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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 다른, 그래서 더 흥미로운 '스핀오프 프로그램'
공희정 콘텐츠평론가 | 승인 2021.06.30 11:04

심야시간에는 방송을 하지 말아달라고 할 만큼 먹방 프로그램의 한 획을 그었던 <맛있는 녀석들>(코미디TV)이 이제 <마시는 녀석들>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한다고 합니다. 미식가이면서 대식가인 유민상, 김준현, 김민경, 문세윤이 보여주었던 무한 맛의 세계를 생각해 보면 <마시는 녀석들>은 이 세상 술이란 술은 다 마셔볼 것 같지만 아쉽게도 안주 맛집을 찾아 갈 것이라 하네요. 어떤 안주들이 술맛 당기게 할지, 그 안주의 향연은 누가 만들어갈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사진=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만드는 녀석들>이란 시트콤도 제작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예능을 모티브로 한 시트콤은 어떤 재미를 보여줄지 이 또한 궁금한데요, 이렇게 <맛있는 녀석들>은 방송 7년 만에 <마시는 녀석들>, <만드는 녀석들>로 ‘녀석들 일가’를 이뤄냈습니다.

채널을 돌리다 보면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드는 프로그램들이 꽤나 많이 있습니다. 프로그램 이름도, 구성도, 출연진도 비슷한 것 같지만 확연히 다른 면을 갖고 있지요. 마치 유재석인데 유산슬이고, 김신영인데 다비이모인 것처럼 말이죠.

전문용어로는 스핀오프 프로그램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부캐 프로그램이라 불러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너무 새로우면 낯설어하고 너무 익숙하면 식상해 하는 대중들의 변덕스러운 취향을 잡아낼 묘약이기도 한 부캐 프로그램들, 요즘 예능의 대세인 듯합니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일흔이 넘은 배우들의 해외 배낭 여행을 담은 <꽃보다 할배>(tvN)는 수많은 시니어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었고 <꽃보다 누나>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사진=tvN)

오스카상에 빛나는 윤여정을 비롯해서 이제는 영상으로 밖에 만날 수 없는 김자옥, 그리고 김희애, 이미연 배우가 함께 했던 <꽃보다 누나>는 꽃할배들의 여행과는 또 다른 감동이 살아있었습니다. 그래서 인지 많은 누나들은 앞다투어 크로아티아로 여행을 떠났다고 하지요?

골프 여제 박세리를 비롯해서 펜싱 남현희, 스케이팅 곽민정, 수영 정유인, 배구 한유미를 고정 출연진으로 하여 다양한 분야의 스포츠 선수들과 함께 여행도 가고, 게임도 하며 웃고 즐기는 <노는 언니>(E채널)는 여자 스포츠 선수들의 예능 진출을 본격화한 프로그램입니다.

(사진=E채널)

종목은 달라도 선수 생활을 했다는 공통의 경험이 이들을 훨씬 가깝게 해주었고, 여자 선수이기에 쉽게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며 시청자와의 공감대를 잘 만들어냈습니다. 경기장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선수들이 보여주는 새롭고 신선한 웃음은 그렇게 <노는 언니>를 화제의 예능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는데요.

(사진=E채널)

이번엔 <노는 브로>가 등장했습니다. <노는 언니>의 남자 선수 버전이죠, 야구의 박용혁을 비롯해 배구 김요한, 농구 전태풍, 유도 조준호, 펜싱 구본길, 권투 김형규가 함께합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재미와 웃음은 때론 어설프기도 하지만 신선함이 주는 매력은 국가대표급이었습니다.

축구선수가 아닌 다른 종목의 선수들이 모여 조기 축구팀을 만들어가는 <뭉쳐야 찬다>(jtbc)는 농구로 종목을 바꿔 <뭉쳐야 쏜다>를 만들어냈고, 분야를 넘나드는 잡학박사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지식 수다를 펼쳤던 <알쓸신잡> (tvN)은 이 세상 사건사고 속 이야기들을 풀어가는 <알쓸범잡>으로, 한 번 더 기회가 필요한 가수들이 대중 앞에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리부팅 오디션 프로그램인 <싱어게인 무명가수전>(jtbc)은 TOP3 멤버들이 레전드 가수들과 함께 음악과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유명가수전>으로 확장하기도 했습니다.

(사진=tvN)

인기 프로그램의 명성을 업고 간다는 점에서 부캐 프로그램들은 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성공한 프로그램의 수혜자라는 틀을 벗을 수 없다는 점에서는 그 짐이 무겁기도 합니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캐 프로그램은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많습니다. 선배는 후배들에게 든든한 뿌리가 되어주고, 후배들은 선배들의 노력을 기반으로 또 다른 알찬 열매를 맺으며 성장해 가듯, 프로그램도, 우리들의 삶도 그렇게 서로를 긍정적으로 이끌어줄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공희정 콘텐츠평론가  tigerheeh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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