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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flix Disrupt②]주류로 부상하는 '스트리밍 미디어'
손재권 스탠포드대 아태연구소 연구원(매일경제 기자) | 승인 2013.03.08 13:36

왜 넷플릭스인가?

미국은 몇몇 미디어 재벌이 네트워크와 콘텐츠를 동시에 소유하며 산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컴캐스트가 NBC유니버설을 인수 수직계열화를 이뤘고 디즈니 그룹은 지상파 ABC와 케이블 ESPN, 영화사 등을 소유하고 있으며 바이어컴과 CBS, 폭스와 뉴스코퍼레이션 등이 콘텐츠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글로벌 미디어 그룹에 포함되지 않는 회사들을 꼽아보는게 더 빠를 정도이며 독립 미디어 회사는 점차 생존하기 힘들어진다. 엘 고어가 '커런트TV'를 아랍의 알자지라에 매각 한것도 어려움을 반영하고 있다.
이 와중에 넷플릭스가 모바일 디바이스(태블릿, 스마트폰) 및 노트북PC에서'만' 영화와 TV드라마 시리즈를 볼 수 있는 플랫폼으로 빠르게 미국 미디어 산업의 중심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미국 미디어 산업에서 이 정도 영향력을 줄 수 있는 회사는 기존 미디어 그룹 외에 현재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플랫폼 기업뿐이다.

'과거의 영광' 과감히 벗어던지다

   
▲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
넷플릭스는 '빛나는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껍질을 깨고 변신할 줄 알기 때문에 더욱 주목할만하다. 넷플릭스는 1997년 현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와 마크 랜돌프(Marc Randolph)가 창업했다. 이 회사는 창업 이후 10년간 당시 DVD나 VCR 렌탈 중심의 렌탈숍 '블록버스터'를 대신해 연체료를 물지 않고 메일로 빌려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인기를 모았고 결국 블록버스터를 무너트리게 된다.
2010년 넷플릭스가 비즈니스의 정점에 이르렀을때 이미 80만명의 유료 DVD 렌털 가입자와 120억달어의 시장 가치, 그리고 거함 '블록버스터'를 침몰시킨 명성에 안주했다면 오늘의 넷플릭스도 없었을 것이다.
넷플릭스는 2011년 회사를 두개로 분할, DVD 렌탈은 퀵스터(Qwikster)로 바꾸고 스트리밍 서비스는 넷플릭스로 유지했다. 여기에 반발해 기존 가입자들이 속속 빠져나가고 주가는 폭락했으며 넷플릭스는 위기에 빠졌다.
그러나 리드 헤이스팅스는 포기하지 않고 '스트리밍' 서비스에 과감히 투자했다.
클라우드 서버는 아마존에 의존했고 회사는 빅데이터(Big Data)에 의한 독자적인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넷플릭스는 DVD 렌털 시절부터 가입자들의 데이터를 모아 '시네매치(CineMatch)'라는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 사용했는데 스트리밍 시대에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넷플릭스에 가입해서 단 한편의 영화를 보더라도 "당신이 이 영화를 봤기 때문에 추천한다"는 영화가 줄을 잇는다.
넷플릭스에 저장 돼 있는 수만편의 영화를 모두 검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볼만한 영화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독자적인 추천 엔진은 시청자들이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더 쉽게 검색하게 해준다. 때문에 넷플릭스는 가입자 수 만큼이나 다른 버전의 넷플릭스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왜냐면 사람마다 추천된 영화나 드라마가 다르기 때문이다.

가입자 취향 분석하는 '추천엔진'의 효과

   
▲ 넷플릭스에 가입해서 몇편을 시청하면 추천엔진을 통해 볼만한 영화나 드라마를 추천해준다
넷플릭스는영화나 TV드라마 시청의 70%가 이 '추천엔진'에 의해 골라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갓 영화관에서 내려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모든' 가입자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가입자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보다 독립 영화를 좋아하며 어떤 가입자는 뮤지컬을 좋아한다. 회사에서 비싼 값에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가져왔다며 영화 취향과 자신을 동일시 하는 가입자에게 '푸시'하면 역작용만 나타날 수 있다.
"당신이 좋아할 만한 것(You may like)"이라며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추천했는데 가입자는 다음날 바로 해지하는 일이 벌어진다.
넷플릭스는 이런일을 하지 않는다. 14년간 쌓아온 데이터에 의해 가입자 취향을 알고 있다. 가입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서비스로 보여준다. 이 같은 힘으로 현재 미국에서만 2700만의 가입자(글로벌 포함 3300만)를 확보했다.
여기에 '하우스 오브 카드'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함으로써 넷플릭스는 유통 채널을 넘어 제작사로서도 가능성을 보였다. 사실 '하우스 오브 카드'에 1억달러를 투자한 결정도 넷플릭스의 '데이터'에 의한 것이었다. 회사측은 가입자들이 케빈 스페이시가 출연한 스릴러, 정치 드라마를 좋아하고 즐겨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2012년 하반기에는 북유럽 시장에도 진출하는 등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플릭시스 어워드'를 만들어서 오스카 영화제에 대응하는 독특한 영화상을 만들 예정이기도 하다.

