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op
updated 2022.6.30 목 16:13
HOME 뉴스IN
폭력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모습TVING 돼지의 왕
공희정 콘텐츠 평론가 | 승인 2022.06.23 13:48

학교폭력의 현실은 적나라했습니다. 권력이라는 망상에 빠져 학교를 계급화하고 있는 아이들도 끔찍했습니다. 복수는 치밀하게 계획되었고, 섬뜩할 만큼 잔인했습니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돼지의 왕>은 연상호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각색한 스릴러 복수극입니다. 장편 애니메이션 최초로 2012년 칸 국제영화제에 초대되기도 했던 화제의 영화였습니다.

이야기는 살인 현장에서 시작됩니다. 죽은 사람은 황경민의 아내였고, 베란다 창문에는 하나의 메모가 적혀있었습니다. “정종석 형사님께, 종석아 오랜만이다. 잘 있었지? 나 황경민이야” 20년 동안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종석을 경민은 왜 찾고 있는 것일까요? 그들은 중학교 친구였습니다. 경민은 같은 반 일진인 강민과 그 무리들에게 성추행을 비롯하여 온갖 비인간적인 폭행을 당했지만, 저항보다는 굴복을 선택한 아이였습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려온 그의 생존법이었죠. 종석은 그런 경민의 유일한 친구로 강민 무리에게 맞서 싸워보았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경민과 종석에게 무차별적 폭력을 일삼는 강민을 향해 한 방을 날린 것은 같은 반 친구 김철이었습니다. 악을 이기기 위해 악보다 더한 괴물이 되어야 한다는 철이의 주먹은 거침없었습니다. 폭력이 사람을 얼마나 처참하게 만드는지 보여주고자 했던 철이는 강민 무리와 치열하게 싸워 이겼습니다. ‘어른이 되어 중학교 시절을 회상하며 그때가 좋았었는데, 참 재미있었는데’  라고 회상하지 못하게 폭력이 만든 지옥이 어떤 것인지를 철이는 보여주려 했습니다.

폭력이 난무하는 학교, 친구가 교실 바닥을 기고 매를 맞아 피를 흘려도 반 아이들은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철이가 강민 무리와 일전을 치르는 날도 아이들은 그저 구경꾼이었습니다. 마치 원형경기장에서 검투사들의 피를 흘리는 싸움에 환호하는 사람들 같았습니다. 선과 악이 분명한 상황에서도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들과 분명한 선을 그었던 반 아이들. 혹시나 자신이 괴롭힘의 대상이 될까 봐 방관자가 되기도 한 것이죠. 그런데 철이가 이기자 아이들은 그에게 환호를 보냈습니다. 철이는 영웅이 되었고,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돼지의 왕>은 학교폭력의 잔인함과 지워지지 않는 상처에 대해 그리고 있습니다. 폭력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요? 어른이 된 경민은 끊임없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안전핀을 뽑은 수류탄을 품고 있는 듯했습니다. 폭력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는 자신을 괴롭혔던 가해자들을 찾아 잔인하게 복수합니다. 일진의 우두머리 노릇을 했던, 지금은 번듯한 대학병원 의사가 된 강민은 말합니다. "20년 전 일 가지고 사람 이렇게 괴롭혀도 되는 거냐" (4회 50분) 친구들을 괴롭혔던 것에 대해 반성은커녕 어린 시절의 재미있는 추억이라 이야기하는 그에게 용서는 사치였습니다. 그는 철이를 잊고 있었습니다. 아니 잊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날 것의 폭력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을 때, 어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담임선생님은 비열했습니다. 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부모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서 아이들에게 계급의식을 심어준 선생님은 폭력에 불을 붙이는 사람이었습니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고, 괴물은 더 기괴한 존재가 되어갔습니다. 평생 폭력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괴물이 되고 만 경민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부당한 세상을 바꿀 방법이 폭력밖에 없었던 철이의 선택, 그런 철이를 세상 끝으로 몰아붙였던 종석, 어떻게 이들의 삶을 되돌려 놓을 수 있을까요.

방관자가 되었던 수많은 아이와 그 아이들 위에 군림하려 했던 어른들. <돼지의 왕>은 끊임없이 물어옵니다. 당신은 폭력 앞에서 어떻게 할 것이냐고. 

공희정 콘텐츠 평론가  news@incable.co.kr

< 저작권자 © 인사이드케이블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