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op
updated 2022.5.20 금 16:42
HOME 포커스IN
진화가 필요한 지역밀착형 재난방송지자체 재난 안전용 CCTV 화면공유, 지역방송 법적지위 보장 등 지원 필요
송태훈기자 | 승인 2022.03.24 16:17

〔특별기고- 지역재난방송을 위한 제언〕 

 윤경민 LG헬로비전 보도국장 

예고 없이 찾아오는 재난

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우리는 늘 크고 작은 재난과 마주하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TV방송이 주요 대중 매체로 부상한 이래 재난과 방송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거슬러보면 국내재난 방송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직후, 현장 특보에 들어간 YTN이 최장시간 방송을 기록하면서 하나의 모델이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당시 뉴스특보는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몸을 사리지 않고 현장을 누빈 취재진에 발견된 매몰 생존자들이 기적적으로 구조돼 새 생명을 얻기도 했다. 당시 현장 취재와 중계에 참여했던 필자 역시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또한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 직후 쓰나미가 휩쓸고 간 아비규환의 현장,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인한 방사능 누출 재앙의 현장까지, 공포와 충격이 엄습한 대형 재난의 현장을 취재하며 국내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보도한 필자로서는 재난방송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다고 감히 주장한다.

그렇게 세계적인 재난, 전국적인 대형 재난에 있어서 뉴스전문 채널과 지상파 방송은 빛을 발한다. 하지만 국지적 재난의 경우엔 다르다. 작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재난의 경우엔 지역방송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 2019년 강원산불 특보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고성의 한 전신주에서 발생한 불꽃은 강풍을 타고 인근 야산을 태우기 시작했고 삽시간에 속초 시내까지 위협하며 무서운 기세로 번져나갔다. 같은 시간대 강릉의 한 야산에서도 또 다른 산불이 발생해 동해 일대로 확산됐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공포를 자아냈다. 실제로 화마는 주택가를 덮쳐 잿더미로 만들었고 지나던 버스를 불태울 정도로 강력했다. 늦은 봄 건조한 날씨에 태풍급 강풍인 양간지풍의 영향이 겹치면서 일어난 재앙이었다. 당시 CJ헬로 (현 LG 헬로비전) 지역채널은 즉각 취재팀을 보강해 현장에 급파하고 특보를 가동했다. 가장 먼저 속보 자막을 송출하고 현장 중계를 비롯한 특보체제에 돌입, 30시간 연속 재난방송을 실시했다. 전국의 기자들을 산불 현장으로 급파, 산불이 번질 당시는 물론 이튿날 잔불 진화 현장, 이재민들의 피난생활, 잿더미가 된 피해 지역의 애타는 상황을 사흘 내내 생생하게 전국에 알렸다. (총 46시간 재난방송) 유일하게 케이블 TV 지역채널이 지역사회 재난의 현장을 전국에 신속하고 상세하게 알린 사실상 최초의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 재난 특보 때문에 의도하지 않게 KBS가 곤혹을 치러야 했다. 재난 주관방송사임에도 KBS는 재난방송을 즉각 하지 않은 채 정규 프로그램인 ‘오늘밤 김제동’을 편성대로 방영했다가 호된 꾸지람을 받았다. 특히 기자가 고성 산불 현장에 가지 않은 채 마치 현장에 간 것처럼 거짓 중계방송을 했다는 맹비난도 면치 못했다. 이런 비교되는 대응을 두고 한국경제신문이 기사 제목을 ‘CJ헬로가 KBS 이겼다’로 뽑았을 정도였다.

코로나19라는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침투했을 때도 지역채널은 나름 위력을 발휘했다. 특히 초창기 대구에서 확진자가 급증해 공포의 도가니가 됐을 때 LG헬로비전 지역채널은 24시간 코로나 관련 정보 채널로 전환, 지역 주민들에게 필요한 관련 정보 전달에 주력했다. 거의 모든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특보와 관련 정보 프로그램으로 대체 편성했다. 하단 흘림자막에는 방역수칙과 확진자 발생 경로 등 시청자들에게 유용한 정보 만을 제공하는데 할애했다.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영어는 물론, 중국어와 일본어, 베트남어 자막 서비스도 실시했다. 하루 두 차례 실시된 대구시의 정례 브리핑은 물론, 경상북도, 안동시, 경주시, 청도군 등 각 지자체의 코로나 관련 브리핑을 실시간 또는 녹화 중계함으로써 위기 상황에서의 지자체 정보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심지어 강원, 영서, 영동방송 지역채널에서는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LG헬로비전 시청자들을 위한 직접 브리핑을 자청했다. 케이블TV 지역채널이 강원도 내 코로나19 관련 상황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전달하는 주요 통로 역할을 한 셈이다.

