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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아이다(Ida)의 새로운 기록법현장을 기록하는 소셜 미디어, 현장에 기록되는 기자
JTBC 한정훈 기자 | 승인 2021.09.07 16:45
Jim Cantore 웨더채널 기상 전문 기자

인터넷으로 모든 세상이 연결되는 시대. 과거 세대보다 훨씬 더 생생하게 재난을 경험하고 있다. 물론 TV가 아닌 소셜 미디어 서비스,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극한의 날씨를 가까이 보고 있는 것이다.

폭풍피해

[재난을 기록하는 소셜 미디어]

가장 최근의 예는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아이다(Ida)를 기록하는 미디어들의 단상이다. 아이다가 미국 루이지애나 해안을 강타할 때 미국인들은 TV카메가 아닌 스톰 체이서(Storm Chaser)라고 불리는 각 지역에 설치된 원격 비디오 카메라나 이를 기록한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통해 실시간 피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일부 미국 지역 방송사들은 주민들의 라이브 스트리밍을 자체 플랫폼 내에 아예 허가했다. 또 지역 거주민들은 자신들이 가진 CCTV영상을 온라인 소셜 미디어 서비스에 올렸고 페이스북 라이브를 진행하는 이들도 있었다. 내륙에선 교통 카메라와 제방 감시 웹카메라도 다양한 재난 영상을 올렸다.

snap chat

[크리에이터 경제 시대, 개인이 그리는 재난 보도]

이번 아이다를 통해 동영상 소셜 미디어 서비스 스냅챗은 새로운 보도 채널로 부상했다. 스냅챗의 스냅맵이 그 주인공이다. 아이다의 피해를 담은 스냅맵(Snap Map) 콘텐츠는 스냅챗에서 1,200만 뷰를 기록했다. 스냅맵은 원래 친구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지도와 매칭해 동영상으로 지금의 상황과 현장 분위기를 숏 폼으로 짧게 알려주는 흥미 용도였다. 사용자가 스냅앱을 오픈할 때 친구가 찍은 동영상으로 현장이 보여진다.

지역 사용자들의 올린 생생한 현장 비디오와 사진으로 구성된 스냅챗의 실시간 지도(real-time map)는 현지 언론사들도 사용하고 있다. 긴급 상황에서 실시간 벌어지는 상황을 더 잘 파악하기 위해 재난 당국이 참고하기도 한다.

루이지애나 스냅챗의 스냅맵

아이다 재난 상황에서도 스냅맵은 큰 역할을 했다. 스냅 집계에 따르면 뉴올리언스 지역(New Orleans region) 스냅맵 시청률은 평소 직전 주 지역 시청률에 비해 16배나 증가했다. 태풍이 몰아치는 동안 뉴올리언스 지역 스냅에 포스팅 된 콘텐츠는 5,500개 이상이었다. 이는 이전 주말 대비 16%나 늘어난 수치다. 관련 뉴스를 보도한 바 있는 뉴미디어 악시오스(AXIOS)는 “스냅맵의 활약은 왠만한 방송사들의 현장 취재 영상을 뛰어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각 지역의 위험을 담은 이용자들이 솟 폼 영상을 계속 포스팅한 것이다.

twitter

트위터는 방송을 대신해 재난 구조 플랫폼 역할도 했다. 아이다의 허리케인 중심이 뉴올리언스에 가깝게 이동할 때 지역 주민들은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로 도움을 요청하는 영상과 글을 올렸다.  더 이상 자신들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뉴스의 도움이 필요 없었다. 지역 기자들은 자신들의 집 모습을 방송 전화연결이나 지면이 아닌 트위터 비디오를 통해 공유했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다른 비디오들은 뉴올리언스에 허리케인이 닥칠 당시, 공중을 날아다니는 잔해들도 보여줬다. 오히려 방송사 기자들은 과거처럼 위험한 영상을 담기 위해 모험을 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각 지역 주민들이나 관공서가 설치한 웹 캠이 훨씬 더 생생한 영상을 공급했다. 아이다가 지나가는 사이, 루이지애나 등 일부 지역에선 정전으로 인터넷 연결이 힘들었다. 그러나 상당수의 웹 카메라는 온라인 상태를 유지했다. 비상 발전기도 설치된 것들이 여러 군데 있었고 카메라 수도 그만큼 많았다.

재난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방법이 바뀌고 있다. 재난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팩트 기반 저널리즘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시청자들은 방송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실시간 날씨나 태풍이 이동 경로를 보여주는 페이스북 라이브 피드나 소셜 스냅샷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일부는 이 영상을 보고 대피할 계획을 세우고 또 자신들도 주변의 화면을 촬영하기도 한다.

루이지애나 지역 기자 트윗

새로운 직업군도 생겼다. 허리케인이나 재난을 쫓아다니며 기록하는 이른바 스톰 체이서(Storm Chaser)들이다. 재난을 기록하는 또 다른 부류다. 이번에도 이들은 피해가 심각했던 다양한 루이지애나 지역을 돌아다니며 영상을 올렸다. 도시 전체가 물에 잠겼던 루이지애나의 라팰라스(La Place)에서 한 스톰 체이서는 사방이 완전 물로 고립된 모텔 영상을 찍어 포스트하기도 했다. 대피가 더 필요할 텐데 고지대라 괜찮다는 포스트를 올렸다. 또 일부는 자신들이 근무하는 지역에 무너진 크레인이나 다른 피해 등을 기록해 고스란히 전달했다. 물론 현장에 방송사 카메라는 없었고 오히려 이를 보고 카메라들이 이동했다. 

storm chaser

그러나 부작용도 있다. CNN 미디어 전문 기자 브라이언 스탈터(Brian Stelter)는 일부 너무 위험한 동영상을 촬영하는 사람들이 정부 당국의 경고를 받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스탈터는 “허리케인 아이다 쪽으로 달려가는 한 남자의 동영상은 기상청 관계자들로부터 엄중한 경고를 받았다. 기상청은 모든 사람들이 안에 머물기를 촉구했다"고 언급했다.

