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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중독자, 워렌 버핏 “신문에게 안녕”
JTBC 한정훈 기자 | 승인 2020.02.10 09:10

한국에는 거의 사라졌지만 미국은 아직 마트를 가면 신문과 잡지를 판매한다. 신문은 주로 두 종류가 진열되어 있는데 하나는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와 같은 전국지와 지역 신문이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네바다 리노(Nevada Reno) 지역의 경우, 로컬 신문은 리노 가젯 저널(RGJ)이 가판대에 걸려있다. 그러나 신문을 사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간혹 신문을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부분 노인들이다. 얼마 전 노부부가 마트 안 스타벅스(Starbucks)에서 신문을 나눠 보는 모습을 목격했는데 은퇴하고 캘리포니아에서 넘어온 주민들이었다.

이 장면에서 신문 사업의 위기를 봤다. 한국보단 상황이 낫다고 하지만 미국 신문 산업도 벼랑 끝이긴 마찬가지다. 젊은 사람들은 더 이상 신문을 보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의 지역 신문은 그 위기의 처음을 경험하고 있다. 광고 매출이 급감하고 올해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이지만 효과가 예전같지 않다. 지난해 신문 1위(Gannett)와 2위(GateHouse)가 합병하는 등 합종연횡의 광풍이 미국 신문 산업에 불고 있다. 신문의 위기를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 또 발생했다.

억만 장자 투자자, 버크셔 헤더웨이(Berkshire Hathaway)의 현인 워렌 버핏(Warren E. Buffett)이 지난 1월 29일(미국 현지시간) 자신이 가진 31개 신문사를 총 1억4000만 달러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구매하는 사업자는 Lee엔터프라이즈(Lee Enterprises). 지난 18개월 동안 BH 신문 그룹의 운영을 관리해 온 출판사다.

이번에 버핏이 매각하는 미디어에는 <버팔로뉴스>와 버지니아의 <리치몬드타임즈> 등 지역 유력 신문들이 포함돼 있다. 특히, <버팔로뉴스>는 버핏이 처음으로 인수한 신문사여서 버핏으로선 의미가 크다. 버핏의 ‘신문 탈출’은 언론 사주로서의 그의 마지막을 의미한다. 동시에 버핏의 퇴장은 ‘억만장자도 신문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주요 사례여서 씁쓸하다. 미국 시장에서의 신문은 이제 인수 합병(M&A)을 통해 덩치 키우기만이 유일한 사업 전략이 되고 있다.

버핏은 지난 1977년 <The Buffalo News>를 인수하며 언론사 사주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BH 미디어 그룹(BH Media Group)으로 불리며 많은 지역 신문사들을 합병하면서 세를 불린다. 그가 신문을 사들인 가장 큰 이유는 ‘Newspaper’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버핏은 지난 2012년 그의 신문 편집인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버핏(Buffett) 그 자신을 신문 중독(addict)이라고 부르며 더 많은 신문들 인수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물론 2000년대 초반까지 신문은 광고 모델이 여전히 시장에서 통하면서 어느 정도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전문 투자인 워렌 버핏이 수익을 생각하지 않고 신문사를 운영하진 않는다.

그러나 이후 버핏은 신문 사업 미래에 대한 불신(pessimistic about the business)이 늘었다. 이에 신문사 운영에 대한 회의에 빠진다. 주요 수익 모델인 광고 매출의 추락 때문이다. 지난해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버핏은 “대부분의 신문은 생존이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1930년생인 버핏의 나이는 신문을 디지털에 적응시키긴 너무 많다.

버핏의 신문을 인수하는 Lee엔터프라이즈는 21개 주에 걸쳐 지역 신문사를 소유하고 있는 신문 미디어 기업이다. 세인트 루이스 디스패치(St. Louis Dispatch), 턱슨(Tucson), 아리즈(Ariz) 등을 가지고 있다. Lee엔터프라이즈는 버핏 신문의 인수로 운영하는 신문이 50개에서 81개로 늘어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위 사업자인 가넷하우스(Garnet house, 2위까지 인수한)와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BH미디어 인수로 인해 Lee엔터프라이즈는 연간 2000~2500만 달러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버핏은 신문 매각과 관련한 성명에서 “이번 신문 사업을 Lee에 매각하면서 우리의 수익은 전혀 없다”며 “그에게 이들 신문 사업을 넘기는 것은 신문 산업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최적의 기업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버핏은 신문 사업을 넘긴 이후에도 Lee와 사업 관계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돈을 버는 동물적인 감각을 지닌’ 그가 사업 노하우를 전수하겠다는 이야기다. 버크셔(Berkshire)는 이번 인수에 5억7600만 달러를 Lee엔터프라이즈에 제공했다. 연간 이자는 9%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참고로 BH미디어그룹은 10개 주에 걸쳐 30개의 디지털과 지면 신문을 소유하고 있다. 이외 잡지와 49개의 주간 출판물, 32개의 별도 출판 사업체도 가지고 있다. 2019년 매출은 3억7340만 달러 정도였다. 물론 이 회사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버핏의 퇴장과 함께 말이다. 마지막으로 버핏이 전 2016년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의 결론을 인용한다.

“나는 여전히 신문을 사랑한다. 신문을 사랑한 마지막 남자와 이야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중에 나를 보러 온다면 당신은 종이 신문을 보며 유선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될 것이다.(I still love newspapers! You’re talking to the last guy in the world. Someday you’ll come out and interview me, and you’ll see a guy with a landline phone, reading a print newspaper.)." 신문에 중독된 그 남자는 이제 역사의 뒤로 퇴장했다.

한편, AT&T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4분기 AT&T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AT&T NOW의 가입자는 22만명이 줄었다. 또 위성방송 DirecTV와 IPTV U-Verse에서 94만5000명의 프리미엄 TV 가입자가 감소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AT&T는 방송 분야에서만 거의 120만 명의 가입자가 떨어져 나갔다. AT&T의 수난 시대는 신문의 위기와 닮았다. AT&T는 오는 5월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OTT) HBO MAX를 발표한다. 오리지널 콘텐트와 함께 <Friends>와 같은 클래식 콘텐트 등 1만5000시간 분량의 방송 콘텐트가 있다. HBO MAX는 위기의 AT&T를 건져낼 수 있을 것인가.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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