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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공희정 콘텐츠평론가 | 승인 2021.11.09 17:48

전지현과 주지훈, <킹덤>의 김은희 작가와 <미스터 션샤인>의 이응복 감독. 이들의 이름만으로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드라마 <지리산>이 시작되었습니다. 화면 가득 펼쳐지는 지리산의 사계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일상 안에 머물던 마음은 설레기 시작했고, 빛바랜 시간 속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씩 하나씩 다가왔다 멀어질 때마다, 지리산이 품고 있는 이야기들이 한꺼번에 깨어나는 듯했습니다.

<지리산>은 지리산 국립공원 레인저들이 산에서 일어난 의문의 사건들을 파헤쳐가는 미스터리 드라마입니다. 지리산 최고의 레인저라 불리는 서이강(전지현)은 태풍이 지리산을 덮쳤을 때 부모를 모두 잃었습니다. 산이 두려웠지만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생과 사의 길목에 선 사람들을 구하는 레인저가 되었죠. 누구보다 지리산을 속속들이 알고 있지만 지리산이 남긴 상처를 볼 때마다 힘이 들었고, 그럴 때마다 자신을 추스르며 더 강한 레인저가 되었습니다. 신입 레인저인 강현조(주지훈)에게는 지리산에서 죽음을 당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왜 자신에게 그런 능력이 생겼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마치 길 잃은 사람들을 살려내라는 신의 계시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지리산에 왔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도 산은 아픈 곳입니다. 전직 육군 대위였던 그는 행군 훈련 도중 부하를 잃었지요.

그런 이강과 현조는 한 팀이 되었습니다. 빈틈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이강은 절벽에서 몸을 던져 사람들을 구해내고 거침없이 산을 탑니다. 반면 현조는 어리숙해 보이지만 그가 갖고 있는 특이한 능력은 이 둘을 완벽한 팀웍으로 엮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찾아낸 사건 현장마다 이상한 표식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과거 빨치산들이 사용하던 연락수단으로 무리에서 낙오되거나 연락이 두절되었을 때 이용했던 것이라고 합니다. 이후 이 표식은 이강과 현조가 공유하는 둘 만의 싸인이 되었죠. 하지만 이 둘이 한 팀이 된 지 2년 만에 이강은 휠체어를 탄 채 지리산 현장으로 돌아왔고, 현조는 의식 불명인 채 병실에 누워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이들에게 있었던 것일까요? 이들은 눈 덮힌 산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 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왜 설산에 올라 사고를 당했을까요?

이야기는 예측할 수 없으면 없을 만큼 반전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법인데요, <지리산>은 이를 다양한 장르적 재미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지리산의 웅장하고 신비로운 모습은 자연의 위대함을 고스란히 보여주었고, 조난자들을 구해내는 레인저들은 산을 다른 느낌으로 경험하게 해주었습니다. 빨치산들이 사용했던 표식은 역사의 시간이 품고 있는 지리산의 아픈 이야기들을 들려줄 것이고, 지리산에서 발견되는 죽음들은 인간의 헛된 욕망이 불러올 참혹한 비극으로 우리를 이끌어갈 것입니다. 첫 회부터 반전을 거듭하며 풀리지 않는 시간의 경계를 오가고 있는 <지리산>. 하루에도 수 십번 제 모습을 바꾼다는 지리산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 듯합니다.

지리산은 말합니다. 산만 그러하지 않다고. 사람들의 삶도 희망과 좌절의 경계를 끊임없이 넘나들고 있다구요. 다만 우리는 희망의 영역으로 우리의 발걸음이 이어지길 소망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 소망을 이룰 답을 <지리산>은 펼쳐가고 있습니다.

공희정 콘텐츠평론가  news@incab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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