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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사람 사는 맛이지요
공희정 콘텐츠 평론가 | 승인 2022.04.04 16:39

세상 살다보면 별별 일이 다 있어 자꾸만 사람들을 경계하게 됩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 어딜 가냐고 물어오고,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무슨 일 하는 사람이냐며 다가올 때 슬쩍 겁이 나지요. 심지어 어디 사냐고, 몇 살이냐고 호구조사가 시작되면 뒷걸음을 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황당한 물음에 경계없이 답하고 환한 웃음을 나누는 마을이 있습니다. <어쩌다 사장 2>(tvN)의 무대가 된 나주시 공산면.

슈퍼마켓에 연예인이 들르기만 해도 마을은 즐거운 소문이 꼬리를 물것인데 열흘이나 머물며 장사를 한다니 들썩거리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어쩌다 사장이 된 연예인은 차태현과 조인성. 이미 1년 전 강원도 화천군에 있는 ‘원천 상회’에서 가게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었지만 공산면은 달랐습니다. ‘365 할인마트’. 차사장은 가게를, 조사장은 식당을 나눠 담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여러 명의 아르바이트생이 없다면 쉽지 않다는 것이 직감적으로 느껴질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였습니다. 심지어 회로 먹는 생고기까지 취급하는 정육점도 있으니 두 사장은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하지만 프로는 달랐습니다. 당황하지 않고 차근차근 슈~~퍼 마켓을 탐험해갔습니다. 바코드 리더기가 있어 물건 값을 헛갈릴 염려는 없겠다 생각했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가격 표시가 없는 물건이 꽤나 많았고 의외로 많은 손님들이 찾았습니다. 어설픈 사장은 손님을 세워둔 채 마트 안을 뛰어다니고 혹시나 창고에 있나 싶어 뒤져보기도 했지만 언제나 찾는 물건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손님들이 짜증을 내지 않습니다. 같이 찾아보기도 하고, 급하지 않다며 나중에 오겠다고도 했습니다. 마치 모두가 ‘어쩌다 사장 놀이’를 하고 있는 듯 즐거워보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낯선 외지 사람들을 진심으로 환영했습니다. 젊은 주부는 색색의 앞치마를 직접 만들어 왔습니다. 아르바이트생들이 입을 것까지 여러 벌 만들 때 그녀는 팬심으로 행복했을 것입니다. 어르신들은 우왕좌왕하는 초보 사장과 어리바리 아르바이트생을 마냥 귀여워해주셨지만, 때로는 안쓰럽게 보기도 하셨습니다. 한 할머님은 계산을 하는 아르바이트생 이광수를 보며 나는 다 살아서 이제 죽어도 되지만 젊은 사람들은 속 타는 일이 많은 것 같다며 새해에는 그저 좋은 일들이 많아야 한다고 위로해 주셨습니다. (3회 끝부분) 뜬금없는 할머님의 말씀에 광수는 멍해졌습니다. 언 손을 호호 불고 있는데 다가와 손을 녹여주신 듯 했습니다. 한동안 광수는 표표히 가게를 나서는 할머님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던 또 다른 할머님은 아르바이트생 김우빈에게 서울에서 여기까지 일하러 왔냐며 돈은 얼마나 받나 물어보셨습니다. 사장이 잘 아는 형이라 잘 모르겠다고 하니 우리도 일하면 십만 원은 받는다며, 돈 이야기는 먼저 하지 말고 얼마 주는 지보고 적게 주면 어찌 이리 적게 주냐고 말하라 하셨습니다. 손주같은 우빈이 행여 먼 길 와서 돈 때문에 상처받을까봐 걱정해주시는 마음이 꼭 친할머니 같았습니다. (5회 중간) 그렇게 이 마을 사람들은 사심 없이 상대를 받아들이고, 어쩌다 사장 팀은 거침없이 그 품에 안겼습니다.

<어쩌다 사장 2>에는 서로 마주할 때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생기가 있습니다. 비록 기획된 프로그램이지만 우리는 이런 세상에서 때로는 느긋하게, 때로는 엄벙덤벙해가면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길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하루 종일 마트에서 물건 파는 이야기가 뭐라고 <어쩌다 사장2>가 마냥 기다려집니다.   

공희정 콘텐츠 평론가  news@incab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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