 

 

대형광고주 영향에서 자유로운 ‘구멍가게 방송’의 역설

 

필자가 당시 상황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국지적 재난방송은 구조적으로 지역 방송이 지상파 전국 방송보다 잘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지역채널이 국지적 재난방송에 강한 첫 번째 이유는 전국에 송출되는 지상파 방송과 달리 지역에 천착해 방송하는 지역방송이기 때문이다. 평소 지역에서 발생하는 뉴스, 전국 방송이 잘 다루지 않는 소소한 골목 이야기에서부터 지역 주민들의 먹고 사는 이야기, 지역의 정책 이야기가 지역채널 뉴스의 기본 재료다. 기초 지자체의 정책, 기초 의회의 지자체 견제 활동, 주민들의 각종 민원을 통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려는 이른바 ‘솔루션 저널리즘’이 지역채널이 추구하는 지역 저널리즘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채널 구성원들은 주민의 안전과 직결된 국지적 재난 발생 시 반사신경처럼 대응하도록 신경계 구조가 정비되어 있다. 거대 광고주에 의존하는 지상파 방송에 비해 정규 편성을 깨고 특보에 돌입하기 수월한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대형 광고주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구멍가게 방송’의 역설인 셈이다.

 

두 번째 이유는 케이블TV가 태생적으로 지역 사업자라는 점이다. 지역 가입자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 케이블방송이기 때문에 방송 권역 내 주민들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하는 방송을 제작하는 것이 체질화되어 있다. 편애 스포츠 중계방송처럼 ‘우리’ 지역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는 습성도 갖고 있다. 수도권 대 비수도권, 지역 간 격차 문제도 그런 측면에서 바라본다. 우리 고장의 문화와 장인을 발굴해 소개하고 코로나로 지친 소상공인의 팍팍한 삶을 조명하면서 어떻게든 손님 한 명이라도 찾아가게끔 전통시장의 작은 가게들을 알리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그런 지역사회에서 주민의 생명과 재산이 직결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팔 걷어붙이고 나서서 알리고 도움의 손길을 청해야 하는 것이 지역 방송 사업자, 지역 채널의 의무이다.

 

한계에 부딪힌 지역채널

 

하지만 지역채널의 한계도 분명하다. 지역채널 가입자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통신사와의 인수 합병 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케이블TV 시장 점유율은 40%의 마지노선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처지가 되었다. 이로 인해 국지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케이블TV 지역채널이 아무리 열심히 재난방송을 하더라도 해당 지역 주민들의 절반 이상은 볼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가입자수 감소는 경영난으로 이어졌고 대다수의 케이블TV는 과거처럼 지역 보도에 인적, 물적 역량을 쏟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수익이 나지 않는 지역채널에 재원을 투입해야 하느냐 마느냐는 경영진의 현실적 고민이 되어버렸다. LG헬로비전 역시 이 같은 환경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취재인력은 4년 전에 비해 절반 가까이로 줄어들었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뉴스 길이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재난 방송의 횟수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럼에도 뉴스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투자는 대폭 확대했다. 스튜디오 개선에 10억 원 가까이 투자해 서울 상암동 본사와 부산 해운대방송에 지상파 방송에 버금가는 초고화질 LED 사이니지 비디오월을 들여놓았다. 이로 인해 뉴스의 시각적 효과가 대폭 향상되었다. 지역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도 2021년 한 해에만 4백억 원을 투입했다. 다른 방송사와의 공동제작으로 제작비와 리스크를 함께 분담하면서 지역 시청자들이 볼만한 프로그램 제작을 늘린 것이다. 이런 노력에도 지역채널의 경쟁력 확보는 아직은 요원해 보인다. 낮은 방송 커버리지와 인지도를 극복하지 못한 케이블TV 지역채널은 재난 발생 시 제보화면에서 압도적인 열위가 노출된다. 태풍 특보 시 YTN과 KBS로는 수천, 수만 건의 제보영상이 제공되는데 반해 지역채널에는 겨우 수 백 건 남짓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지역채널 진화에 필요한 지원책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재난방송의 중요성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상파 방송이나 뉴스전문채널, 종합편성채널이 외면하는 국지적 재난방송을 케이블TV 지역채널이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지역 맞춤형 재난방송을 하기 위한 시스템 지원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재난 안전용 CCTV를 제공받을 경우 훨씬 효율적인 재난방송이 구현될 수 있다. 하천변 CCTV는 범람 위기를 실시간으로 보여줌으로써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대피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주택가 혹은 지하차도 침수 상황도 마찬가지다. 산불과 지진은 물론 각종 폭발사고 붕괴사고도 그렇다. 취재진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혹은 취재진의 손길이 미치기 어려운 곳까지 CCTV 화면을 방송에서 보여줌으로써 입체적이고 생생한 재난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이는 곧 위험지역에서의 대피를 앞당김으로써 피해를 줄이고 소방서 등 관계 당국의 대응을 신속하게 유도할 수 있다. 결국 지역 주민, 즉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최대한 보호하는 효과적 수단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인천시는 재난방송을 적극 운영해 온 LG헬로비전 보도국의 건의를 통해 재난 발생 시 시가 보유한 교통, 산불 예방, 하천, 해안가 실시간 CCTV 화면을 재난방송에 활용할 수 있도록 케이블TV 방송사에 열어주었다. 덕분에 LG헬로비전을 비롯한 인천지역 케이블TV 지역채널은 시민들의 재난 안전을 위해 지자체와 함께 재난 상황을 모니터하면서 재난방송에 활용하고 있다. 초상권, 프라이버시 문제가 있는 방범CCTV와는 달리 재난상황 관리용 CCTV는 지역사회가 공유하게 된 것이다. 전국의 모든 지자체들이 케이블TV와 손잡고 이런 재난 정보 전파 시스템을 서둘러 갖출 것을 필자는 강력히 제안한다.

