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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의 미디어, 불황은 선택을 강요하고 많은 이들은 오래된 것을 버린다
JTBC 한정훈 기자 | 승인 2020.04.10 15:41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은 세상의 모든 질서를 바꾸고 있다. 미디어 시장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광고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던 미디어의 비즈니스 모델에도 변화가 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영화, TV 게임 산업 등이 아마도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현재 이들 미디어를 강하게 지탱해왔던 광고 기반 수익 모델은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TV의 경우 최근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상황에서 시청률은 오르는데 광고는 되지 않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영역은 영화, TV 산업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제부턴 코로나바이러스 이후를 이야기해 보겠다.

지역 언론의 위기를 보도하고 있는 CNN

<영화(Film)>

영화의 경우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이미 붕괴되고 있다. 소니나 MGM과 같은 중소 제작사뿐만 아니라 디즈니도 신규 제작이 중단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디즈니도 결국 무급휴직(Furlough)을 결정했다. 문제는 이 위기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파라마운트 영화사(Paramount)를 보유하고 있는 ViacomCBS는 “어떤 영향(악영향)이 있을지 지금으로선 파악하기 힘들다”라고까지 했다.

그야말로 패닉이다. 심지어 파라마운트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직전, 신작 영화 <A Quiet Place Part II >개봉을 위한 마케팅 예산을 모두 쓴 상태였다. 그러나 극장이 폐쇄되면서 개봉이 무기한 중단됐다. 다른 스튜디오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물론 다시 극장이 문을 열고 영화가 개봉하게 되면 마케팅을 다시 하면 되지만 예산 확보는 어렵다. 결국 이들 영화는 넷플릭스 등으로 가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디즈니와 NBC유니버설은 <Mulan>과 <Fast & Furious 9>, <Black Widow> 개봉을 위해 투입했던 막대한 마케팅비를 손해 봤다.

특히, 중소 할리우드 제작사들은 이번 파도를 넘지 못할 수도 있다. 선 굵은 예술영화를 다수 개봉시켰던 라이언게이트(Lionsgate)의 현재 부채 비율은 100배가 넘는다. 지난해도 3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 1년 전 겨우 부도 위기를 넘겼던 MGM은 애플 인수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MGM에게 <No Time to Die> 007영화의 개봉 연기는 치명타다. 게다가 줄줄이 개봉이 밀리는 상황에선 하반기 극장이 문을 열더라도 이들을 위한 자리는 없을 수도 있다. 자본력이 강한 메이저 할리우드 제작사도 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극장 산업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이번을 계기로 콘텐트를 시장에 첫 공급하는 지위(극장 개봉)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이미 <Mulan>, <Fast & Furious 9>, <Black Widow>, > <James Bond: No Time to Die> 등 올해 4분기부터 내년 1분기에 소개될 신작 영화들이 개봉을 연기하거나 다른 플랫폼을 찾아 떠났다. 최근 중국이 극장을 다시 오픈했지만 밀폐된 곳에서의 관객들의 공포감은 계속될 수도 있다. 극장 관객의 회복이 힘들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극장 체인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개봉작이 없는 현실에 더해 현재 미국 모든 극장 체인은 강제 폐쇄조치를 당했다. 수입 없이 견딜 수 있는 미국 내 극장 체인은 없다. 높은 극장 임대료 비중 때문이다. 세계 최대 극장 체인인 AMC도 전체 매출의 18%가 극장 임대료(rent)다. 때문에 극장주협회(the National Association of Theater Operators) 등은 정부의 지원이나 구제금융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극장들이 살아남더라도 ‘비용 절감’ 경제로의 도입(cost saving programs)이 불가피해 보인다. 수익이 없는 지점이 폐쇄되거나 극장 인테리어나 좌석 등의 업그레이드를 중단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인들에겐 최악의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를 보기 위해 더 멀리가야 할 뿐만 아니라 영화관에서도 편안한 관람 환경을 경험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에 공개된 신작 영화 <온워드(ONWARD)>

<PVOD의 등장(PVOD, Premium Video on Demand)>...극장 개봉작의 스트리밍 직행

대형 신작 콘텐트의 극장 개봉 중단은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 바로 PVOD라는 서비스다. 쉽게 말해 프리미엄 VOD라는 뜻인데 극장에 걸릴 예정이었던(혹은 극장용으로 제작했던) 콘텐트다. 극장용이었던 만큼 소비자들은 별도 비용을 내야한다. 물론 1인당 12~13달러 하는 극장 티켓 가격보다는 저렴하다. 통상 신작 영화가 48시간 시청 기준, 19,99달러로 서비스된다. 극장으로선 타격이지만 스튜디오 입장에서 수익을 건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디즈니의 <Onward>가 그랬고 NBC유니버설의 <Troll: The World Tour>도 그럴 운명이다.

