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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 바람이 '새롭게' 분다<슈가맨>, <리와인드 시간을 달리는 게임>
공희정 콘텐츠평론가 | 승인 2019.12.26 09:00

요즘 ‘온라인 탑골공원’이 뜨겁습니다. 90년대 인기 가요들을 들을 수 있는 이 온라인 스트리밍 채널들은 한국 가요사의 전환기였고 팬덤 문화가 본격적으로 형성되었던 90년대로 대중들을 이끌고 갑니다. 가요만이 아닙니다. 야동 순재를 탄생시켰던 <거침없이 하이킥>(MBC)이 새로운 인기 몰이를 하고 있고, <순풍산부인과>(SBS)는 미달이와의 격한 재회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이십대 청춘이었던 중견배우들의 풋풋한 모습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는 <사랑이 꽃피는 나무>(KBS)도 잊었던 꿈을 생각나게 해주고 있고요.

그냥 옛날 프로그램들을 본다면 ‘추억따라 삼천리’하며 복고의 재미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요즘 복고는 다릅니다. 전편 정주행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짤방처럼 핵심 장면만을 모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여기에 채팅창이 열리며 남녀노소 구분없이 자신의 의견을 올리고, 이를 공유합니다. 낡았다고 외면당했던 시간들이 눈부시게 살아나는 순간이지요. 인터넷 사용에 비교적 익숙한 중년층과 이들에 비하면 전문가 수준의 사용 능력을 갖고 있는 10대 20대들이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갑니다. 이 기묘한 일들이 복고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기묘한 복고 바람의 소재는 당연히 방송 프로그램들입니다. 환갑이 넘은 TV방송은 그동안 수많은 프로그램들을 만들어왔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은 대중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고, 어떤 프로그램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을 만큼 확실하게 잊혀지기도 했죠.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모두는 보석이었습니다. 그 보석들의 변신이 바로 복고입니다.

시즌3로 돌아온 <슈가맨>(jtbc). <슈가맨>은 한 시대를 풍미하며 음악으로 세상을 평정했던, 그러나 지금은 쉽게 만날 수 없는 가수들을 찾아 갑니다. 일명 슈가맨 찾기. 시간은 노래에 대한 느낌을 조금씩 다르게 했지만,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그들도, 관객으로 그들의 노래를 듣는 대중들도 추억이란 울타리 안에서 행복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시즌 1, 2에서는 미스터 투, 주주클럽, 잼, 영턱스클럽, 솔리드 등을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또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듀스의 김성재나 스카이의 최진영의 활동 당시를 보며 그리움에 깊이 젖기도 했습니다. 지난 11월 시즌 3가 시작되었습니다. 태사자와 최연제가 그 문을 열었습니다. 다시 들어도 여전히, 아니 좀 더 성숙해진 슈가맨들의 노래와 이들의 노래를 지금의 감각으로 편곡하여 부르는 쇼맨들의 노래는 노래가 어떻게 시대를 이어가고 있는지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복고를 즐기는데 게임만큼 효과적인 방법도 없을 것입니다. <리와인드 시간을 달리는 게임>(채널 A)은 특정 연도로 돌아가 인생 역전을 노려보는 타임 슬립 머니 게임입니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을 중심으로 게임이 펼쳐집니다. 지금은 아파트 한 채에 수 십억원을 넘어가는 강남이지만, 불과 3, 40년전만해도 그곳은 허허벌판이었습니다. 그때 강남에 집 몇 채, 땅 조금 사놓지 못한 것이 후회되긴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 소용없는 후회를 즐깁니다. 그렇다고 돈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행했던 대중가요들, 패션 아이템들, 금 모으기 운동과 같은 사회 이슈들을 퀴즈로 따라가 보기도 합니다. 어쩌면 촌스럽기도 하고, 어쩌면 왜 그것을 놓쳤을까 싶지만, 그때는 아무도 지금을 몰랐습니다. 몰랐기에 인생은 흥미로웠고, 알 수 없는 내일을 희망이란 이름으로 품을 수 있었겠지요.

사람의 기억은 좋았던 것을 더 많이 기억하는 듯합니다. 그래서 지난 시간은 언제나 그립죠. 지금이 힘들다면 어제는 더 그리울 수 밖에요. 그때마다 때맞춰 과거를 소환해 주는 대중문화 덕분에 우리는 쓰러지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 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여기저기서 4자 성어로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다짐합니다. 복고 바람이 신나게 불어왔던 2019년, 그 바람은 새로운 동력이 되어 2020년을 변화시킬 것이니 '온고지신(溫故知新)‘으로 한 해를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공희정 콘텐츠평론가  tigerheeh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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