에 드는 비용이 늘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천국(미국은 공식 집계된 스트리밍만 271개 정도다.)인 미국에 살다보니 그것을 더 느낀다. 현재 나는 직업 상 케이블TV말고도 4개 정도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추가로 이용하고 있다. 그래서 서비스 요금 인상에 대한 이야기만 나와도 가슴이 철렁하다.

이번 주에도 가슴이 철렁한 일이 있었다. 바로 디즈니+외 디즈니가 보유한 또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Hulu)가 월 서비스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실시간TV채널과 VOD서비스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상품(Hulu + Live TV)의 가격 인상이다. 훌루는 지난 주 ‘Hulu + Live TV’ 상품의 서비스 가격을 기존 44.99달러(월)에서 54.99달러로 10달러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 패키지 상품은 저렴한 가격에 VOD와 함께 실시간 채널(60개 채널)을 기존 케이블TV, IPTV처럼 볼 수 있어 유료 방송 플랫폼(MVPD)을 대체할 서비스(vMVPD)로 불리고 있다. 인상 시점은 다음달 18일인데 훌루의 가격 인상은 두 번째다. 지난 2월에도 이 상품 가격을 5달러 올린 적 있다.

기존 유료방송(월 100달러가량)에 비해 저렴하다는 장점에 이 상품을 구독했던 가입자들의 반발도 나오고 있다. 54.99달러의 가격은 여전히 전통적인 케이블TV구독료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지만 유료 방송에 비해 제공하는 채널(60개)이 적다. 월 100달러가 넘게 나오는 유료 방송의 비싼 가격에 훌루로 옮겨왔던 고객들의 항의가 적지 않다.

훌루의 가격 인상 공지

물론 이번 가격인상은 기존 고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상품인 월 5.99달러(광고 시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패키지는 얼마 전 출시된 Disney+와 ESPN+를 묵어 월 12.99달러에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 라이브TV채널을 통해 스포츠 방송을 봤던 고객들은 10달러가 넘는 가격 인상이 부담스럽다.

Hulu의 홈페이지

연이은 가격 인상에 대해 훌루(Hulu)는 케이블TV채널이나 기존 방송사에 지급하는 재전송료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훌루의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vMVPD)하는 AT&T의 디렉TV NOW도 지난 달 월 이용 서비스 가격을 50달러에서 65달러로 인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훌루가 스트리밍하고 있는 실시간 채널은 디즈니(Disney)와 NBC유니버셜 소속 채널들이다. CNN이나 FOX news, TBS 등이다. 이와 함께 <The Handmaid’s Tale> 등과 같은 오리지널 콘텐트도 방송하고 있다. 현재 훌루는 공식적으로 가입자는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 추산으로는 270만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훌루의 가입자 추산

특히, 기존 유료 방송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 이탈을 막아왔던 유료 방송 사업자의 vMVPD는 가격 인상이 가장 큰 고민이다. AT&T NOW 등은 최근 몇 차례 가격을 인상하다보니 기존 유료 방송과의 격차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가격 인상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냐 아니면 가격 유지를 통한 가입자 확보냐.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A virtual MVPD (vMVPD)란 기존 유료방송을 통하지 않고 인터넷(IP)를 이용해 실시간 유료방송채널들을 방송하는 것을 말한다. 콘텐트 단위로 서비스하는 스트리밍과는 달리 케이블TV 등과 같이 실시간 채널들을 방송한다. 현재 유튜브TV, 슬링TV(Sling TV), Hulu live TV, AT&T NOW 등이 vMVPD에 해당한다. 월 단위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월 이용 금액이 기존 유료 방송의 절반 수준인 40~60달러 정도 된다.

vMVPD 미국 전체 가입자는 900만 명 정도인데 이 중 시장 점유율 1위는 슬링TV며 유튜브TV와 점유율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VOD와 오리지널 콘텐트를 서비스하는 스트리밍 방송이 늘어나면서 가입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프로그램 수급비용의 증가로 월 이용료가 계속 오르고 있어 기존 고객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vMPD 가입자 추이


미국의 경우 18개월 전만해도 vMPD의 최저 이용 가격이 30~35달러 수준이었는데 현재 가장 싼 vMVPD가격은 45~50달러 정도다. 50%에 가까운 인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도 없다. 채널 등에 지급하는 프로그램 사용료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입자가 늘어나면 날수록 지급해야 하는 비용도 올라간다. 이와 함께 라이브TV를 방송하지 않는 최근 스트리밍 사업자들의 치열한 공세로 가입자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 이상 유료 방송 대비 저렴한 비용으로 가입자를 늘려오던 시장이 아닌 셈이다.

어쩌다보니 유료 방송과 스트리밍 서비스 사이에 낀 서비스가 되어버렸다. 특히, 유료 방송보단 제공하는 채널수가 적다보니 가격 인상에 대한 고객들의 반발 강도도 매우 강하다. 반면, 대부분의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10달러 이하의 가격으로 고객을 유혹한다.

vMVPD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관점에서 지난주 미국에선 의미 있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vMVPD의 미래가 아직은 밝다는 것이다. 미디어 시장 분석 전문가 마이클 내탄슨(Michael Nathanson)은 LA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실시간 스트리밍 시장이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바로 실시간성이 중요한 스포츠와 뉴스 때문이다. 아무래도 VOD를 중심으로 서비스하는 사이트에선 이 두 부분은 약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말하면 향후 스트리밍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vMVPD가 갖춰야 할 핵심 콘텐트가 그 두 개라는 이야기다. 유료 방송 사업자가 진화해야 할 곳도 vMVPD다. 지역 뉴스와 지역 스포츠도 실시간 콘텐트로는 매력적이다.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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