스톰 체이서의 영상

[레거시 미디어, 현장에 기록되는 기자가 되다]

지난 1986년 UC샌디에고 대학 저널리즘 분야 저명 교수인 다니엘 C 할린(Daniel C Hallin)은 저널리즘이 왜 강력한 지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할린 교수는 “저널리스트는 단순히 그곳에서 일어난 사건을 전달해줄 뿐만 아니라 그곳의 보편적이고 중요한 의미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말을 해준다”고 말했다. 20년도 더 지난 시절 이론이지만, 핵심은 오히려 크리에이터 경제, 뉴미디어가 점령하고 있는 지금 더 잘 어울린다.

허리케인 아이다는 현장에서 기자가 왜 중요하고 기록하는 이들과의 차별성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상기시켜줬다.

지난 8월 29일(일요일) 미국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도시 전체가 정전으로 암흑이 됐고 침수, 파괴 등 도시 전체의 피해도 극심했다. 폭스(FOX) 뉴올리언스 지역 방송사 WVUE의 기상 전문기자 데이비드 버나드(David Bernard)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30년 경력 중 가장 힘든 날이었다. 우리는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한바 있다. 현장 취재에 나섰던 CNN의 시니어 프로듀서인 사리 복서(Sarah Boxer)도 뉴올리언스 상황에 대해 “어둡고 더러웠다”며 “호텔은 몇 시간 전에 전기가 끊겼고, 날아다니는 파편들로 피해를 입었으며, 폭풍은 쉴 새 없이 몰아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WGNO 방송사 피해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전통적인 미디어들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 특히, CNN에 따르면 뉴올리언스 지역 방송사들은 스스로 피해를 입으면서도 방송을 이어갔다. ABC 협력사인 WGNO의 보도국 기자들은 이다가 상륙할 때 대피해야 했다. 방송사 위성 안테나도 바람에 날아갔다. 물론 이 장면도 찍어 트위터에 올리는 등 최악의 상황에서도 보도를 계속했다.

미국 메이저 및 내셔널 미디어들도 마찬가지였다. CNN은 허리케인이 상륙한 일요일부터 월요일까지 40시간 연속 방송을 했다. 기상 전문 채널 웨더채널(The Weather Channel)은 밤새 라이브 체제를 이어가고 유튜브에 계속 실시간 방송을 포스팅했다. 당시 아프가니스탄 미국 철군 상황이 심각한데도 비슷한 비중으로 아이다와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 상황을 오디언스들에게 전달했다.

The Weather Channel

지금까지의 모습은 과거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현장 속보 및 실시간 중계의 주도권을 소셜 미디어 서비스에 내어준 미국 전통 방송사들은 현장에서 다른 장면을 연출했다. 현장을 기록하는 사람이 아닌 기록되는 기자가 되기로 한 것이다. 영화에 비유하면 영화 감독이 아닌 영화 배우에 가까워졌다. 물론 기본은 드라마가 아닌 다큐멘터리다.

트위터, 스냅챗, 유튜브 등을 통해 현장을 모두 확인한 오디언스의 눈길을 끌기 위해선 기자들이나 앵커가 태풍의 위력을 몸으로도 직접 보여주는 수 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위험한 장면들도 종종 연출됐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 유튜브의 시대 레거시(Legacy) 미디어가 살아남기 위해선 현장을 직접 방문해 허리케인 이다를 둘러싼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전달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오디언스들이 스스로의 기록과 전송 플랫폼을 가진 지금, 레거시 미디어가 재난 현장에서 돋보일 수 있는 작업은 재난의 무게감을 몸으로 직접 전달하는 수밖에 없다. 재난 전문가와의 화상 연결, 재난민과의 인터뷰도 스튜디오가 아닌 스마트폰을 통해 현장에서 이뤄진다.

<ABC>

ABC뉴스의 경우 평일 저녁 메인뉴스 ‘World News Tonight’ 진행자인 데이비드 무이어(David Muir)가 일요일에도 나와 직접 특집 방송을 진행했다. 뉴올리언스 현장에서 방송을 진행했던 현장 기자는 모자를 쓰고 나왔는데 바람에 모자가 날라갈 법한 장면을 자연스럽게 연출했다. 바람이 세기가 그만큼 심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수석 기상전문기자인 진저 지(GINGER GEE)도 현장에서 날씨 분석 뉴스를 진행했다.

ABC 메인 뉴스

<NBC>

저녁 메인 뉴스("Nightly News)에서 현장을 분위기를 최대한 살렸다. 유명 사회부 현장 기자인 톰 라마스(Tom Llamas)는 뉴올리언스에서 핼리 잭슨(Hallie Jackson)과 워싱턴에서 공동 앵커를 맡았다. 그러나 뉴스 ‘Meet the Press’에서 현장에 너무 깊숙이 들어간 장면이 연출된 NBC의 앨 로커(Al Roker)는 소셜 미디어에서 맹비난을 당했다.

NBC의 기상 전문 기자 알 로커

톰 라마스는 정전 등의 최악의 상황에서도 현장에서 48시간을 버텼다. 톰 라마스는 이후 포인터(Poynter)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우리는 일요일부터 월요일까지 거기에 있었다”며 “우리가 보는 것을 시청자들도 보고 현장에 있어야 태풍 피해를 받은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NBC주말 뉴스 특별 앵커 톰 라마스

JTBC 한정훈 기자  news@incab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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