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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또 다른 나를 찾아서tvN 배드 앤 크레이지
공희정 콘텐츠 평론가 | 승인 2022.02.04 17:22

가끔은 생경한 나의 모습에 놀랄 때가 있습니다. 마치 또 다른 나를 대면하는 것 같은 순간, 멀리서 천사와 악마가 싸우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냥 해도 되. 남들도 다 그렇게 살아” 라고 하기도 하고, “그래도 그러면 안 되지. 남들은 몰라도 너 자신만은 알잖아”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나요?

<배드 앤 크레이지>(tvN)는 형사 수열과 K의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상상인 지 현실인 지 구분되지 않을 만큼 반복되는 수열과 K의 만남이 복잡해보였는데요, 사실 K는 수열의 또 다른 자신입니다. 성공하고 싶었고 남보다 잘 살고 싶었던 수열에게 고등학교 졸업장만으론 이룰 수 있는 것이 너무 적었습니다. 아니 적어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뭐든 지 할 수 있는 것은 다하자고 마음먹었죠. 경찰로써의 사명감은 가볍게 던져버렸습니다. 어렵고 더러운 일일수록 보상은 컸죠. 세월이 약이듯 눈 한번 질끈 감으면 잊혀질 것이라 생각했고, 한 두 번 해보니 못할 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K라는 녀석이 등장해 일을 방해했습니다.

어느 날은 사회단체에서 거액을 기부해 주어 고맙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간도 쓸개도 빼놓고 수 년 동안 모아온 돈을 한 푼 남김없이 기부한 것입니다. 심지어 살인, 폭행, 마약 등 세상의 모든 악과 손잡은 국회의원의 구린 내면을 알면서도 그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수열이 백주 대낮에 그를 향해 옆차기를 시원하게 날리기도 했습니다. 그 모든 것이 K가 한 일입니다. 비록 수열이 제 멋대로 이고 안하무인이지만 마치 누군가와 이야기 하듯 혼자 중얼거리기도 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본 동료들은 정신과 치료를 권하기까지 했습니다.

혼돈의 연속이던 어느 날 수열은 ‘이제 믿을 사람은 우리 뿐’이라며 K의 손을 덥석 잡았습니다. 비뚤어지려고 할 때 마다 나타나 부지불식간에 일을 처리해내는 K를 인정한 것이죠. 그렇게 밀어내기만 했던 K지만 그와 공조하기로 마음을 먹고 나니 풀어야할 사건들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옳지 않은 일들이 버젓이 정상적인 것처럼 돌아가는 세상, 나쁜 놈인 수열은 양심을 선택한 댓가로 미친 놈이 되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손잡을 천사가 마음 안에 살아있는 수열은 나았습니다. 그의 주변에는 천사의 탈을 쓴 악마들이 득시글거렸죠. 마약범죄수사계 팀장인 김계식도 수열처럼 흙수저였습니다. 실적과는 무관하게 우직했기에 조직에서는 불편한 존재였지만 후배들에게는 존경받는 선배였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는 수사 과정에서 빼돌린 마약으로 사리사욕을 채웠고 자신의 이익에 방해가 되는 동료들은 거침없이 죽음으로 몰아버렸습니다. 점점 대담해진 그는 마약조직의 대장과 손을 잡았지요. 더 이상 그에게 천사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김계식과 같은 사람들은 말합니다. 나도 처음부터 그러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악마의 손을 놓을 기회가 많았음에도 그들은 그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정의가 눈앞의 이익을 앞서지 못하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정의롭길 바랍니다. 약한 자 위에 군림하지 않고 강한 자 앞에 비굴하지 않길, 달콤한 일상이 탐나 양심의 소리를 멀리하지 않길 바랍니다. 산다는 것이 실수투성이지만 그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는 의외로 많습니다. 어느 날 K가 다가왔을 때 그의 말에 귀를 기우리고 그의 손을 잡기만 하면 됩니다. 무의식과 의식의 세계를 넘나들며 망가진 자신의 인성을 회복해 가는 수열의 거친 일상을 그린 <배드 앤 크레이지>. 이기적이 되길 강요하는 세상에서 미치지 않고서야 버텨낼 수 없다고 하지만 내 안의 천사를 찾아 한 번 신나게 미쳐볼까요?

공희정 콘텐츠 평론가  news@incab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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