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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19.12.4 수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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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는 또 다른 세상으로 향하는 길이 있습니다<장동건의 백투더 북스>, <멜로디책방>
공희정 드라마평론가 | 승인 2019.12.04 13:55

동네 책방들이 자본의 논리에 의해 문을 닫기 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풍경도 사라진지 오래구요. 10년 사이에 국민 1인당 독서량은 11.9권에서 8.3권으로 줄었습니다. 왜 사람들은 책을 덜 읽을까요? 세상에 재미난 일이 너무 많아서겠지요? 세상 재미에 자리를 내준 책들은 시드는 듯도 했지만 방송은 그 가치를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전설의 독서권장 프로그램 <느낌표>(MBC)는 온 국민을 독서열풍에 빠지게 했고, <낭독의 발견> (KBS)은 책을 또 다른 감성으로 읽게 했습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SBS)는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이란 낯선 책을 단박에 베스트셀러로 등극시키며 도서PPL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기도 했죠.

모든 책들이 태어나 처음으로 세상을 만나는 곳은 서점입니다.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팔고 사는 거래의 장이 아 니라 서로의 철학을 나누는 곳이고,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는 마법같은 곳이지요. 책이 서점을 통해 빛나는 순간을 방송은 새롭게 조명하고 있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 그리고 프랑스 서점을 둘러보는 다큐멘터리 <장동건의 백투더북스>(jtbc). 세계 명문 서점들이 어떻게 사회 변화에 기여하고 있는 지, 또 빠르게 변하는 일상 속에서 사유할 여유를 잃어가는 현대인들에게 생각의 힘이 왜 중요한 지를 이야기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 하나인 중국 센펑 서점은 서점이 어떻게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합니다. 산골 오지 마을에 책 2만권으로 분점을 열었고, 중국 근대사의 중요 유적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난징의 총통부건물에 분점 민국서원을 내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문화의 중심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파리의 서점들은 달랐습니다. 전통을 지키는 사교의 장이었죠. 앙드레 지드, 어니스트 헤밍웨이, 샤르트르 등 세계적인 문학가들이 교류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페미니스트 책방인 ‘비올렛 앤드 컴퍼니’를 비롯해서 30년째 운영되고 있는 파리의 책시장, 프로뱅에 있는 중세서점 등 프랑스의 서점들은 과거와 현대가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일본 크레용 하우스는 서점을 넘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공간이었습니다. 어린이 및 여성전문 책들 뿐 만 아니라 유기농 친환경 식품과 제품들을 판매하며 생각을 공유하고, 공유한 생각들을 실천하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서점은 어떠할까요? 부산 보수동 헌책방 거리, 서울 혜화동 ‘동양서림’, 1956년 문을 연 속초의 ‘동아서점’, 인문학 강연과 연주회 등으로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이 된 서울의 ‘순화동천’, 부산 청소년들의 인문학 성지인 ‘인디고 서원’ 등 저마다의 개성으로 동네 서점의 명맥을 간직한 채 새롭게 변모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세포 하나하나가 살아나듯 자신만의 특징을 살려나가는 작은 서점들은 동네를 지키는 등대가 되고 있었습니다.

한편 <멜로디 책방>(jtbc)은 책 OST라는 독특한 소재의 프로그램입니다. 분명 다 읽은 책인데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가물거릴 때가 있는데 만일 책 OST가 있다면 음악으로 책이 기억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책과 음악이 만났습니다. 책이야기를 하겠다고 모인 사람들은 책에 대한 전문가들이 아니라 젊은 뮤지션들입니다. 그들은 책을 읽고 OST를 만듭니다. 전문가적 지식보다 책을 읽는 각자의 시선에 집중하고 있는 <멜로디 책방>은 책에 대한 서로의 생각은 달랐지만, 그 다름이 자유롭게 섞여가는 과정은 진지했습니다.

‘책은 자유를 배우는 여행이고, 책은 사람이 살아온 역사를 다시 한 번 여는 여행’이라고 크레용하우스 대표는 말합니다. 이 말을 들으며 저는 방송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여행하죠. 만날 수 없는 어제의 사람들을 만나 지혜를 배우고, 지금을 사는 사람들의 생각을 나누고, 그렇게 내일을 향해 걸어갈 힘을 얻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방송을 빠르게 변화시키지만, 묵묵히 본연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방송은 서점처럼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길잡이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동네 서점에 들러 한 권의 책을 사고 오디오채널을 나즈막히 틀어놓은 채 책과 방송이 이끄는 세상으로 떠나봐야겠습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  tigerheeh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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