<TV>

유료방송(Pay TV)은 각종 스포츠 경기가 중단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광풍 속에서도 케이블TV, IPTV 등 유료방송 플랫폼이 살아남을 수 있는 건 바로 실시간성 때문이었다. 스포츠와 TV 콘텐트가 유료방송의 가입을 유지시켜주는 이유였다. 그러나 그 가입의 이유가 사라진 만큼 이 기간이 오래되면 유료방송으로부터 이탈하는 고객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Cord-Cutting). 게다가 미국의 경우 이번 사태로 인해 실업자가 1000만 명이상 늘어난 만큼, 경제적 이유로 유료방송 서비스를 중단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시대, 스트리밍 TV의 성장(트위터 캡쳐)

그러나 ‘유료방송(Pay-TV Subscriber)은 줄겠지만 스트리밍 가입자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마 많은 중산층 이하 가구들이 유튜브TV, 훌루라이브TV 등 스트리밍 TV(vMVPD)와 같은 더 저렴한 유료방송 서비스를 찾아가거나 넷플리스 등 가입자가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만 이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유료방송플랫폼은 스포츠 중단으로 인한 국소적인 가입자가 감소가 아닌 이탈의 쓰나미를 경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통상적으로 싼 가격에 다양한 콘텐트를 서비스했던 유료방송은 불황기에 유독 강했다. 연극이나 스포츠 관람과 같은 다른 오락에 비해 훨씬 저렴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우리나라는 더 저렴하지만) 4인 가족이 한 달에 12~13만 원 정도면 하루종일 TV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들의 절반 혹은 4분의 1 가격으로 콘텐트를 무제한 서비스해주는 스트리밍 사업자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디즈니+(Disney+), 애플TV+ 등 이들 서비스를 모두 가입해도 케이블TV 방송 하나를 보는 가격에 불과하다.

그래서 실업을 겪었거나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가구의 경우 이번 기회에 유료방송서비스 가입을 중단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더 저렴한 대체제가 생겼으니 선택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불황은 선택을 강요하고 많은 이들은 오래된 것을 버립니다.(The recessions force hard choices and many choose to abandon the old)." 전직 미디어 기업임원이자 벤처캐피탈리스트인 Matthew Ball의 이야기다.

컴캐스트의 조사에 따르면 이번 코로바이러스 사태에서 실시간 케이블TV 시청률은 6~7%가 올랐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는 38%가 증가했다. 이미 시청자들은 이동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 증가 (Matthewball)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닐슨(Nielsen)에 따르면 전체 TV시청률은 20%가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올랐다. 그러나 HBO는 이 기간 동안 스트리밍 서비스 HBO NOW의 이용이 40% 늘었고 3편 이상 에피소드를 매일 몰아보는 경향은 65%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스트리밍 시청률 조사기관 Antenna에 따르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경우 이 기간 일일 가입자가 직전 대비 75%가 높아졌다. 또 디즈니+도 셧다운 첫 주에 가입자(Signup) 증가율이 225% 늘었고 두 번째 주에도 110%가 올랐다.

뉴스 비즈니스의 경우 현재 이미 급변하는 시장 모델을 경험하고 있다. 광고 수익의 급격한 감소다. 그러나 시청률은 사상 최대다. 사실 최근 콘텐트를 만드는 유일한 제작사인 만큼 콘텐트 제작에 비용이 들어가지만 광고(Advertising)가 되지 않아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있다. 그러나 반면, 구독 기반 모델(subscription-based)로 전환한 미디어들은 버틸 힘이 존재한다. 그래서 구독 경제를 구축하지 못한 디지털 미디어는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뉴미디어의 선두주자 바이스(Vice)는 무급휴직과 임원들이 임금을 깎기 시작했고 뉴미디어의 총아라고 불리던 Buzzfeed는 직원들의 월급을 일괄 삭감한다.

결국 코로나바이러스의 악영향으로 자본력과 플랫폼을 가진 테크 대기업들의 승리가 예상된다. 아마존이나 애플과 같은 테크 대기업들은 이미 영화나 TV, 게임, 뉴스 산업에 진출해있다. 그러나 아마 이 위기가 끝이 나면 이들의 위치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분야에선 이미 테크 대기업들의 공세가 시작됐다. 현재 위기에 있는 로컬 미디어를 돕는 진영은 정부도 대학도 아닌 페이스북, 구글이다. 이제 미디어의 주된 무대는 소셜 미디어 서비스가 될 수 밖에 없다.

스트리밍 시장에서도 이들의 우세가 점쳐진다. 물론 NBC유니버셜(피콕), AT&T(HBO MAX) 등 기존 전통 미디어들의 반격도 예상되지만 테크 대기업들의 실탄 공세를 견디긴 힘들 것이다. 사실 이번 감염병 대유행을 겪으면서 이들 테크 대기업(IT Giant)들은 충분재가 아니라 필수재, 공공재가 되고 있다. 아마존(Amazon)은 오락(Amazon Prime Video), 생필품(Amazon Shopping), 식음료(Wholefood Market) 등 격리시대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공급한다. 여기에 더 필요한 건 정보(구글), 가상 네트워크(페이스북) 등이다. 두렵지만 IT 대기업의 시대가 다시 온다.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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