 

두 번째는 국가와 지자체의 재정적 지원이다. 케이블TV 사업자는 적지 않은 금액의 방송발전기금을 내고 있다. 케이블TV 사업자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제25조 제3항에 따라 방송서비스 매출액의6% 내 범위에서 방송발전기금을 내야 한다. 2020년의 경우 전 SO 사업자가 약 300억 원을 냈으며 이 가운데 LG헬로비전이 분담한 기금만 9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정작 분담하는 만큼의 혜택을 누리지는 못하고 있다. 전국 78개 SO 전체가 지원받은 방송발전기금은 19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이 정의하는 지역방송에 정작 케이블TV 지역채널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모순은 시대의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합리적이지 않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따라서 주민의 안전 확보를 위한 재난방송이라는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케이블TV에 대해서는 재정적 지원을 늘려주거나 방송발전기금 징수액을 줄여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한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 상의 지역방송 정의에 SO를 포함시키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최근 부산시의회에 이어 경남도의회가 지역 케이블방송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정한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역 케이블TV의 공적 역할을 인정해준 셈이니 말이다. 다른 지방의회도 지역을 위한 공익적 방송을 제작하는 케이블TV 지역채널을 위한 조례를 만들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해 본다. 또한 케이블TV 지역채널 활성화를 위한 방송발전기금 지원도 시급히 이뤄지기를 희망해 본다.

 

이처럼 지역맞춤형 재난방송, 지역밀착형 방송을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시스템과 재정 지원이 실현되면 지역채널의 재난방송은 진화의 날개를 더 활짝 펼 수 있다.

 

지역채널 재난방송은 진화해야 한다

 

진화를 거듭해온 재난방송은 앞으로도 진화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LG헬로비전은 국내 방송사 가운데 가장 빨리 인공지능 AI 아나운서를 도입했다. 김현욱, 이지애 아나운서를 딥러닝한 인공지능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우리동네 알파고’와 ‘날씨와 생활’이 지역채널에 편성돼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AI의 발전 속도는 상상을 불허할 정도다. 이제는 실시간 AI 아나운서 방송도 가능한 시대에 접어들었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인간 아나운서가 없어도 재난방송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 아나운서가 말해야 할 원고를 컴퓨터에 입력하자마자 AI 아나운서가 또렷한 발음으로 이야기하는 기술이 탄생한 것이다. 4차산업혁명은 인간의 일상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방송에 미치는 영향도 마찬가지다. AI 아나운서뿐 아니라 빅데이터의 활용가치도 매우 높다. 과거 발생한 재난 데이터를 통해 상습 재난발생지를 지도로 표현할 수도 있게 되었다. 첨단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재난방송의 진화에 자양분 역할을 하게 된다. 이는 곧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즉 안전 지킴이 역할 수행으로 이어진다. 지역채널은 스스로 진화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고 행정당국은 아낌 없는 지원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송태훈기자  news@incable.co.kr

< 저작권자 © 인사이드케이블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