'스트리밍 미디어'가 새 전쟁터

넷플릭스가 미디어 산업에 중요한 변곡점이 되고 있는 이유는 비디오 콘텐츠(영화, TV시리즈)를 소비하는 방식을 주파수(지상파)나 케이블, 위성의 전송 방식(Broadcasting)에서 '스트리밍(Internet Streaming)'으로 바꿔놓고 있기 때문이다.
스트리밍 미디어의 특징은 TV는 물론 태블릿, 스마트폰에서도 '원하는 시간'에 끊김없이 이어서 영화나 TV 시리즈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언제든지 인터넷에 접속해야 하고 다운로드 없이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서비스에 익숙해지니 미국 TV 드라마의 프리미어를 기다리지 않게 됐다.
스트리밍 미디어 중에서도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중심의 '모바일 스트리밍'이 주류가 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스트리밍 미디어'는 '방송'이 아니라는 점이다. 독자와 시청자가 정확히 누구인지 모르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방송과 시청자의 연령, 성별은 물론 취향까지 파악이 가능한 스트리밍 미디어는 큰 차이가 있다. 
TV에 인터넷을 연결한 '스마트TV'도 결국 스트리밍 미디어 디바이스의 한 종류로 파악돼야 한다고 본다.
스마트TV의 본질은 앱을 다운로드받고 올리는 것이 아니라 넷플릭스나 유튜브와 같이 스트리밍 미디어를 모바일 디바이스처럼 '원할 때'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넷플릭스 50억달러 투자 계획 "주도권 잡겠다!"

   
▲ 넷플릭스가 1억달러를 투자해 제작한 블록버스터 드라마 'House of Cards'
넷플릭스는 시청자들이 점차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늘어난다고 보고 이 분야에 집중 투자했다. 넷플릭스는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 안정화와 콘텐츠 투자에 앞으로 총 5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고 이중 올해 9월까지 20억달러를 쓸 계획이다.
샌드바인의 조사에 따르면 북미 시장에서 인터넷 데이터 사용률이 120% 정도 늘어났으며 전체 인터넷 대역폭의 무려 33%를 넷플릭스가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2년말을 기점으로 모바일 스트리밍이 DVD 렌털 시장을 넘었다는 분석도 있다. 기존 글로벌 미디어에 비해 취약한 콘텐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넷플릭스는 최근 디즈니와 계약을 맺고 디즈니의 영화를 넷플릭스에 올릴 예정인데 이어 '헝거게임' 등 블록버스터도 조기에 진입시켜 영화관, DVD, 넷플릭스로 이어오는 시간을 줄이고 있다(넷플릭스는 최근 개봉한 영화는 거의 없는 것이 단점이다)
넷플릭스에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얼마나 삘리 볼 수 있는가 여부는 '돈' 문제이고 '주도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넷플릭스가 계속 성장함에 따라 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확보되고 기존 미디어와의 주도권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고 있다. 이는 넷플릭스 가입자들이 더 빨리 블록버스터를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고 가입자가 더욱 늘어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콘텐츠 제작과 소비 문화를 바꾸는 스트리밍 미디어

스트리밍 미디어는 콘텐츠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다. 예를들어 '아이리스2'를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서비스한다고 할때 어느 에피소드를 가장 많이 봤는지 누가 출연할때 시청률이 높았는지, 어느 지점에서 가입자가 가장 많이 시청을 중단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데이터는 결국 콘텐츠 제작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는 곳은 넷플릭스 뿐만 아니라 '훌루(Hulu)'도 있고 기존 지상파 및 케이블 방송사에서도 태블릿 앱을 내놓으면서 서비스 하고 있다. 하지만 왜 넷플릭스만이 주목을 받는가? 가장 편하고 심플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스트리밍에 최적화된 이용자환경(UI)과 끊기지 않는 서비스가 넷플릭스를 받치는 힘이다.
훌루는 넷플릭스처럼 정기 구독료 기반의 유료 모델로 가야하는지(대주주인 뉴스코퍼레인션의 주장) 무료 기반으로 광고를 기반으로 가야 하는지(또 다른 대주주인 월트 디즈니의 주장) 방향을 못잡고 있다. 한때 SK텔레콤이 인수한다는 설이 나오는 등 소유도 불안한 상태다.
모바일 스트리밍 시장을 두고 넷플릭스와 경쟁하게될 상대는 기존 글로벌 방송사업자가 아니라 구글 '유튜브'와 '아마존'이 될 것이다. 유튜브는 현재 넷플릭스처럼 콘텐츠에 투자해 유료 채널을 만들 예정이며 아마존도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뉴욕타임즈나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신문들도 자체 온라인 스트리밍 뉴스 서비스를 제작, 태블릿 등에서 서비스 하고 있는데 이 역시 '스트리밍 미디어'의 흐름에 동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스트리밍 미디어는 방송이 아니다. 스트리밍 미디어가 정착된다면 미디어를 소비하고 제작하는 문화도 바뀌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 중심의 하드 비디오는 최대 15분짜리 소프트 비디오, 동영상 클립(Video Clip) 문화로 바뀐다. 이는 유튜브가 촉발한 문화이기도 하다.

'모바일'을 확장채널로만 인식했던 한국

한국에서 모바일 스트리밍 등 새 서비스가 부상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존 미디어 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들이 강력한 기득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상파, 케이블, 통신사업자, 콘텐츠 사업자, 영화 제조사, 유통사, 언론사 모두 자신의 플랫폼과 콘텐츠를 중심에 두고 '모바일'을 확장 채널로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새 미디어 서비스가 등장하지 못한다.
DMB, IPTV를 하기 위해 너무나 아픈 진통을 겪었기 때문에 2006년 이후 '모바일' 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이 등장했음에도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새 서비스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네 영역에 침범하지 않을테니 내 것도 뺏지 말라"는 암묵적 동의가 생긴 것일까.
서비스도 이용자를 만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참조 : 스마트TV에서의 OTT 문제는 이것). 한국에서 출시된 기존 OTT 서비스는 네트워크 퀄리티와 UX 면에서 모두 낙제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사업을 할 수 있는 비전도, 경험도 없는 상황이이라고 보여진다.

손재권 스탠포드대 아태연구소 연구원(매일경제 기자)  jackay21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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